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수준 높은 연주가들로 이루어진 5개 실내 악단의 전주공연이 예루소극장의 기획으로 11월6일부터 10일, 그리고 15일 전북학생회관과 정주 정읍사 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한국과 호주의 문화교류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준 이번 실내악 축전은 각 실내악단이 한국의 역량있는 연주자들과 협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호주 음악가 스트로스 란토스가 이끄는 멜버른 챔버 오케스트라는 6일 첫공연에서 스컬도프작 <에싱턴 항> 챠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 작품 48>을 연주하고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가장조 K. 414>를 전주대 김동진교수의 피아노협연으로 선보였다. 특히 스컬도프곡 <에싱턴 항>의 연주는 한국에서 초연된 곡으로 현대음악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향을 제공해 주었다. 섬세하고 정확한 음악을 구사한 멜버른 챔버 오케스트라는 앙콜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하여 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솔로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실력을 널리 인정받는 멤버들로 구성된 캔버라 윈드 솔리스트의 7일 공연은 플루트와 클라리넷, 호른, 오보, 바순 등이 연출해내는 웅장한 목관악기의 화음이 돋보였다. 체코의 작곡가 레이하의 <목관5중주 내림마장조>와 비발디곡 <플루트, 오보, 바순을 위한 콘체르토 사단조> 쟝 프랑새의 <목관5중주>와 신민자씨의 피아노 협연으로 연주된 뿔랑크곡 <피아노와 목관 6중주를 위한 소나타>등 이번에 이들이 연주한 곡들은 바로크 고전음악에서 현대 전위음악에 이르기 까지 폭이 넓은 레퍼토리로 다양한 연주분위기와 연출능력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 들이었다. 8일 공연한 시드니 송 컴퍼티는 6명의 성악가들로 구성되어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통해 실력을 연마하고, 주옥같은 실내 성악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요구되는 화음과 균형을 완벽하게 터득한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카펠라(무반주)로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데스프레즈의 4곡의 세속적인 노래와 라수스, 톰킨즈, 윌크스, 기본즈, 몰리, 윌비, 화이트 헤드, 슐츠, 크로닌 등 1400년대의 작곡가로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에 이르는 우리나라 음악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작곡가들의 폭넓은 성악음악곡들을 연주했다. 플루트 연주자 이승혜씨의 협연으로 연주된 슐츠곡 <엑스타시스>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정열을 그린 곡이다. 시드니 송 컴퍼니의 이번 공연은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충분히 보여주었으며, 온갖 종류의 다양한 소리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9일 정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오스트레일리아 현악 사중주단은 ‘뛰어난 음악성과 앙상블에 대한 감각,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빈틈없는 연주 매너를 가진 그룹’이라는 평을 받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호주출신 작곡가 리챠드 밀르곡<현악 4중주>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바장조>를 연주했고, 호주에서 전문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양희씨의 피아노 협연으로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바단조> 전악장을 선보였다. 실내악 축전 마지막 공연은 15일 오스트레일리아 앙상블의 무대로 마련됐다. 현악 4중주에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로 구성된 이 앙상블은 탁월하고 철저한 연구수업, 진보적인 프로그램개발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졌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까다로운 기악편성으로 흔하게 연주되지는 않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곡들을 연주하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모차르트의 <피아노 4중주 제1번 사단조>와 스컬도프곡<플루트와 현악3중주-이르칸다>, 브람스곡<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가단조>등 평소 듣기 어려운 곡들을 연주했다. 전주출신 소프라노 조명희씨가 이들 앙상블과 라벨의 <마다가스카르섬 사람의 노래> 전악장을 협연했다. 국제화시대라 하여 외국의 공연물이 걸러지지 않은채 물밀 듯이 밀려오는 요즈음 이번 오스트레일리아 실내악 축전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준높은 젊은 연주가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로 실내악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 지역에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준 좋은 기획으로 평가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