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 | [특집]
무용․춤의 대중화, 새로운 가능성 보인 한해
편집부(2004-02-03 10:51:28)
한해동안의 문화계를 되돌아보는 일은 문화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92년 우리 문화예술계는 공연 예술이 그 어느 해 보다도 활기를 띠었던 바면 문학 미술 분야는 평년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국내 전반적으로 동구권과의 교류가 확대되는 분위기속에서 해외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공연이 연이어 올려지면서 관객들의 큰호응이 모아졌던 것과느 대조적으로 국내의 공연 예술은 「풍요속의 빈곤」현상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양적 팽창에 견줄 수 있는 질적 향상은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전북의 문화예술계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춤의 해」를 맞아 공연예술 무대가 전에 없이 활기를 띠었고 그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각 예술단체들이 새로운 발전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수확으로 보여진다.
올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무용계이다. ‘춤의 해’를 맞은 올해,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바쁜 한해를 보내야 했던 춤계는 연초부터 그 운영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등 운영상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지만 적어도 우리 무용계의 위상을 새롭게 점검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성과로 꼽힐 만 하다.
전북지역의 춤계는 꾸준히 이어진 각종 공연 무대로 예년에 없이 활기를 띠었고 양적 팽창 못지않게 내용이나 의미를 부각시키는 공연이 적지않아 이지역 춤 발전의 가능성을 예시하는 바탕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도약을 위한 전환기적 바탕을 이루어낸 한해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풍성한 활동을 이어냈던 금년 전북 무용계의 가장 특징적인 성과는 젊은 세대들의 의욕적인 활동과 각종 기획발표무대가 급격히 늘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무대가 기획되어 올려지면서 춤관객의 층을 확대하고 춤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던 점은 소중한 수확이었다.
금년 공연 무대에서 가장 돋보였던 무대는 문화저널이 5월에 마련했던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이다. 잊혀져 가는 우리 춤의 정서를 되찾고 그것의 현대적 계승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시켰던 그 춤판은 지금까지 공연무대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온 숨은 명인들과 생활속에서 전승한 춤을 보유하고 있는 이름없는 춤꾼들이 순수한 원형을 재현함으로써 우리 춤의 독창성을 발휘해낸 무대였다.
이와함께 부각될 수 있는 무대는 우진문화공간이 의욕적으로 기ㅗ힉했던 춤판이었다. 연중 기획 춤판으로 열린 이무대는 소극장 춤 정착에의 기대와 젊은 춤꾼들의 창작활동을 북돋는 계기가 되었던 점에서 큰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춤판 둘>로 기획돼 하반기 무대를 장식했던 30대 춤꾼들의 「한국춤 그 침묵과 생명의 아름다움」주제로한 무대는 오늘의 전통 한국춤으로 자리잡고 있는 우리춤을 모두어낸 자리로 오늘의 우리춤이 어디에 서있는가를 살펴보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도립국악단 무용부가 창단 이후 처음 본격적인 발표무대로 마련했던 <천지의 울음>은 우선 이 지역에서 모처럼 올려진 창무극 형식이었던 점, 그리고 이지역 역사를 주소재로 끌어들인 작품이었던 점, 현장음악 반주와의 접목으로 춤무대의 한단계 도약을 이루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주제 의식의 명료함이나 춤의 본질적인 요소보다는 그 외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장식화 됨으로써 오히려 춤이 지닌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젊은 세대들의 의욕이 돋보였던 무대로는 우진문화공간 초청으로 정기적인 발표무대를 마련했던 현대무용단 「사포」와 한국 춤의 「원무용단」이 자체적으로 기획했던 소극장 공연무대다.
현대무용단 사포는 금년 한해동안 서울 광주를 비롯한 각지역에서 발표무대를 마련한 것을 비롯 모두 15회의 춤판을 가짐으로써 왕성한 창작 의욕과 역량을 돋보였으며 새로운 도약기에 들어섰음을 증명해주었다.
또 지금까지 이리를 중심으로 정기공연무대를 여는데 그 활동의 폭을 제한시키고 있었던 원무용단이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가졌던 춤판 역시 춤의 대중화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여진다.
춤의 해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전북에도 <춤의 해 운영 위원회>별도로 구성되면서 3월의 개막제, 12월의 폐막제를 통해 대학무용과 연계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지역 춤발전에 기폭제가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대학무용이 학외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던 금년 춤판 분위기는 전북지역의 춤이 보다 새롭게 변모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시켜준 예가 되었다.
개인 춤판으로는 이지역 춤의 맥을 이어온 최선, 금파 등 중진 무용인들의 의욕적인 발표무대가 각별한 의미를 전했다.
전국규모의 무대가 이어졌던 것도 금년 춤판의 수확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춤의 해를 둘어싸고 이루어졌던 전국규모의 행사들이 과연 지역춤판의 발전에 어느 정도로 기여를 하고 자극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었느냐는 점에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일방적인 운영에 지역 춤단체나 춤꾼들이 동원되는 형식으로 치루어진 이른바 춤의 해 기념 행사들이 어쩌면 지역문화의 위화감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는 되지 않았는지 하는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지역춤계는 그 독자성을 회복하고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올 한해동안 전북에서만 4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 무대들이 올려져 양적인 팽창 못지않게 질적 향상을 이루어냈음에도 실질적인 성과를 정당하게 가늠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도 정작 전북지역 춤의 실체를 점검하는 자리는 마련하지 못했다는데에 있다. 밖으로 보여진느 발표무대에만 집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지역 춤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더듬어 보고 그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본격적 논의의 자리는 단한번도 마련되지 못했던 금년, 전북 춤계가 그동안 누누이 소리 높여 왔던 춤단체 발족이나 춤을 위한 전용공간 마련을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의 전북무용계가 활발한 공연 활동과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겉치레에 급급해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