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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문화저널]
‘있음’과 ‘없음’에 대하여
황안웅․황토사학자 (2004-02-03 10:01:47)
있음과 없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없음은 곧 있다가 없어져 버린 것을 의미한다고 볼 때 없다는 말을 본뜨기랑 아주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뜻 자체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그래도 종이 위에 어떤 모양새를 지어서라도 나타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자가 가지는 한계가 반드시 있을 법 한 일인데 한자에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이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럼 우선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부터 알아보자. 있다는 말은 손 안에 고기를 쥐고 있음을 바로 있다는 뜻으로 삼아 ‘有’로 썼다. 그러니 아마 이 글자는 아무래도 수렵 시대에 있어서의 소유, 즉 짐승을 잡아 먹을 것이 있다는 뜻이 본래의 뜻이였다. 이에 반하여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失’로 썼으니 ‘有’에 상대되는 글자는 사실 ‘無’가 아니라 ‘失’이라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失’이란 본디 ‘手’에서 어떤 물건이 벗어나 버린 상태를 가르킨 글자이기 때문이다. 즉 고기를 손에 쥐고 있음을 ‘有’라고 하고, 손에서 벗어나 버린 상태를 ‘失’이라 하였으니‘有’의 상대되는 글자는 애당초 ‘無’가 아니라 ‘失’이였음을 명백하다. 그런데 오늘날 ‘失’에 상대되는 글자를 ‘得’이라 이르고, ‘有’에 상대되는 글자를 ‘’라 이르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우선 ‘得’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得’은 ‘行’과 ‘貝’와 ‘寸’이 합쳐진 글자로 사람이 길을 다니다가 돈(貝)을 손(寸)으로 줬음을 나타낸 글자다. 그렇기 때문에 ‘得’이란 글자는 틀림없이 막연하게나마 조개껍질을 화폐의 일종으로 여겼던 원시사회경제시대에 만들어진 글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점에서 결국 ‘得失’이라는 낱말은 손에 가치있는 물건을 쥐었느냐? 아니면 지녔던 물건을 손에서 놓쳤느냐? 하는 상대적 개념을 대비시켜 놓은 낱말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상대되는 글자를 대비시켜 만든 낱말이 숫하게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있음과 없음을 나타내는 ‘有無’라는 낱말은 어떤 경로로 이루어진 낱말인가? 이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앞서 말한 바와 같이 ‘有’란 손에 고기를 쥐고 있음을 나타낸 글자다. 그러나 ‘無’는 손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사람이 많은 장식을 달고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본뜬 글자라는 점이다. 그런 춤추는 인간의 모습을 다로 「없다」는 뜻으로 쓴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다음과 같다. 즉 한창 신나게 춤추다 보면 모든 걸 잊고 그 모든 것 중에서도 제 스스로를 잊기 때문에 결국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 이른다는 말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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