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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문화비평]
환경문제와 동물원
이명우․전북대 조경학과 교수(2004-02-03 11:13:51)
『문화저널』로부터 ‘환경문제’에 관한 원고를 부탁 받으면서 단호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 지역 사회에 살면서 환경과 관련된 학문활동(환경계획 및 설계)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역문화예술에 특히 관심이 많은 문화저널독자들에게 환경에 대한 지식과 환경 문제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나의 임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실제 생활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하고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속수무책이기까지한 환경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독자들에게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일전에 다른 잡지(환경과 공해연구회지, 1992.6)에 투고 했던 글을 넘겨주어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이 내용도 환경문제에서는 매우 중요한 주제로서 지나 92년 6월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였던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의 대 주제였던 ‘생물종 다양성보존’에 대한 원고였다. 그러나 위기는 모면되지 않았다. 이 원고는 지나치게 축약적이고 전문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평상시부터 일반적인 독자를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해 오던 사람이야 잘 쓰겠지만 어디 그게 그리 쉬운가 말이다. 환경 문제가 워낙이 정리가 되지 않고, 글은 자꾸 막히고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다 하다 안되서 지난 2년동안 이 환경문제를 MBC라디오 컬럼을 통해 대중적인 글로 발표하셨던 은사이신 김정욱(서울대 한경대학원)의 글모음집인 『위기의 환경』(1992. 푸른산)을 사서 읽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우리 전주에서도 ‘좁은 목’ 행렬에서 느끼고 있는 식수오염 및 상수도오염의 문제, 여름이면 즐겨찾는 변산해수욕장의 문제, 가까운 군산에서의 TDI공장 가스누출문제와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아래 개발 진행되고 있는 무주리조트의 스키장문제부터 『문화저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폐지재활용문제에 이르기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환경오염문제는 체념해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모든 시민이 지켜야 할 생활수칙, 기업인이 지향해야 할 기업윤리, 정부당국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시민운동이 발전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와 관련돼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투쟁 NIMBY(Not in My Back Yard)라고 하여 지역적 이기주의로 지칭하여 비난할 것이 아니고 관련기업이나 당국자는 주민의 참여와 동의아래 모든 개발을 진행시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어쨌든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알고자 하면 위에서 소개한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원고에서는 이번 리오환경회담에서 주제가 되었던 ‘생물종 다양성보존’이 환경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전주에 사는 사람치고 전주동물원(기린원)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비록 규모는 작아도 쉽게 동물을 관찰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물원에 갈 때마다 흥미를 느끼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바닥을 내미는 곰, 오징어를 달라고 이리저리 옮아가며 서로 싸우는 원숭이, 나뭇잎을 좋아하는 꽃사슴, 한쪽 귀가 잘려진 코끼리, 그리고 쉴새없이 혀를 낼름거리는 키 큰 기린 이렇게 동물원은 우리들이 주변에서 보지 못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레크레이션(Recreation)장소이면서 동물들을 알 수 있는 학습(Education)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가지 보다 더 중요한 기능이 있다. 그것은 종보존(Species Conservation)이라는 기능이다. 즉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이나 희귀 동물들을 수집하여 그들이 자랄 수 있는 서식처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여 살리고 번식시키는 일이다. (식물원이나 수목원도 마찬가지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시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시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의 동물들만 관람하는 정도이지만 외국의 제대로 된 동물원은 상당한 면적에 야생상태의 동물서식환경을 조성하여 제대로 된 자연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동물원이 우리나라의 동물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산야에서 생육했던 동물로서 멧토끼, 다람쥐, 청설모, 하늘다람쥐, 담비, 산달, 족제비, 오소리, 수달, 수탉, 표범, 늑대, 여우, 너구리, 반달가슴곰, 멧돼지, 사향노루, 고라니, 노루, 산양과 같은 산짐승과 종족이 멸종된 가축들로 토종닭, 토종돼지, 조랑말 등 우리의 조상들이 즐겨 가까이 했던 동물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지구의 독불장군인 인간의 학술적인 용도나 레크레이션 용도 정도긴 하지만 그나마 멸종되어 가는 동물이라도 최소한의 생물종의 보존을 위해서 힘써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동물은 물론 인간까지도 멸종의 위기에 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이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이 숨쉬고, 물마시고, 밥먹는 기본적인 환경을 보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러한 생존환경의 문제는 단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풀, 나무, 곤충, 초식동물, 육식동물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이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물윤리(Bio Ethic)를 알게 된 것이다. 