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12 | [문화저널]
‘나무를 잡아먹는 킬러’ - 우유팩
우리가 모두 잡아들인다
-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 소비자고발센터 -
윤희숙․문화저널 기자
(2004-01-29 16:48:46)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은 환경문제가 단순히 적극적인 환경보호운동가나 관계당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이 포함된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공해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는 악덕 기업주나 도시의 대기를 오염시키는 자동차 매연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행하는 원자력 산업 등 주로 경제산업의 산물들이 환경을 더럽히는 주된 요인으로 인식되어, 환경단체에서는 주로 그들에 대한 감시와 견인의 역할을 해내곤 했다. 그러나 경제의 발달로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또다른 차원의 환경문제를 야기시켰다. 산업 폐기물 못지않게 환경을 더럽히는 요인으로 떠오르는 것이 생활쓰레기이다. 매일 수거되는 쓰레기가 하루에 무려 9만여톤, 이들 쓰레기중 8%는 소각 처리되고 4.5%만이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대부분이 매립처분되고 있다. 이미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새로운 매립장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부와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각종 여성단체와 환경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줄이기, 분리수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운동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쓰레기 문제해결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재활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 소비자 고발센터에서는 매주 토요일 사무실에서 토요시장을 개설한다. 이곳에서는 소비자 고발접수 처리업무외에 재활용품, 중고용품 교환 판매와 우유팩과 화장지의 교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자원재활용과 직접 관련이 있는 우유팩을 수거하는 사업은 경제적인 이익은 거의 없지만 개개인이 환경보호 운동을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나무를 잡아먹는 킬러’라 이름지어진 우유팩의 하루 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 하루동안 잘리어 나가는 원목은 30년생 7천 그루이다. 국내에서만 연간 41억개(6만톤)가 생산되고 있으나 회수되는 것은 약 3%밖에 되지 않는다. 깨끗하게 물로 헹군후에 말린 우유팩 40개면 재생화장지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잘 이용만하면 자원이 될 수 있는 우유팩은 그냥 버릴 경우 에틸렌수지 코팅 때문에 썩지 않아 환경오염 물질이 되고 만다. 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 소비자 고발센터에서는 금년 3월 7일. 처음으로 우유팩을 수거하기 시작하여 금년 7월말까지 약 11톤을 모았다한다. 정성스레 모아진 우유팩은 트럭에 실려 먼 강원도 춘천에 있는 재생 화장지 공장인 부림제지로 보내어진다. 그렇게 모은 우유팩을 두루마리 화장지 4천 5백개와 교환하여, 그 화장지는 말린 우유팩 2.7kg을 가져오면 50m 재생화장지 하나로 교환해 주는데 쓰여졌다. 우유팩을 씻어서 말리고 납작하게 누르는 수고를 생각해보면 그 수고가 화장지 하나로 보상될리 없겠지만 거르지 않고 우유팩을 수거해오는 주부들과 몇 상자분의 우유팩을 손수 날라온 국민학교 여선생님, 급식우유팩을 학급별로 모아온 중학생들, 그리고 아무런 댓가없이 일하는 자원봉사 자들에게는 그들의 작은 실천이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소중한 일이라는 뿌듯함에 힘든 줄을 모른다. 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에서 우유팩 수거 작업을 한다고 해서 생기는 이익은 거의 없다. 오히려 매주 수거해온 우유팩을 마대에 담아 사무실 입구 계단에 쌓아놓아야 하니 주변이 지저분하고 수거된 우유팩을 운송하는 비용도 부담이 된다. 정부차원에서 쓰레기 재활용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분리해서 수거한 쓰레기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환경정책에 그 바램은 무색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부클럽연합회의 토요장터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관련지어 재활용품 활용에 역점을 두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중고용품 상설매장을 개설하고 항제 우유팩을 모으고 폐식용유를 활용해서 만든 무공해 비누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온 천으로된 시장 바구니는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의 사용을 줄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환경보호 운동과 더불어 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한 자연보호 등산반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90년 9월 활동을 시작한 자연보호 등산반은 건전한 여가활동과 환경보호와 감시를 동시에 해내는 주부들의 모임이다. 레저문화가 발달하면서 산이나 강을 찾는 여행객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자연은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산에서의 취사행위를 금하고 일부 산에서는 휴년제를 실시하여 자연을 보호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은 관광객들의 오염행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보호 등산반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전북지역의 산을 찾아 등반하면서 산 구석구석 감추어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모집하여 시작한 자연보호 등산반은 70여명이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환경오염의 주범은 바로 나다”라는 문구가 적힌 등산용 조끼와 광주 지방환경청에서 발행하는 명예 환경감시원증이 지급된다. 이들은 등반을 떠날 때 결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시락과 물통 등 그들이 등에 지고 간 물건은 반드시 지고 내려오며, 그들의 배낭은 오히려 수거된 쓰레기로 가득차 배가 불러 산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다. 일말의 양심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둔 쓰레기조차 빠뜨리지 않고 찾을 만큼 이들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보호 운동은 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각 개인으로 돌아가 그들의 실천력을 그들의 가정에서도 발휘한다. 산에서 익힌 환경보호의 감각으로 합성세제의 사용도 줄이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모으고 비닐 사용을 줄이는 일을 몸소 실천하여 자녀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케 하여 가족 모두가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된다.
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부의 토요장터에 가면 유행하는 뒤떨어지지만 아직도 멀쩡하게 입을 수 잇는 옷가지를 몇 백원의 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자식을 많이 낳아 기르던 예전에는 큰 아이 옷을 둘째가 물려입고 다시 셋째가 기워입고 막내까지 입고 난 후 걸레로 쓰기도 했다. 어떤이는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가족 중심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식구가 많으면 남는 음식물도 줄고 버릴 만한 물건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귀했던 시대에는 농약대신 땅의 거름으로 쓰였던 똥도 귀했다고 한다. 학교 관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40대의 어른은 동네에서 아저씨 한분이 여름날 커다란 수박을 사들고 교장이었던 아버지를 은밀하게 찾아와 밭에 거름으로 쓸 수 있도록 학교 똥을 퍼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사람들 눈이 있으니 남들 눈에 띄이지 않는 새벽에 동을 퍼가라고 당부하시던 아버지의 말이 요즘의 사정으로는 무척이나 새삼스러운 일이었지만, 환경문제 얘기 끝에 약 30여년전의 일을 추억한 적이 있었다.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경보호운동의 주체는 주부이다.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수거와 우유팩 수거는 그 실천을 통해 환경문제뿐 아니라 사치와 낭비가 만연한 지금. 절약을 실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재봉틀을 값진 혼수품으로 여기고 어렵게 장만해 가족들의 옷과 이불등을 손수 만들고 지어온 우리 어머니들의 여문 손끝에서 거의 재봉틀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다시 결혼 혼수품에 재봉틀이 등장한다는 반가운 얘기가 들린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중 거의 대부분은 주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모든 사회의 기본 단위가 되는 가정에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 스산한 계절에 삭막한 거리를 휘둥그러 다니는 쓰레기와 몇 십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우리의 땅을 오염시키는 건전지와 폐비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폐건전지를 모으고 때 지난 신문이나 잡지 우유팩을 모아 재활용하는 일이 금방 자연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말하고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종을 울려,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는 일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 특히 생활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앞서 지적한 재활용은 민간단체나 개인 차원에서 실천 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이자 민간단체의 힘이 닿지 않는 자원재생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은 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