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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2 | [서평]
모사(某事)는 사람에 있고 성사(成事)는 하늘에 있다
이용엽/서예가 (2004-02-03 11:16:57)
이시대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음 세대에 역사소설로 다루어졌을 때 역사의 주역들은 역사속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하는 점을 인식하여 역사에 한점 부끄럼이 없고 후손에게 부끄러음이 없는 조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읽은 책중에서 가장 감명깊었고 읽을수록 흥미가 있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으로 “삼국지”를 꼽을 수 있으며 이책은 국미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읽도록 권하고 싶다. “삼국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1900년전의 고전이고 “삼국지”에 활약하고 있는 등장인물을 자세히 센다면 수만명이 될 정도로 방대한 책이다. 내용은 중국의 역사에서 취재하고는 있지만 정사(正史)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속의 인물을 교모하게 활약시켜 후한의 제12대 영제때부터 무제(武帝)가 오(吳)를 멸망시키는 태강원년까지의 약 110여년간에 걸친 치란을 주로하여 쓰여졌다고하나 그 구상의 웅대함과 무대지역의 넓이는 세계의 고전소설 중 그 어느 작품과도 견줄 바 없다고 한다. 나는 어릴적에 선친으로부터 “삼국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시간이 있을 적마다 들려달라고 졸라댔다. 그때마다 관운장의 오관돌파 이야기이며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하는 적벽대전 이야기를, 그당시 어린 나는, 사실로 알고 재미있게 들었다. 그후 국민학교 시절에 김용환씨가 만화로 그린 “코주부삼국지”가 꽤 인기가 있어 직접 이책을 읽어가면서 책읽기에 흥미를 가진 것 같다. 그이후부터 나는 무슨 책이든 읽기를 좋아하여 군대생활 중에도 번역물인 “삼국지”를 읽었는데 그때는 혈기왕성한 때라 ‘여포’나 ‘관우’, ‘장비’, ‘조자룔’ 등 말 잘타고 창칼 잘쓰는 장수들의 무예에 흥미를 느끼고, 읽고 또 읽고 그 과정에서 장수들의 상(像)을 내마음속에 동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후 30대 후반에 다시 읽어보니 시대의 변화와 필자의 직장생활에 따른 의식전환으로 등장하는 인물중에 유현덕과 관우 장비의 의형제로서의 신의와 의리 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에 마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또한 우유부단한 것 같으면서도 덕망과 탁월한 포용력으로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맞아들여 다스릴 수 있는 유현덕의 인품에 머리가 숙여지고 군율의 엄한 본보기로 즉 국법을 엄하게 다스리기 위하여 자기가 가장 신임하고 아끼던 장수인 ‘마속’을 패전의 책임을 물어 사형시킨 군사령관 제갈공명의 지략과 서릿발같은 엄격함, 그리고 준엄한 군율을 행동으로 실천한 그의 탁월한 통솔력과 전략에 나는 반해 버렸다. 그러나 최근 50대에 다시 그 책을 읽어본 느낌은 ‘모사(謀事)는 사람에 있고, 성사(成事)는 하늘에 있다’(謀事在人成事在天)는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유현덕이, 당대의 덕망가로서 뛰어난 전략가인 제갈공명을 위시하여 관우, 장비, 조자룡 등 당대에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기라성같은 장수들을 휘하에 거느리면서도 중원의 통일을 이루지 못한 사례나 뚜렷한게 내세울 만한 참모는 적어도 걸출한 지략과 탁월한 병법으로 풍부한 자원을 가진 지리적인 뒷받침으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지략이 뛰어난 '주유', '노숙' 등의 인물을 등용하여 유현덕이나 조조의 대결에서 외교수완을 발휘하고 나라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간 오나라의 손권 등 삼국의 체제가 팽팽하게 정립되어 삼국의 외교활동, 장수들의 철학이나 사상등의 연구에 흥미가 쏠렸다. 같은 내용의 글이지만 읽을수록 느낌이 다른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전개되는 과정이 워낙 방대하고 백여년에 걸친 역사에 바탕을 둔 소설이기에 우리에게 와닿는 감정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같다. 최근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기사내용을 보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해괴한 행동에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온나라가 들끓듯 요란하던 대선이 끝나자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신문에 오르내린다. 000억원의 발전기금 약속 없었던 일로 한다....... 누구에게 00억원을 주었다. 나는 받은 사실이 없다........ 모든게 실수였다. 하는 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에서 파생된 결과가 아닌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있는지 또는 모르고 있는지? 모든 국민들이 정신보다 물질위주의 황금만능시대 조류에 휩쓸려 돈이면 모든 것을 다 할수 있다는 생각에서 국민들을 안중에 두지않고 하는 행위가 우리 국민들을 몹시도 불쾌하게 한다. 차제에 승자는 자만하지 않아야함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패자에게는 그것을 거울삼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 각층의 지도자들에게 이책을 권하고 싶다. 이책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에 읽어보지 않은 분이 없겠지만 승자의 기분에서 읽을 때와 패자의 입장에서 읽을 때의 느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라도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신의가 얼마나 중요한가 깊이 인식하여 국민에게 보여주는 행동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같다. 우리와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이책을 많이 연구한다하니 이 시대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음 세대에 역사소설로 다루어졌을 때 역사의 주역들은 역사속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하는 점을 깊이 인식하여 역사에 한점 부끄럼이 없고 후손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조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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