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1 | [시사의 창]
TV에서 광고하는 약 있잖아요.
글/김보금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회 소비자 고발센터 총무
(2004-02-03 12:09:07)
ꡒ정말 이럴 수도 있습니까?ꡓ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젊은 부부 한 쌍이 상담도중 울기 시작한다.
업무상 하루에도 수십 명의 소비자들과 만나 그들의 억울함과 불만을 들어주어야 하는 나로서는 10여 년 동안 이일을 하다보니 참으로 많은 사연을 가슴에 담고 산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상담을 받고 있는 나 역시 몹시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인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울 수밖에 내용들이다. 사연인 즉, 농촌에 살다보니 짝을 만나지 못해 답답해하던 도중 군청의 도움으로 연변의 조선족 처녀와 인연이 닿아 결혼하게 되었다. 여기에 금상첨화 격으로 결혼 후 바로 임신이 되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미래의 애기 아빠를 꿈꾸게 되었다. 이 남편은 남들 다하듯이 TV에서 본 것처럼 동네약국을 찾아가 임신부에게 줄 영양제를 구입했는데 그 영양제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다. 3만원을 주고 산 이 영양제는 오십정씩 두개의 비닐에 나누어 포장되니 100정인 셈이다.
부인은 하루에 한 알씩 예쁜 아이를 꿈꾸며 정성들여 오십정을 다 먹고 나머지는 다른 포장의 약을 먹으려고 포장을 벗겨보니 분명 처음 먹은 약은 빨강색이었는데 나중에 먹으려고 개봉한 약은 검정색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약국에 가 확인해 보니 이미 임산부가 먹은 약은 임산모와 전혀 관련이 없는 뇌졸중치료제였고, 나중에 먹어야할 약이 정말 필요한 영양제였다.
임신 3개월부터 약을 복용하다보니 어느덧 6개월에 접어들었고 또 두부부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항의를 하다보니 어느덧 임신 8개월이 되었다. 제약회사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약 성분은 해가 없으니 괜찮다고만 하자, 남편은 하던 일까지 쉬어가며 여기저기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검진을 해도 100%이상이 없는 아이를 낳으니 안심하라는 결과가 없자, 결국 부른 배를 안고 우리 사무실에 찾아온 것이다.
상담도중 구입했던 약상품을 물어보자 ꡒTV에서 광고하는 약 있잖아요…ꡓ하는 답변이다. 나중에 약포장지를 확인하니 전혀 생소한 이름의 영양제였다. 이런 문제를 접하면서 우리는 약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광고의 맹신으로 약에 대한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는지 한번쯤 짚어 보아야 한다.
제약회사와 일처리 하면서 왜 약이 잘못 포장되었는지 확인한 결과 작년 5월 노사분규때 생산된 약으로 포장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들 부부만의 피해가 아닌 제2, 제3의 피해자가 있음을 상상할 수도 있다. 이렇듯 지금의 소비자 피해는 광범위하고 복잡화되어 가고 있는 형태이다. 우리는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KBS뉴스를 이용하여 전국에 방송하고, 제약회사를 통해 약을 수거하였다. 이러한 처리에 대하여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되었다며 오히려 우리를 원망하는 소리를 제약회사로부터 들을 때는 기업의 윤리까지 의심스러워진다. 어떻든 접수 후 서울의 전문병원에 특진을 잡아 태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정말 이상 없는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며 제약회사와 보상청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이나 산모가 100%이상이 없다고 해줄 수 없는 상태이다. 사실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 시 임상실험대상은 쥐나 토끼 등의 동물을 이용하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뇌졸중 치료제의 위해성을 연구하기 위해 임산부를 실험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포장과정의 작은 실수에 의한 이러한 엄청난 피해에 대하여 제약회사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함과 동시에 더 이상 똑 같은 실수는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쯤 불안 속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그 산모를 생각하며 간절히 바랄뿐이다. 엄마처럼 사과뺨을 닮은 정상적이고 예쁜 아이가 태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