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2 | [문화저널]
눈과 눈썹에 대하여
황인웅 / 향토사학자(2004-02-03 11:15:57)
눈의 얼개가 검은 동자와 흰자로 구분되고 있는 사실은 마치 달걀이 노른자와 흰자로 나뉘어지고 있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눈을 나타내는 ‘目’이나 알을 나타내는 ‘卵’은 모두가 테두리속에 그야말로 알자배기가 들어 있음을 본뜬 글자다. 다만 ‘目'은 검은 동자와 흰자를 정확히 구분하였는데 반하여 ’卵‘은 그저 알자배기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음을 점으로 간단히 나타낸 대신에 알의 모양을 양쪽으로 대비시켜 알의 수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재미나는 사실은 알은 곧 조류의 씨요, 눈은 곧 식물에 있어서 싹이 돋는 발아점인데 특히 싹은 대나무에서 가지가 돋아나는 모양새처럼 좌우로 균형을 잡아 계속해 나오기 때문에 식물에 있어서의 눈을 나타내는 ‘相’은 서로 마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글자다.
식물보다는 동물이 훨씬 정교하고 동물중에서 사람이 가장 정밀하다. 사람이 가장 정교하다는 예증의 하나로 우선 눈을 보호하고 있는 눈썹만 주의깊게 비교해 보자. 더 물어볼 것 없이 사람의 눈썹이 가장 뚜렷하지 아니한가? 눈은 내가 나 아닌 모든 것을 보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감찰관(監察官), 코는 냄새를 맡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심변관(審辨官), 입은 말하고 먹는 일을 수행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출납관(出納官), 귀는 모든 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채청관(採聽官)이라 하였고, 다만 눈썹은 보수관(保壽官)이라 하였다. 그런데 입이 입만으로 먹고 말할 수 있는다? 라고 물으면 누구나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며, 물론 입안에 혀가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있고, 이빨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있다고 이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에는 눈썹이 있어야 사물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나쳐서는 않된다. 눈썹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눈동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속눈썹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눈과 이마 사이에 있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막아 주는 겉눈썹이 있다. 겉과 속이 모두 중요하듯 겉눈썹과 속눈썹이 한결같이 눈을 보호하는데는 없어서는 않될 것들이지만 흔히 눈썹이라 하면 속눈썹을 잊고 겉눈썹만을 일컫기 쉬우며 특히 겉눈썹이 하는 일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개는 십중팔구 그저 눈의 외곽에서 눈을 보호하는 역할 정도만 들어 말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특히 겉눈썹은 비록 눈과 이마 사이에 붙어 속눈썹보다는 눈과 멀어 그 역할마저도 외질 것 같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못 볼 것을 보았거나 못들을 소리를 들었거나 지독한 냄새를 맡았을 때에 제일 먼저 못마땅함을 나타냄은 역시 ‘눈썹을 찡그리는 일’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눈썹이야말로 얼굴 전체를 보살피고, 그 보살핌을 통해 사람 사람을 사람답게 이끌어 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흔히 붉은 입술에 하얀 이빨(丹脣皓齒)을 아름다움의 한 조건으로 든다. 이에 못지 않게 눈과 눈썹이 곱게 빼어남(眉目秀麗)도 중요한 조건중의 하나다. 그러나 형식의 아름다움보다는 내용의 실다움이 더욱 중요하듯, 눈과 눈썹도 곱고 빼어나야 좋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다름아니다. 눈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볼 수 있고, 눈위의 눈썹은 모든 거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실다움이 중요하지 아니한가?
그렇기 때문에 눈썹이라는 글자는 눈(目)위에 눈썹이 나 있는 모양을 그대로 그린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