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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 | [정철성의 책꽂이]
위대한 휴머니스트 노먼 베쑨 『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지음, 천희상 옮김, 실천문학사, 1991)
조순구․전북대교수․정치외교학 (2004-01-29 16:27:35)
우리는 인간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곤 한다. 남녀, 노소, 빈부, 선악 등등 수 많은 구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편안함에 만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보수주의자와 기득권의 포기는 물론 여러기지 겪지 않을 수도 있는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는 진보주의자로서 양분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닥터 노만 베쑨(Dr. Norman Be-thune)은 후자의 전형이라 하겠다. 그는,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벌어지고 있던지 간에, 자기 시대의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해 나감으로써 역사발전에 기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의 전기이다. 그는 모험적인 어린시절과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경험할 가치가 있다는 듯이, 1차대전에 참전하여 부상당하기도 하였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하였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마시며 놀기도 했고, 병원 일에도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심사숙고 끝에 사치스러운 방탕생활의 편안함과 안일함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몇 줌의 쌀만 가지고 자신이 선택한 최전선에서의 의료활동을 벌이는 의사, 짚신 차림을 한 게릴라이자 혁명가가 되었다. 그는 처음에 결핵의 수술적 치료법을 개발한 탁월한 흉부외과 의사이자 카나다의 공중보건 의료제도의 확립에 앞장섰던 보건 의료운동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 후 스페인의 반파쇼 투쟁과 중국의 신민주주의혁명과 항일투쟁의 최전선에서 반파쇼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봉에 서서 열정적으로 싸우다 일생을 마친 혁명가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외에도 그는 화가, 시인, 군인, 비평가, 교수, 연사 발명가로서도 재능을 발휘한 사람이었다. 사회의학의 창시자로서 요즘도 보건의료와 사회와의 관련성을 논하면서 항상 인용되는 ‘의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이고, 사회과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라고 설파한 독일의 세포병리학자 루돌프 비르흐의 주장을 그는 몸소 실천하였다. 그는 질병의 원인을 단순히 육체에서만 찾지 않고 사회구조와의 연관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여, 인류의 건강증진이라는 보건의료의 궁극적 목적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체제의 창조로 폭넓게 받아들였던 진정한 큰 의사였다. 그는 스페인에서의 파시즘과 중국에서의 일본 제국주의를 인류에게 그 어느 질병보다도 사악한 질병으로 보았다. 파시즘과 제국주의는 무수한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번영에 기여하는 인간이성을 전적으로 부정해버리는 전염병과도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닥터 베쑨이 의사이자 군인으로서 선택한 죽음과의 대결은 모든 자유를 위한 싸움터에서 굶주림에 허덕이고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용감하게 싸워 나가는 사람들의 외침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응답이었다. 그의 인생 행로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끝없는 애정에 의하여 일관되고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한 인간으로서 그가 평생을 간직한 철저한 자기 각성과 지칠 줄 모르는 소명의식, 그리고 뜨거운 인가애에 누구도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를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만민의 사표’이자 세계를 감동시킨 ‘위대한 휴머니스트’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가지 더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사실성이다. 이 책의 공저자중 한 사람은 베쑨의 가까운 지기로서 스페인내란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나눈 사이였고, 또 한 사람은 베쑨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행적을 샅샅이 추적한 사람이다. 그가 남긴 수 많은 생생한 회고담, 일기, 편지 등을 바탕으로 해서 ‘한 가까운 친구의 주관적 통찰력과 한 관찰자의 객관적 초연성’이 결합된 이 전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고 하겠다. 우리에게는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최근에야 소개되고 있지만, 그를 모델로한 수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가 등장하고 있고, 그 중에는 그의 이미지를 왜곡 변조시킨 것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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