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 | [특집]
문학․민족문학 건강성 뿌리내리기의 의욕
김연희
(2004-02-03 10:50:03)
1992년도 전북의 문학계는 여러단체들의 활발한 활동과 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기에 바쁜 한해를 보냈다.
두드러진 성과로 꼽을 수 있는 민족문학계열의 활발한 활동과 청년문학회의 결성, 김해강 시인과 이철균 시인 등 작고시인의 시비건립추진 등의 움직임은 전북문학의 맥을 이어가는 수확으로 평가된다. 또한 한국아동문예작가회, 한국수필가협회, 문인협회 전북지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등에서 가진 세미나는 문학의 위상을 점검하고 우리문학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조명 그 방향을 모색한 의미있는 자리로 꼽히고 있다. 많은 문학지의 창간, 폐간속에서 20여년을 꿋꿋이 버텨온 전북아동문학의 20호 발간도 뜻깊은 일로 기록된다.
민족문학의 위기설이 팽배해 있던 문학계에 지난해 민족문학계의 활동은 풍성한 성과로 꼽힌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의 기관지 「전북의 민족문학」이 봄․가을에 발간되었고, 3월과 8월 발행된 민족문학통신 1․2호와 91년에 이어 실시된 제2기 민족문학강좌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꾸려져 다른해에 비해 비교적 체계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민족문학인협의회 산하 「전북청년문학회」의 결성도 눈에 띈다. 20대의 진보적 문예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청년문학회는 개별화되어 있는 젊은 문인들의 역량을 한군데 결집하여 이지역 민족민중문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청년문예운동의 신선한 축을 형성해 나가고자 창립된 단체로 기관지 「청년문학」1․2호를 발행하는 등 활기찬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92년 문학계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작고 문인들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문학적 위치를 정립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문인협회 전북지회에서는 김해강 시인과 이철균 시인 등 작고지역문인들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작고작가들을 추모하기 위한 사업으로 김해강․이철균 시인의 시비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고 김해강 시인의 시비는 93년 4월 17일 제막식을 가질 예정으로 시비는 현재 제작중에 있다.
‘태양의 시인’, ‘학의 시인’으로 불리워졌던 김해강 시인은 1903년 전주에서 태어나 저항시인으로서 역사의식을 강하게 투영해낸 작품 ‘지주망’ ‘천하의 시인이여’ ‘마녀의 노래’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저항시인으로서의 위치를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있고 오히려 문단에서 소외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현실을 올바르고 본격적인 평가 작업이 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균시인은 1927년 전주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창작활동을 해왔던 작가로 평생을 시창작에 열정을 쏟아왔으나 시집한권 없이 작고한 불운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문인협회는 그의 문학세계를 기리고 평생동안 일관해 왔던 창작에의 삶을 추모하는 뜻으로 유고시집 ‘신즉물시초’를 발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함께 진행되었던 김해강시인의 연구서인 ‘태양의 시, 학의 시인 김해강’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우리문학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었던 활동이 풍성했다. 문인협회가 ‘문학의 기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고,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문학적 진실과 역사적 진실’을 주제로 하였고 한국 수필가협회의 ‘수필의 문장과 개성’세미나, 한국아동문예작가회의 세미나 등은 지역문인들에게 우리문학을 점검해보는 귀중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각 단체가 발행하는 문예지중에서 이지역 문학인들이 가장 폭넓게 참여하고 있는 종합문예지 『표현』이 1992년 상반기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오늘의 리얼리즘 그 행방’은 전북지역의 문인들 참여뿐아니라 전국적인 문인들의 참여를 다양하게 이어내는 주제로 관심을 모았다. 이 특집은 전북문학의 내일을 전망하는 계기로서 뿐아니라 80년대 문학상황에서 가장 굵직한 기틀을 마련했던 민족․민중문학으로 대변되는 ‘리얼리즘’에 대한 평가와 그 방향이 문학계의 관심사로 다시 부상하면서 지역문학에서도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논의가 새롭고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바탕이 되었다.
전북지역의 아동문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전북아동문학회는 1971년 창립한 후 20여년동안 꾸준한 활동을 벌여 ‘전북아동문학’ 20집을 발간해낸 성과를 보였다.
아동문학 인구의 저변확대와 그 위상을 정립하는 산실로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북아동문학」은 회원들의 창작활동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고 신인발굴에도 기여를 해오고 있다. 20호 특집에는 ‘전북아동문학회 창립 20주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21세기의 전북문학이 나가야할 방향’, ‘전북아동문학에 거는 기대’ 등이 실렸다. 또한 전북아동문학회 허호석회장이 기고한 ‘전북아동 문학 20년’은 이지역 아동문학의 발전상을 점검하는 내용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주어지는 목정문학상은 93년부터 문학․음악․미술 3개 부문으로 나누고, ‘목정문화상’으로 이름을 개칭해 실시될 예정이어서 지역문화발전의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도 문학상이 바람직하게 운영되었는가에 대해선 아쉬움을 남겼는데 각 문학상이 형식적이거나 돌아가면서 주는 상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작품성이나 업적을 근간으로 이룬 상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민간 단위의 목정문화상 제정은 문화예술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될뿐아니라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일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이밖에 소극장 단위의 문학 뿌리내리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열린마당 ‘아사달’의 ‘열린시 낭송의 밤’ 공연 정착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겠다. ‘시를 통해 생활속의 정서를 함께 나눈다’는 취지아래 실시되고 있는 시낭송회는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 열렸다. 문학동호인이나 문화인들 뿐아니라 커피숍에 들렀다 참여하는 관객 등 참석자들이 한 자리로 어우러지는 시간이 되는 시낭송회는 91년 9월 첫 자리가 마련된후 꾸준한 관심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92년 한해의 문학계는 여러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더욱 성숙한 전북문학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꿈틀댄 한해였다. 지난 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더 발전된 올 한해 문학계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