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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9 | [서평]
보건의료제도의 문제가 보인다. 『위기의 보건의료』(하워드H. 하이야트 저, 양봉민 역, 나남, 1994)
글/김영기 전북대 교수 사회학과 (2004-02-03 11:00:46)
우리는 건강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건강유지를 위하여 어떻게 생활하여야 하는가? 장수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의 건강비법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한 지식이나 처방, 운동요법 등을 TV나 신문, 잡지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반면에 수많은 사람들이 예방 할 수 있거나 피할 수 있는 질병, 고통, 무능력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보건의료비의 증가, 의학의 진보,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상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질병이 발생하면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많은 검사와 투약과 수술을 받고 있어 쓸모없는 노력에 매년 많은 시간과 돈,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보건의료제계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1차 보건의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1차 보건의료에 의한 제도개혁을 주장하는 책이 바로 하워드 H.하이야트의 [위기의 보건의료](양봉민 역. 나남)이다. [위기의 보건의료]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합리적인 공공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체사회의 욕구에 관심을 둘 것을 제안한다. 이는 의료의 사회적 측면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주며, 의료서비스는 건강문제에 대한 여러 접근중의 하나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보건의료부문에서 의료자원의 계획성 없는 배분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악화시켜 왔다. 미국의 경우 연간소득 3천 달러 이하인 계층의 의료비 지출은 소득의 10%정도인데 비해 연소득 1만5천 달러 이상 계층의 의료비 지출은 소득의 2%에 불과하다. 낮은 소득 계층의 진료 제공자인 지역보건소에서는 정부보조금의 형식적 지원으로 양질의 체적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다. 국가적 예산 차원에서의 보건의료부문의 비용 억제는 인간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근시안적 사고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원만 있었더라면 예방될 수도 있었을 질병의 치료비용은 상당히 크다. 평생 불구된 미숙아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지불하여야 할 특별교육 비용뿐만 아니라 비정상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큰가? 빈민 아동이나 노인들과 같은 많은 소외된 계층의 기본적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명백한 자원배분의 원칙이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1차 보건의료의 환자를 위한 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질료의 연속성, 대화와 관심,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거나 소개하는 문지기 역할과 성심성의껏 돌보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의사와 환자 관계의 여러 가지 예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첨단의료기술이 거의 모든 건강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에 직면한 환자들의 고통의 해결과 일상적 사회생활의 유지를 위하여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포괄적 1차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과 포괄적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고 있는 캐나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의 교훈은 기본적으로 가정의서비스, 병원서비스 및 간호서비스가 전국에 고루 배분되며, 모든 사람이 지역, 소득, 사회계층에 관계없이 의료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만성병이나 중병에 걸리더라도 환자나 가족을 경제적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음을 확인시켜 준다. 영국은 정부가 조세를 통해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지불하는 비용은 없으며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영국은 미국보다 평균수명이 약간 길고 영아사망률도 낮다. 한편 캐나다의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기관들은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나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모두 정부의 공공 의료보험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외래, 급만성 입원, 장기 가택진료는 전 국민이 무료로 이용하게 제도화하였다. 그리하여 캐나다는 의료서비스의 배분에 있어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였으며, 지역사회의 역할(치료,간호,사회서비스,양로요양원,만성질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시설들)이 증대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경험에서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예방을 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의료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의료서비스의 비용, 접근도, 질, 그리고 보건의료 조직과 같은 문제들을 효율성과 효과성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현재 주어진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의료부문에 추가적인 돈을 들이지 않고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검사, 수술, 장비의 중복설치, 혹은 다른 비효율에 대신하여 국민을 위한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론 이런 경우에 의료기술의 발전과 노인계층의 의료욕구는 의료제도에 큰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의료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은 덜 중요한 프로그램에 돈이 사용되기 전에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의료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두어 국민 모두에게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의료부문의 자원배분을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우선순위의 결정에 있어서 경제부문간의 교환관계가 문제가 된다. 예컨대, 자원의 배분이 대다수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부문보다는 불필요하고 비효과적인 국방부문에 치중되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건의료 자원의 계획적 배분은 보건의료 제도가 대폭적으로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기술의 발달, 의료욕구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바람직한 보건의료 제도의 필수적 요소를 두 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질병의 예방은 의학적 처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소들과 관련된다는 것이며, 환자를 위한 질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0대들의 임신, 약물복용, 자살, 살인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의학적 치료를 해줄 수 없으며, 이는 모자보건 사업, 주거, 영양, 교육, 고용에 대한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의료제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학기술과 환자보호와 그리고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이 책이 한국의 보건의료 현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보건의료제도의 문제가 무엇이고, 바람직한 보건의료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보건의료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볼 가치가 있다. 보건의료제도의 직접적 희생자나 제도의 개선을 희망하는 보건의료인이나 보건정책가들, 그리고 의료제공자도 필수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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