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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3 | [문화저널]
봄에 대하여
황 안 웅 / 황토사학자(2004-02-03 13:51:10)
먼 산에 하얗게 쌓였던 눈들이 어느새 사르르 녹아 없어져버리고회색빛으로 음침하기 그지없던 대지에 파란 싹이 푸릇푸릇 돋아 온통 하늘과 땅이 환한 모양으로 밝아오는 때를 봄이라 이르노니 단적으로 말해서 봄이란 곧 볼거리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본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도 여러 글자가 있다. 1. 사람의 눈은 무엇이나 눈앞에 있는 것을 보기 때문에 "見"은 사람(人)의 위에 눈(目)을 붙여 "본다"는 말중에서 가장 넒은 뜻을 지니는 글자다 2. 무엇이 눈앞에 보이기는 하나 햇빛에 가려서 자세히 볼 수 없을 때에만 무의식중에 문위에 손을 올려 쳐다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눈(目)위에 손(手)를 붙여 비교적 적극성을 띠고 본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3. 이에 반하여 "觀"은 어떤 뜻을 지닌 글자인가? "觀"에서 "見"을 떼어내면 "황새 환"이다. 그렇기에 "觀"이란ㄴ 글자는 황새가 제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물속 고기의 일동일정을 뚫어지게 노려 봄을 뜻하는 글자다. 4. 또 "觀"는 "示"에 "見"을 붙여 만들었기로 제사를 받는 귀신(示는 제사상 위에 재물을 차림 모양으로 본디글자임)이 상대방 몰래 숨어서 동정을 샅샅이 살핀다는 뜻이며, ?은사람(人)이 위에서 아래로 () 몸을 구부려 세면대야() 물속에서 자신을 살며시 비춰 본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그렇기에 "?"에서 "?"으로 글자가 불어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애당초 물그릇 속에 어굴을 비춰보았던 일이 구리거울로 바꾸졌기 때문이 아니였던가 짐작된다. 5. "본다"는 말중에서 "살핀다"는 말고 "본다"ㄴㄴ 뜻이 복합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글자 "?"이다. "?"은 사당안에 차려진 제사상을 엄필하게 살핀다는 뜻이라 본디 뜻인 즉 정성을 올리기에 앞서서 차근차근 그 상차림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6. 또 "?"은 "?"에 "見"을 붙인 글자인 즉 본다는 뜻에 또 본다는 뜻을 합쳐 이미 늘어 놓은 것들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 본다는 뜻이다. "본다"는 말이 위와 같다면 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본다는 말인? 봄을 나타내는 "春"은 풀싹이 머물고 햇살이 다사롭게 내림을 뜻함이다. 그렇기로 봄이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는 풀싹을 살필 수 있고 따스한 햇살아래 멀리서 아롱거리는 아지랑이를 눈에 손을 앉고 바라볼 수 있는 계절 - 바로 이때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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