즉 인간만이 독불장군이 도리 수 없기에 생태계(Ecosystem)라는 차원에서 생물종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비로소 환경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20년전 만해도 시골에서 미꾸라지, 지렁이, 메뚜기, 거미 등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개천에서는 물가에서 수영하며 메기잡고 송사리잡던 추억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농약, 비료, 가정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으로 공기와 물과 토양이 오염되어 지금은 이런 것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환경속에서 지렁이를 볼 수 있고, 송사리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의 유엔환경회의에서는 생물종다양성보존을 위한 서식처환경 생태계의 보호를 전제로 한 개발만이 인간의 멸종을 막고 지구의 위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Environ-menta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ement ESSD)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동물원이라는 개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즉 우리가 사는 집주변에서, 우리가 지나다니는 전주천에서, 전동의 경기전에서, 덕진공원의 호수에서 생물들이 살 수가 있어야 하고 동물들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숲을 조성하고 물길을 터주고 공원녹지를 충분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조성해 주어야 한다. 마지못해 겉으로 보기 위한 나무, 건물주변을 꾸미 기위한 조경이 아니라 야조수가 모이게 할 수 있는 공원과 도로와 지역경제활성화 우선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서울이나 부산처럼 되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의 길을 걷고 있다 전주 제3공단을 유치하고, 남전주에는 제대로 녹지공간에 대한 배려도 없는 대규모의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청계천이 복대되었듯이 금암천을 복개하고 산허리를 잘라 고층아파트를 짓게 하고, 틈만 나면 도로확장에 연연해 하는 것이 우리 전주의 개발 실상인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브라질의 끄리찌바시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시의 시장으로 1971년 취임한 자이메레느레느씨는 도시에 여유공간만 생기면 녹지공간을 만들었고, 자동차도로를 더 이상 늘이지 않고 대중교통수단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쓰레기 재활용에 보상금을 주는 등 환경을 위한 정책을 20년간 수행하였다. 이 결과 이 도시는 브라질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고 타임지에서는 이 도시를 지구상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로 사는 도시로 추천되었다. 전주시는 지금이라도 환경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도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공원녹지정책의 중요성을 실천하는데 힘을 아껴서는 안될 것이다. 동물원 얘기가 나왔으니 빠뜨려서는 안되는 중요한 곳이 있다. 그곳은 우리 모악산 도립공원,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장산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공원(Natural Park)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늑대가 살아있고 곰이 살아있는 곳, 가족들이나 친구와 함께 숨죽여가며 이러한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느껴야 하는 곳, 이런 곳이 바로 자연공원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은 관광수입 및 입장료수입을 위하여 엄청난 집단시설지구의 개발, 산허리까지 자동차도로 개설, 케이블카 설치, 진입로의 확장 등을 통해 몰려드는 탐방객의 발길아래 몸살을 앓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사계절 관광이라는 명분아래 국립공원안에 스키장, 골프장, 위락시설 등을 설치하니 야생환경은커녕 또 하나의 파괴된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몇몇 생태자원으로 보존되어야 할 것들도 파괴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예만 하나 들어보자. 덕유산 남대천의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은 무주리조트의 스키장 개발로 멸종되게 생겼다. 반딧불의 애벌레가 자라나는 곳은 깨끗한 하천에서 자라는 다슬기인데 개발로 인한 침식오염으로 하천의 다슬기가 다 죽어버리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향사면의 경우는 생태적으로 가장 수림이 우거진 곳으로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귀되기가 어려운 장소인데 이곳에 숲을 훼손하여 인공적으로 엄청난 스키장을 만들었다는 것은 잘못 이전에 죄악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것은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92년 9월 무주에서 개최된 세계조경인 대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도대체 이렇게 좋은 국립공원안에 어떻게 스키장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 개발과 관련해 손을 쓸 수 없었던 국내의 조경인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할 마지막 남은 자연, 환경을 알게할 수 있는 유일한 자연, 그리고 환경문제로 인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자연공원의 관리를 위한 대책마련에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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