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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시]
바다는 뒤집히지 않는다 김대중선생께
정양․시인(2004-02-03 10:21:47)
눈보라치는 밤바다 거친 물결 앞에 서 있습니다. 뒤집힐 듯 뒤집힐 듯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바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들이 흔적도 없이 자꾸만 빠져죽는 바다 빠져죽은 눈보라들이 아무데서나 아우성치며 뒤집히는 바다 그 바다 앞에서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이 시대의 분노와 고통과 절망의 물결들을 한 몸으로 감당하시던 그 외로움이 그립습니다. 원통하고 답답하고 서러운 우리 가슴속보다 바다는 더 답답하고 원통한가 봅니다 백성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야속한 것이옵니까. 얼마나 불쌍하고 또 불쌍하옵니까 은혜를 못 갚아 마음 아프다시는 선생께 이 나라의 얼마나 많은 어리석고 야속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그날 이후로 밥상머리에서 일터에서 잠자리에서 화장실에서 숨죽여 흐느끼며 지내는지를 자꾸만 빠져죽고 뒤집히는 저 눈보라들이 짐작할까요 목포의 눈물에서부터 눈물도 않은 이별도 않은, 이루지 못한 사람도 많은 이 나라 가요들을 사람들은 김대중 그 이름으로 되새기며 울먹입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선생은 그 눈물로부터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부터 얼마든지 자유롭습니다. 사악한 무리들의 온갖 지긋지긋한 족쇄들로부터 군사문화로부터 지역감정으로부터 이제는 얼마든지 얼마든지 자유롭습니다. 역사의 뒤안길 아닌 역사의 구심점에 고결히 자리하시어 끝끝내 사악한 무리들에게는 자유로운 그 이름으로 의로운 세상을 끝끝내 알게 하시고 날이갈수록 천해지는 백성들에게 고결한 그 이름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을 터주십시오. 아우성치는 끝끝내 안 뒤집히는 바다 앞에서 한 많은 우리 가슴 속 몸부림치는 자유와 민주, 정의와 사랑과 풍요의 영원한 고향, 김. 대. 중. 선. 생. 그 이름을 목메어 불러봅니다. *…시인 정양은 1942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문과와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0년 뒤인 7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평론활동도 펼치고 있는 정양시인은 시집 『까마귀떼』와 『어느 흉년(凶年)에』, 『수수깡을 씹으며』(공저)를 펴냈다. 지금응ㄴ 전주우석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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