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2 | [서평]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
-한국 토지문제의 실상과 해결방안(김태동․이근식공저, 비봉출판사, 1989)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1-29 16:34:12)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을 치룬 나라이다. 그러나 겉으로만 화려했을 뿐 그 내면에는 서민들이 내집 마련을 실현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해야만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땅값, 집값 그리고 전세값, 월세값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껑충 뛰어오르고 땅없고 집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엄청나게 뛰어오른 전세값, 월세값과 목숨을 맞바꿔 버리는 일까지 일어나 사람 목숨이 소중한 것인지, 돈이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반면 집 있고, 땅 있고, 돈 있는 사라들은 온갖 사치스런 생활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의욕을 감퇴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는 토지를 통한 불로소득이 95%의 못가지고 덜가진 계층에서의 5%의 땅부자들에게 무상이전 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이 가속화 되고 경제정의는 바닥에 떨어져 버렸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투기꾼들에게는 천국이요, 무주택자에게는 세계 최악의 땅지옥, 집지옥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땅 투기꾼들의 천국이라면 도대체 누가 얼마만큼의 땅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해서 땅 투기꾼들이 계속해서 땅사재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도 대부분은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갖고 있을 뿐이고 극소수만이 즉 토지소유가 5% 정도가 민유지의 3분의 2 가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런 땅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정부는 매년 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들은 발표하고 있지만 땅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름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렇듯 수천명의 생활 공간을 빼앗은 투기꾼들을 정부가 감싸주고 있으며 정부 또한 뒤늦게나마 땅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서 내 놓게 되는 ‘토지공개념’도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땅을 매점매석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토지가격은 경쟁원리가 아닌 독점의 완력에 의해 지가가 높아지고 되는 것이다. 이런 지가폭등은 대다수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어렵게하고 물가앙등 및 노사분규의 격화, 거대한 투기소득을 발생시킨다. 땀흘려 일하기 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길만을 찾아서 항락업이나 부동산 투기에 돈이 몰리게 되고 기업인들의 창의력과 투자의욕을 감소시켜서 경제성장의 방해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땅값은 89년 GNP의 9.3배나 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일본의 경우 88년 시가총액이 GNP의 6.5배라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국은 소득에 비해서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해도 땅을 사고 집을 마련한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렵게 되어 있다. 관변 경제학자들은 지난 20년 전에 비해 소비자물가는 8.8배 오르고 월급쟁이의 실질 임금도 4.2배나 올라 훨씬 잘살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가 8.8배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정부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 그동안 땅값이 80배 정도 올랐으니 집세도 거의 50배는 올랐을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물가도 최소한 13.6배는 올랐으며 실질소득도 4.2배가 아닌 겨우 2.7배 정도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거짓 소비자 물가에 근거해서 임금인상요구를 억누르려고 하지만 이것은 국민과의 불신감만 만들 뿐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의 땅문제의 실상을 밝히면서 이책에서는 끝으로 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간단히 살펴 보겠다. 먼저 토지세의 강화와 소유제한의 병행 및 국토를 계획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개발하고 필요한 곳에 알맞게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건물세 경감, 취득세와 등록세 경감, 서민 주택 건설재원 마련이라는 보완책을 통해서 일반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 일반 기업인들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일반국민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생산활동을 촉진시키면서 토지세금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셋째, 토지공개념 관련 3개 법안의 강화로써 토지의 소유편중을 막고 토지로부터의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투지투기를 근절시키기 위해 소유제한을 조세강화와 병행하며 개발이익 환수법안의 독소조항이나 토지 초과 이득세법안을 강화하는 것이다. 넷째, 토지 관련 조세제도의 강화이다. 이것은 세금의 과세표준이 너무 낮은 것을 하루 빨리 현실화 해야하며 토지양도세와 토지보유세인 종합토지세를 동시에 강화시켜야 한다. 다섯째, 토지실명제의 확립과 우리나라 토지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한 토지관련 자료들을 공개하여 토지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토지문제의 해결은 정부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토지에 관한 정보를 알아야하고 이런 자료들이 널리 대량으로 배포되어야만 한다.
이런 해결책들이 조금이라도 실현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극소수에게만 부가 편중되어 잘 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잘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못살게 되어 가진자와 못가진자,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분절을 가져와서 결국에는 국민간에 균열이 생기고 사회안정기반이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이 땅투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그 경위들을 올바로 파악하여 땅투기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이 땅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땅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땅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만한 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