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2 | [시]
산
이도윤
(2004-01-29 16:35:22)
산은 세상에 남겨진
모든 것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단 한번 불러볼 이름이기에
불덩이 하나 달덩이 하나
하늘에 걸어두고
산은 우리들의 이름을
쉬지 않고 불러왔다
산이 데려가는 것은 오직 이름 뿐
그렇게 수 많은 얼굴들이 창백하게
울고불고 뉘우칠새도 없이
억새의 흰 머리 같은 가벼운
이름만을 앞세우고
터벅터벅 산으로 들어갔다
곧 불려질 살아 남은 것들은
자신의 이름도 산이 알고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약력
․1957년 전남 광주 출생
․한양대학교 졸
․1985년 「詩人」지로 문단에 나옴
․현재 서울 문화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