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집으로 향하는 길은 성난 돌이 뾰족 뾰족 나있고 희끄무례한 흙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찌뿌리게 했다. 그러나 그 길은 내가 지나다닌 발자국 마다 나의 추억이, 친구들의 웃음이 서려 있는 곳이었다. 꼬불꼬불 생기기는 못생겼지만 그래도 나의 하교길에 배고품을 잊어버리고 집으로 향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할 수 있는 은신처였다. 아무리 시골 중에서도 골짜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쩌다 밀가루, 라면 팔러 털털거리며 들어오는 아저씨의 용달차 때문에 빈번히 우리는 길이 내뿜은 먼지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길옆으로는 온갖 곡식이 풍성히 쌓여 있다. 그런데 길은 그 곡식이 모두 자기 것 인양 한껏 뽐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어릴적 길은 흙 사이사이마다 나의 할머니 어머니의 고무신 발자국이 새겨져 있고 우리 동에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발걸음 소리가 아주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나의 아주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의 귀여움이 새겨져 있고 내 친구들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꼬부랑길은 나의 영원한 친구이자 나를 위해 헌신하는 제2의 어머니였다. 이렇게 가을 바람이 선선히 불을 때면 길옆으로 또 하나의 길 친구 코스모스가 한들거렸다. 그러면 우리 셋은 가을의 삼총사가 되어 이 가을을 한껏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흙투성인 꼬부랑길이 그립다. 시멘트가 딱딱하게 꼬부랑길을 뒤덮었다. 그리고 큰 버스가 그 시멘트 위를 달린다. 흙투성이 꼬부랑길보다는 편하고 깨끗하지만 그래도 난 나의 어릴 적 꼬부랑길이 그립다. 그것은 나의 추억이 서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