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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9 | [문화저널]
에어컨을 다시 생각하는 이유
글/김용남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2004-02-03 11:11:52)
올 여름은 말 그대로 찜통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폭염이었다. 소나기도 찔끔거릴 뿐이고, 한번씩 몰아닥치면 엄청난 피해를 주던 태풍도 우리 지역에는 목을 적실 정도의 비만 뿌리고 지나갔다. 비라도 좀 안오나? 하고 온 국민이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이 올 여름은 유난히 많았고 가뭄 대책으로 전 국민의 성금을 걷고 군인과 공무원이 대거 가뭄 현장에 투입되고 각종 장비가 동원되었다. 결국 태풍이라도 좀 왔으면 하던 사람들의 기원 덕택에(?) 내려준 태풍언저리 바로 겨우 농작물 해갈이 되었다. 그러나 ꡒ열대야ꡓ라고 표현되었던 가마솥더위는 여전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살맛을 잃을 정도의 무더위는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1907년 기상77관측을 실시한 이래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한 올 여름에 세계의 다른 곳에서도 가마솥더위가 계속되는가 하면,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지는 기상이변이 나타났다. 유럽대륙은 금세기 최악의 열풍에 시달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북부 등은 가뭄으로 인하여 물 부족 사태와 무더위를 겪었다. 일본은 물 배급 60%로 줄이자 자동차 공장이 생산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으며 독일은 더위로 물고기가 질식사하고 스모그를 우려해 고속도로 조행 속도를 시속 90km로 제한했으며, 폴란드는 과열된 철로의 탈선을 피하기 위해 감속운행을 실시해서 열차 연착 사태가 매일 발생했다. 덴마크는 매일 일사병환자와 천식환자가 무더위로 숨지거나 병원에 실려 갔으며 영국은 10년 만에 가장 무더운 7월을 경험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베트남에 하루 강우량이 180mm를 넘는 폭우가 내려 집과 다리들이 물에 잠기고 떠내려갔고, 중국 남부 관동 지역에서도 사흘간의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농지 27만ha가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됐다(한겨레 94.7.31) 이런 기상이변은 왜 발생하는가? 기상학자들 말로는 지구의 환경파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석탄과 석유 사용으로 인한 온실효과, 프레온 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 주체할 수 없이 늘어만 가는 생활 쓰레기와 산업폐기물, 지구의 사막화, 열대 원시림의 무자비한 벌목과 같은 일들이 결국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고 지구의 기상이변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예를 들어보자. 위와 같은 환경파괴는 곧바로 대기를 오염시킨다. 대기오염의 악화로 빚어진 자연 순환의 교란이 만들어낸 대표현상은 산성비와 온실효과다. 산성비는 화석연료와 배기가스에서 배출된 황 질소 산화물이 비에 섞여 내리는 것으로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삼림을 파괴하며 호수 등을 죽게 한다. 이로 인해 서독, 프랑스, 체코 등의 경우 전체 삼림의 1/3이상이 파괴되고 수만 개의 호수가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 또 현재 전 세계의 문제로 부각되는 온실효과는 대기 오염으로 인해 지구열의 방출이 차단됨으로써 지구 온도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구 온도의 상승은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높임으로써 평지가 물에 잠기고 이사아 폭설을 몰고 오는 등 기사이변의 원인이 된다.. 이런 환경파괴에 의한 기상이변이 올 여름의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를 몰고 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무더위 속에서 거의 모든 가정이 에어컨 타령을 했다. 실제로 에어컨과 선풍기는 없어서 못 팔았고 에어컨 생산업체는 작년의 재고품까지 몽땅 팔고 설치비도 따로 계산해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올 여름 전 세계가 같은 현상인 듯하다. 유럽의 어디에 가나 이제는 선풍기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고 일본 역시 냉방기구 수요와 폭증하는 전력수요가 일본 국내 생산량을 끌어 올리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상이변은 또 더 많은 에너지의 수요를 불러일으킨다. 끝없는 인간의 소비욕구는 에너지 수요를 가속화 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환경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전력소비량이 극대화된다면 2-3년 내에 전력 예비율 0%의 무시무시한 상호아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전은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에어컨 보급률은 60%이지만 우리나라는 10%수준이라고 한다.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지금 우리나라 에어컨 보급률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가면 갈수록 기상이변은 더 심해질 것이고 에어컨의 수요는 당연히 늘 것이며 자동차의 수요도 지금 수보다 열배가 더 늘어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지금 세계 전체에서 한 해 동안 소모하는 석유량은 백만 년 동안 퇴적된 화석의 양과 맞먹는 것이라고 한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연료가 석유라고 할 때 과연 석유의 부존량은 얼마나 될까? 지구에는 앞으로 70년 정도의 사용 석유량이 남아 있다고 한다. 석유가 다 떨어지면?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건 끊임없이 에너지를 생산해 낼 것이다. 대체 에너지로 원자력을 말하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원자력 지지론자들은 값도 싸고 깨끗하며 공해 없는 에너지로 원자력을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원자력이 정말로 값도 싸고 공해가 없으며 깨끗한 에너지인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비용은 다른 수력이나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비용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 올바른 평가다.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다 되었을 때에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는 물질의 처리 비용은 발전소 건설비용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싸게 보일뿐이다.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또 엄청난 비용이 든다. 더구나 원자로에서 생기는 방사능 누출의 위협을 우리는 벌써 경험했다. 그래서 세계는 이제 많은 산업 강대국들이 원자력을 포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무서운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지금도 그 피해를 치료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드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로 단 1기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도 하고 있지 않다. 스웨덴도 전기의 절반을 원자력으로 충당했었다. 원전은 이 나라 에너지 정책에서 최대의 논쟁거리였으나 미국 드리마일섬 원전사고가 난 이듬해인 1980년 국민투표에서 가동 또는 건설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하는 2010년까지 이들을 모두 폐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ꡒ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ꡓ라고 말하며 대안으로 ꡒ생물연료와 천연가스,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과 에너지 효율의 향상ꡓ을 제시했다. 올 여름 무더위와 환경 파괴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시각을 새롭게 재조정 해 볼 필요를 느낀다. 현대 산업사회는 에너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무한정한 에너지의 수요는 곧바로 환경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환경이 파괴되어 갈 때 우리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항상 개발과 파괴는 동전의 앞뒷면으로 여기면서 개발에 의한 발전우선의 논리를 전개해 왔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환경보호와 함께 공존하는 논리와 지혜가 필요하고 우선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너무나 많다. 만들어지자마자 한번 펼쳐지지도 않은 채 고물상에 넘겨지는 일간신문 때문에 수십 ha의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무작정 매립하는 쓰레기 정책을 재생 정책으로 바꾸어 재생산업을 반전시켜야 한다. 초기 원자력 발전소 개발 때 쏟았던 돈과 인력을 태양에너지와 풍력, 조력, 지력 에너지 개발에 투입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의 변화다. ꡒ우리의 삶을 망치고 병들게 하는 원인은 가난이 아니라 풍요에 대한 동경이고, 소비문화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저주ꡓ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 올 여름의 무더위가 기상이변 때문임을 생각할 때 이 무더위는 여느 때의 그것과 분명 다르다. 우리 모두 올 여름의 무더위가 기상이변 때문임을 자각하고 에어컨 타령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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