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2 | [서평]
현실에 대한 분석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프랑스혁명사 3부작
칼․마르크스 지음, ․이종훈 옮김, 1991 개정판, 소나무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2-03 11:44:43)
14대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패배를 맛본 범야권과 진보진영의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과의 정책연합을 시도한 전국연합이 김대중후보의 낙선으로, 또 좌파 4단체로 구성된 백기완 선거대책본부가 1%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임으로써, 이 땅의 진정한 새벽을 추구하는 범민주 범민족세력은 현실사회주의 붕괴로 인한 충격에 이어 다시 한번 그 위기를 가시화하고 있다. 따라서 60년대 이래 군부통치의 종식, 정치권력의 문민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 등으로 집약될 수 있는 민주화 운동의 과제에 진력해온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이번 대선이 가지는 의미는 운동이념의 소극적 성취로 그 생명력이 다하고 그 운동과제의 한 순환이 종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족민주운동진영은 철저한 자기 반성위에 기층대중운동을 출발점으로 삼아 현실의 대지에 발 붙이는 범민주 범민족세력의 결집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실패를 승리를 위한 스승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새벽을 위한 ‘원년’을 선언하면서 널리 읽어보고 토론해 보아야 하는 책이 여기에 소개되는 칼 마르크스의 “프랑스 혁명사 3부작”(1991,소나무)이다. 동시대사는 그것에 접근하는 분석가나 실천가에게 객관성이나 과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사적 거리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3부작에서 마르크스는 이러한 동시대사 서술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시도하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격변기에 역사적 현장의 사건들에 수반되기 마련인 우연과 모순, 대립의 중첩, 사태의 핵심을 은폐하려는 허위의식과 환상, 제사건의 외관을 장식하는 과장된 몸짓과 허황된 문구들 등 이 모든 것들이 뿜어내는 안개 속을 뚫고 사태의 핵심에 도달할 때 비로소 주체적 실천을 위한 참된 인식을 획득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진행중인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것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나아가서는 사건의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서까지 예측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르크스의 프랑스혁명사 3부작은 1848년 2월혁명에서 1850 보통선거권 폐지의 시기를 사건사적 접근 방법을 통해 분석한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보나빠티즘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론의 문제를 사건사적 접근방법과 구조사적 접근방법을 통해 분석한 “루이 보나빠르트의 부뤼르메르 18일”, 국제노동자 협회 총평의회 명의로 발표한 보불전쟁(1870년 7․1871.1, 프로이센과 프랑스전쟁)에 고나한 두 차례의 연설문과 빠리꼬뮌에 관한 연설문을 함께 수록한 “프랑스 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은 1850년 “신라인 신문” 1호에서 6호에 실린 논문들로 몇몇장들은 1848년에서 1849년에 이르는 혁명연대기의 모든 중요한 부분은 혁명의 패배라는 표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패배에 굴복한 것은 혁명이 아니라 첨예한 계급적 대립에 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던 사회적제관계의 결과, 즉 혁명이전의 전통적 유제였다고 마르크스는 보고 있다. 혁명적 진보는 혁명의 성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강력하고 결속된 반혁명의 발생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들과의 싸움속에서 실질적인 혁명적 정당으로 성숙된다는 점을 마르크스는 이 저작에서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저작은 마르크스가 자신의 유물론적 개념을 사용하여 당시의 경제적 상황을 설명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또한 이 저작이 가지는 중요한 의의는 엥겔스의 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우선 만국의 노동자들이 그 입장속에서 공동합의한 생산수단의 사회적 전유(傳有)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표명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는 자본의 폐지, 임노동의 폐지 및 자본과 임노동의 상호관계폐지를 주장함으로써 근대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가 모든 다른 형태의 봉건적 부르조아적 뿌띠부르조아적 사회주의 등이나, 유토피아적인 그리고 자연발생적인 노동자 공산주의와 같은 무질서한 재산공유제와는 뚜렷이 구별된다는 명제가 공식화되어 있다.
“루이 보나빠르트의 부뤼메르 18일”은 2월혁명(1848년)이후 프랑스 전 역사 과정을 내적 연관성의 관점하에서 적나라하게 밝혀내었고 1951년 12월 2일의 보나빠르트의 꾸데따 기적을 이러한 내적 연관성의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산물로 환원시켰다. 엥겔스의 독일어판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마르크스가 프랑스 역사연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프랑스는 매번 역사적인 계급투쟁들이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진전된 곳이고 변화무쌍한 정치형태들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나라이다. 중세에는 봉건제의 중심이었으며 르네상스이후에는 신분제에 기초한 군주정의 모범국가였던 프랑스는 프랑스대혁명을 통하여 봉건제를 분쇄하고 고전적인 순수성을 띤 완전한 부르조아 지배체제를 수립하였다. 그리고 지배부르조아지에 대한 프로레타리아트의 투쟁이 다른 곳에서는 유래가 없는 첨예한 형태를 띠고 있다.
“프랑스 내전”은 빠리꼬뮌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3편의 연설문을 수록하여 단행본으로 1891년에 출판되었다. 우선 보불전쟁에 관한 첫 번째 연설문은 1870년 7월 19일 보불전쟁이 발발한 그날부터 23일 사이에 마르크스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보불전쟁에 관한 두 번째 연설문은 나뽈레옹 3세 휘하 프랑스 군의 항복(1870.9.2)과 프랑스 공화국 선포(1870.9.4)로 전개된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분석하기 위하여 같은 해 9월 6일부터 9일 사이에 집필된 짧은 연설문이다. 그리고 “1871년 프랑스 내전에 대한 국제 노동자 협회 총평의회에서 연설”은 1871년 4월 18일 총평의회 회합에서 마르크스가 진행중인 빠리 꼬뮌(1871년 3월 27일 빠리 꼬뮌 선언)의 투쟁 의의를 인터내셔널 회원에게 홍보하는 연설문 작성을 제안하여 빠리에서 최후의 바리케이트가 함락된 지 이틀 후인 5월 30일에 총평의회에 제출하고 낭동학 연설문이다. 이 연설문에서 역사적 대사건들이 아직도 우리 눈앞에서 진행중이거나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러한 제사건의 성격과 의미 및 그 필연적 결과를 명쾌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빠리꼬뮌의 역사적 의의가 간명하고 박력있는 필치로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엥겔스가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후 50여년간 빠리에서 형세는 프롤레타리아적 성격을 띠지 않고서는 어떠한 혁명도 일어날 수 없었으며 이러한 면에서 “프랑스 내전”은 프롤레타리아 혁명 및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초판에는 들어 있으나 개정판에서 빠진 레닌의 “국가와 혁명” 2장: 국가와 혁명과 3장: 1871년 빠리 꼬뮌의 경험은 “프랑스 내전”의 이론적 함의가 주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같이 읽어 보면 좋을듯하다. 이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은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지명이나 인명등 뿐만 아니라 문체등도 다소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힘들것이나 책 말미의 사건일지와 찾아보기를 세심히 읽는다면 우리 현실에 대한 분석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을 읽으면서 우리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