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강항(腄隱 姜沆)선생은 세조(世祖)때의 유명한 문자가인 사숙재 강희맹(私淑齋 姜希孟)의 5대손이다. 字는 태초(太初)이고 수은(腄隱)은 그의 號이다. 그는 조선왕조의 제 14대 임금으로 임진란을 치룬 선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해인 명종 22년(1567) 5월 17일에 전남 영광군 불갑면 유봉에서 태어났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에 스물일곱의 나이에 문과에 올라 박사(博士)로 승진하였으며 공조좌랑을 거쳐 형조좌랑이 되었다.
근래에 와서 그의 포로생활중의 수기인 간양록(看羊錄)의 저자로서 널리 腄隱 姜沆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가고 있다. 그것은 90년 3월 11일 그가 포로로서 적국에 처음으로 상륙한 일본 四國 大洲市에 그의 학덕을 기리는 ??陴가 세워짐으로서 그 절정에 이른 감이 짙다.
수은의 포로생활은 1559(??)년 9월에 ?光 ?山 앞 바다에서 붙잡혀(31세) 1600(?子)년 5월에 부산으로 귀국할 때까지 약 2년 9개월 간 실로 개인적으로나 어쩌면 한․일간 두 나라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기틀을 가져온 시간이었다. 그것은 정치․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러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은은 정유재란 때 일본에 잡혀가서는 소위 경학(經學)의 시조라 하는 후지하라 세이카(????)에게 퇴계학(退溪學)을 처음 강론, 일본에 주자학을 널리 전파시켰다. 귀국해서는 시골에 은거했으나 사방으로부터 그의 학문을 배우려 많은 학도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많은 선비들이 그의 문하에서 나왔다.
그는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간양록(看羊錄)」. 「운제록(雲梯錄)」「강감회요(綱鑑會要)」「수은집(姜沆集)」「좌씨정화(左氏精華)」「문선찬주(文選纂註)」등이다.
수은집(姜沆集)은 모두 6권 4책인데 이는 그가 세상을 떠난지 40년 뒤인 효종 9년(1658)에 그의 제자 동토 윤순거(童土 尹舜擧)의 손으로 발간되었다.
영조 임금은 수은집을 예담(?담)하시고 선생의 전의를 한소무(漢蘇武) 송문산(宋文山)과 같다고 칭찬하시며 후손을 등용한 바도 있으나 속간은 보지 못하다가 고종 19년(1882)에 「강감회요」만이 선생의 문인인 윤수거의 외손 정시우․시대(鄭時遇․時代) 형제가 영광군수로 부임하면서 이들의 후원으로 간판(刊板)되었다.
「간양록(看羊錄)」은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 귀국할 때까지의 일본의 국내 정세에 물론 지리․풍물․역사 그리고 일본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와 회유 등을 기록한 것이다.
간양록과 문집은 강당에 보관중이었으나 왜정말기에 왜인 영광경찰서에 의해 소각되 버리고 「간양록」도 몰수하여 분서의 화를 당했다.
수은집을 통하여 그의 학문의 배경과 학통을 살펴봄과 동시에 일본에 끼친 그의 학문적 영향이 德川?? 300년간에 있어서 어떻게 변화했고 또 발전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