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0 | [건강보감]
우리의 몸을 튼튼하게, 그리고 즐겁게 하려면
글/정영원 완산구 보건소장
(2004-02-03 11:18:48)
오래 살고 싶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으며, 그 마음은 밑 터진 물독과 같아 다 채울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 몸을 죽지 않도록 하려고, 내 마음을 아프지 않도록 하려고, 모든 아픔을 낫게 해준다거나 젊고 오래 살게 해준다는 것에 아주 쉽게 이끌려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것들이 있어서, 누가 이 때까지 살아 있다거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죽지 않고 오래 살아 있을 것 같았던 이웃이 땅에 묻히는 것을 바로 오늘 내 눈으로 보고 있고, 내일 누군가 아프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다 믿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자 하는 지나친 바람이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하며, 죽음을 더욱 빨리 오게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 몸의 죽음만을, 또는 내 삶의 아픔만이 없기를 바라고 그 무엇이 그것을 이루어 줄 수 있다고 하여 그것만을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아픔으로, 죽음으로 몰고 갈 뿐이다.
그러므로 있는 것은 있는 것으로,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것 그대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누구도, 그 무엇도 나 스스로의 끊임없는 다스림보다 더 오래 살게 하고 아프지 않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바로 우리가 아파 있을 때는 얼마 되지 않으며 죽는 것도 잠깐인데 우리는 여기에만 많은 힘을 쏟을 뿐, 그 밖에 길고 길 나날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이때에 내 몸이 튼튼하도록 무엇을 하고 있으며, 내 마음이 기쁨을 지니도록 어떻게 하고 있는가는 조금도 돌보지 않다가 아픔이 왔을 때, 또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온 힘을 다하여 몸부림치는 어리석음을 흔히 보는 것이다. 이러한 우에겐 오직 슬픔과 괴로움이 더할 뿐, 그리 얻어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더욱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 바로 숨 쉬고 먹고, 자고 일어나는 것을 아직 아프지 않고, 죽음이 멀리 있는 이때에 좀 더 힘써 다스리자는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늘 하는 일이고 저절로 일어나! 는 일인데 무슨 다스림이 있어야 할 것인가 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아픔을 줄이고 죽음을 멀리 할 수 있는 것들의 으뜸이라 하겠다.
이러한 것을 나만의 일이라 하여 귀찮게 여기고 게을리 함은 곧 우리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 누구 한 사람이 아프고 괴로워 할 때 그 한 사람보다도 그를 알고 있는 더 많은 사람이 더욱 괴로워하며, 그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버리고, 우리가 알고 있고 하기 쉬운 것을 ,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을 해주는 것이라도 먼저 그것을 해 내야 한다. 손을 씻는 일은 하찮은 작은 일이지만 온갖 나을 수 없는 아픔을 막아주고 하루 세끼의 밥은 우리를 살아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다시 새겨보아야 한다.
어려서 기어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걷고 뛰어 다님을 매우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로 믿고 있으며, 다시 기어 다니는 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할 수만 있다면 좀더 걷고 뛰어서 더 많은 즐거움을 얻고자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몸과 마음도 좀더 다스려 꿈틀거리는 삶보다 뛰기도 하고 나를 수 있는 더더욱 커다란 기쁨을 갖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