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 | [사람과사람]
전라도의 음악, 그 독창성을 찾는 작업
-전북국악관현악단-
김연희․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0:16:59)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 한다. 판소리의 고장이며 맛과 멋을 즐기며 사는 전통의 고장이라 한다. 요즈음은 현대화의 물결속에 전통의 멋도 사라져가가고 있어 특성있는 지역의 문화를 지켜가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북의 곳곳에서는 전통예술의 맥을 꾸준히 지켜가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을 불 수 있다.
89년 7월 창단된 전북국악관현악단은 전북을 예향다운 예향으로 가꾸어내겠다는 의지로 활동하고 있는 순수 민간국악 단체이다.
향토음악의 발굴과 잊혀져가는 우리 음악을 되살려내며, 창작음악을 만들어 발표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가지고 유능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전북국악관현악단은 3년여의 시간동안 튼튼한 실내국악악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북은 판소리만이 대두되었고 판소리에 의해 다른 분야의 음악이 사장되기도 했습니다. 예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우리의 음악을 선보이려 했습니다. 정악으로 표현되는 지식계급의 음악을 재현해가려 합니다. 정악의 복원은 양반의 도시로 알려졌던 전북의 이미지를 새롭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북국악관현악단의 신용문(우석대 국악과교수) 단장은 예향 전북의 자랑으로 만들어 나갈 각오를 밝힌다.
전북국악관현악단은 옛 전통의 복원뿐아니라 국악의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전북도내의 음악과 교수인 김광순, 양기슨, 김정두, 이중복, 송은씨등의 창작곡과 신석정시인의 시에 성악 관현악곡 등으로 편곡한 곡 이외에도 전라도의 음악을 만들어 가기에 열심이다.
또한 국악을 통한 교육의 장 역할은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통음악을 소개해 주는 자리는 학생들에게 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전주의 중앙여고 공연, 정읍군내의 중․고등학교 학생들 4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신태인 실내체육관에서 가진 공연은 우리음악을 새롭게 인식시켜내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는 전북국악관현악단에게는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학생들에게는 우리의 것을 알려주며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살아숨쉬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현재 전북국악관현악단은 정단원과 준단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단원은 국악과를 졸업한 사람이고 준단원은 국악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국악과 졸업생들이 배출된 학교가 많지 않았기에 우석대 국악과 학생들 중심이 되어 있지만 93년도부터는 전북대의 국악과 출신들과 백제전문대의 국악과 출신들도 뽑아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북 국악관현악단이 인재육성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단원들의 교류에서 잘 드러난다. 예술일을 키워내 기존 악단으로 흡수시켜 주는 중간교류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학교를 갖 졸업한 단원을 좀더 성숙한 예술인으로 만들어주는 중간 기착지 역할이다.
순수민간단체로의 전북국악관현악은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가장 힘든 점으로 예산부분을 꼽을 수 있다. 단원들에게 수당이나 월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작곡자들에게 작품비를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형편이기 때문에 공연이 한번 치러질때마다 창립때부터 후원자로써 든든한 힘이 되준 소극장 예루의 지원을 받거나 예루의 기획공연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점 때문에 간혹 오해를 받곤 한다. 전북국악관현악단이 예루 소극장 소속 단체가 아닌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많은 부분에서의 도움과 단체와의 관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신용문단장은 밝힌다. 더불어 홀로설 수 있는 여건과 힘을 키워나가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국악관현악단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는 홀로서기는 전북도내의 기업체들이나 정부의 지원과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워낼 수 있는 힘만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의 예향이 아니라 진정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예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연주단체로서의 가장 중요한 여건은 연습장과 발표무대이다. 하지만 전북국악관현악단의 경우 연습장이 없어 학교에서 연습을 하거나 여기저기 빈 공간을 쫓아다니기에 바쁘다. 올부터는 예루소극장의 전시실을 이용하기로 되어있어 다소 안심이 되긴 하지만 전북국악관현악단만의 공간을 가지는 일은 절실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극도로 힘든 환경속에서도 전북국악관현악단이 큰 힘들 낼 수 있는 것은 여러요인이 있다.
자리를 꽉채운 어린손들의 박수소리도 큰 힘이 되고, 연주회에 작품을 써 주어도 작품비 따지지 않고 좋은 창작곡들을 써주는 작곡가 선생님들, 한푼의 월급없이도 소속단원이라는 긍지 하나로 열심히 해주는 단원들, 전북의 국악을 위해 아낌없이 후원해주는 후원회 등은 전북국악관현악단이 오늘의 시간까지 있게 한 힘이었다.
“전북 국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고 지역문화발전에 조그만한 보탬이 외었다면 큰 보람입니다. 새로운 창작곡으로 전라도의 음악을 선보이는 작업에 더욱 주력할 것입니다.” 우리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힘든 작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세살박이 전북국악관현악단이 밝히는 포부는 든든한 우리음악의 미래를 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