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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문화계 핫이슈]
동화속의 쟝발쟝과 역사속의 쟝발쟝 「시립극단」과 「창작극회」의 합동공연 <레 미제라블>
문화저널(2004-02-03 10:15:49)
동화속의 쟝발쟝과 역사속의 쟝발쟝 「시립극단」과 「창작극회」의 합동공연 <레 미제라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누이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빵 한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평생을 쫓기며 산 쟝발쟝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어린시절 읽은 동화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또한 동화로 엮어진 「쟝발쟝」에서는 줄곧 한사람의 슬픈 이야기만이 전개될 뿐, 정작 이 작품의 작가가 얘기하고 싶어하고, 프랑스의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7월 혁명의 열기와 당시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상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공연은 『쟝발쟝』이라는 작품에 대한 단편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인식을 올바르게 하도록 이끌어 준다. 쟝발쟝이라는 인물의 파란많은 생애를 통해 19세기 초반 극도의 궁핍과 사회적 혼란으로 혁명의 소용동이에 휩싸인 프랑스의 상황을 서사적으로 구성한 원작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창작극회」와 「전주시립극단」의 합동공연은 92년 한해를 마감하는 이즈음 지역연극 무대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대본을 단원들이 공동으로 번역, 각색하고 류장영씨가 작곡을 맡고 현대무용단 「사포」 단원인 신용숙씨가 안무를, 곽병창씨가 연출을 맡는 등 거의 1년동안 모든 작업을 극단단원들과 지역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의 손으로 준비해 왔다. 스물 두명의 배우가 출연하여 춤과 노래로 예술회관 공연장 무대를 꽉채울 정도로, 규모면에서 대작의 면모를 과시한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는 춤과 노래를 전공하지 않은 배우들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여 맘먹고 준비한 1년여의 피나는 연습기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고증을 거쳐 제작한 무대의상은 당시 프랑스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하는데 한 몫 거들었다. 2시간 반이라는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워낙 방대한 대작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워낙 방대한 대작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간결하게 구성한 몇 개의 장은 뛰어난 연출력과 조명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어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졌다. 뮤지컬극인 이번 공연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단연 음악이다. 기존의 뮤지컬극단에서 사용한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단원들이 공동번역한 가사에 유장영씨가 곡을 붙인 삽입곡들, 흔치 않게 공연되기 때문에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뮤지컬 공연을 돋보이게 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냈다는 평이다. 창작극이 아닌 번역극이 무대에 올려지면서 흔히 갖게되는 생각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라는 것인데 이는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완전히 소화하지 않은채로 공연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비롯하여 안무 및 의상, 장치들은 물론이고 극의 배경이 되는 상황까지를 한국적 상황으로의 변용을 시도한 연출가의 의도에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칫 무대위에서 예술적 뽐내기에 그쳐 관객의 감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생길까 우려하여 음악위주로 이미 공연되었던 브로드웨이에서와는 달리 합창과 춤으로 표현된 군중 장면과 대화의 짜임새 있는 구사로 극부분을 적절히 섞어서 표현해낸 것도 뛰어난 연출력의 한 면을 보여준 예이다. 가브로슈와 어린 코제트 역을 맡은 아역배우 백광훈과 송공주, 그리고 비운의 사나이면서 끝없이 인간애를 발휘하는 쟝발쟝역을 맡은 정진권씨, 차갑고 냉혹한 형사 자베르로 분한 홍석찬씨, 나약하고 약삭빠른 민중의 한사람인 떼날디에역을 맡은 조민철씨 등 등장인물들이 뛰어난 연기도 이번 공연에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이미 녹음된 음악과 무대 위에 선 배우의 발성이 가끔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과 몇몇 배우들의 음악적 기량이 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점을 뺀다면 이 작품은 극찬을 받아 마땅하고 전북 연극계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12월 16일 정주 정읍사 예술회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고창, 20, 21일 군산, 22, 23, 24일 전주, 26, 27일 이리에 걸쳐 성탄축하 전북지역 순회공연을 가진 「전주시립극단」과 「창작극회」의 합동공연은 93년 새해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무주리조트 특별무대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공연하게 된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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