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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2 | 연재 [문화저널]
작고 숨겨진 곳에 보다 진지한 애정을
박지숙 동향중 교사(2004-01-29 16:56:34)

꾸불꾸불 덜컹덜컹 요란한소리를 내며 가는 버스를 눈으로 쫓으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또 갔던 길을 똑 같은 흔들림으로 되돌아오며 오늘의 일들을 생각한다.
버스 시간도 많지 않아 통근도 할 수 없는 지역. 통근은커녕 텔레비전 수신도 제대로 되지 않아 한 방송만 시청 할 수밖에 없는 지역.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라디오의 AM청취도 힘겨운 지역이다. 문화적으로 혜택이 거의 없는 지역, 이곳에서 최신 문화라 하면 TV와 라디오 그리고 전화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일명 ‘바보상자’라 불리우는 TV에 얽매여 자신의 사고능력을 저해 당할 수밖에 없고 이런 곳에서 일반인들이 말하는 문화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어 버렸다. -영화? 음악회? 전시회? -
이 곳 아이들이 그나마 문화를 즐긴다 함은 아마 학교에서 주최하는 미술실기 대회나 음악 노래 대회가 고작일 것이다.
얼마 전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듣고 싶은데도 테이프를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한 학생이 선뜻 녹음해 주겠다는 나의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주위에서 구해 볼 수 없다고 하기에 구해준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돌려읽고 서로 서로 느낀 바를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어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며 소설 『잃어버린 너』라는 책을 읽고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반면 어느 음악 잡지에서 오려 낸 9살의 장영주양의 바이얼린 연주 모습을 보며 “선생님! 저 애가 정말 연주 한 대요? 그냥 폼만 잡고 있는 거지요?” 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이처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이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몇 권의 책, 몇 권의 잡지를 보여주고, 읽어주고 또 어느 영화의 내용을 간추려 전해 주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일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고 몇 번 거듭하다 보니 이미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바닥이 들어 나고 또 그런식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들은 한 시간의 수업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낸다는 것에 단순한 흥미를 일으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람 저 사람의 시집을 들춰보고 소설을 뒤적이며 잡지책을 만져보지만, 말로만 전해 주는 내용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는가는 미지수 일 뿐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문화저널이라는 지방 문화 전문지가 앞장서서 문화의 정보 매체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감사하는 일이겠는가!
물론 문화저널이 폅집인 및 주체인들이 지방문화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지방문화 발전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백제기행을 통하여 실제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 및 유적지를 살펴보고 여러 문화․예술 단체를 초청하여 연주회 및 전시회도 갖으며, 이 고장 저 고장의 풍물도 소개하는 다채로운 문화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조금 욕심을 내듯이 이 곳과 같은 문화 접촉이 드문 곳을 살펴 크지 않은 작은 것이라도 문화의 혜택을 꾀하는 것이 앞서가는 지방문화 전문지로서의 새로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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