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3 | [정철성의 책꽂이]
올바른 언어생활에 도움주는
「우리말 바로 쓰기」
최 형 기 / 원광대학교․국어교육과 교수
(2004-02-03 13:52:21)
언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가장 잘 알고 있는 듯 하나 막상 설명하려면 어려움을 느낀다.
언어란 것은 마치 생활에 있어서 공기나 물과 같은 것이어서 보통때는 그 필요성이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공기나 물이 없으면 우리의 생존이 위협을 받듯이 언어가 없으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모든 사회생활은 말에 의해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생활이 그렇고, 직장생활이 그렇고,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곳에 언제나 말은 꼭 붙어다닌다. 즉 언어는 우리의 협동생활, 문화생활,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요, 우리의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수단이므로 언어에 대한 이해가 없이 자기자신 나아가서 인간을 이해한다고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로 언어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언어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의 뒷받침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말은 창조적 정신활동의 가장 중요한 산무린 동시에 그 민족적 사고 형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링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그 민족의 생각이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요, 동시에 이 혼란된 말으니 그 민족의 정신을 더욱더 혼란에 빠뜨린다.
오늘날 우리말에는 한자말과 일본말 찌꺼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며 서양 외래어가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는 국산품에 까지 서양말의 이름을 붙이고 서양 글자를 쓰고 있다. 글줄이나 안다는 사람들은 외국서 들어온 말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들의 정신상태가 주체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음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슬기를 자랑할 때에 언제나 제일 먼저 한글을 든다. 그러기에 한글이 만들어 진지 오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한글날을 정하여 기리는 연유가 또한 여기에 있으며 우리 민족으로서 마땅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자어나 서양 외래어를 쓰는 것이 결코 지식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훗날 우리 자손들이 이 민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족의 자궁심에도 역행하는 길이다.
국어 사랑의 정신은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이다. 우리 국어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민족혼과 문화가 내포되어 있다. 일본인들이 일제 36년동안 우리의 말과 글을 못쓰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의 언어생활은 어떤가? 저속한 언어들이 젊은 세대들에 의해 사용되고,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저속한 말들이 어린이들의 놀이 마당에서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가치(?)로 등장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문자생활은 어떤가? 맞춤법에 어그러지고 (TV 퀴즈프로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답을 작성하는 것을 봐라)자기의 감정을 제대로 논리적으로 문장화하지도 못하며 정돈있게 말로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떤 원인으로 생긴 것일까? 교육현장에서의 문장교육의 미흡, 언어구사의 훈련 미흡, 독서를 통한 체계적인 지식의 축적 미흡, 통일된 문법체계 습득 미흡,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수치스런 굴레는 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고 표현하려고 노력할 때 벗어지리라 본다.
이런 점에서 이오덕의 [우리말 바로쓰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밖에서 들어온 불순한 말을 글속에서 가려내어 깨끗이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남의 말을 생각없이 마구 쓰는 것이 얼마나 우리말과 글을 더럽히고 우리 정신을 짓밟는 일인가를 몇가지로 나누어 서술해 놓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밖으로부터 들어온 잡스런 말을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 세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내용을 보면 저자는 중국글자말은 가장 오랫동안 우리말에 스며든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일본말은 중국글자말과 서양말을 함께 끌어 들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끌어 들이고 있어, 그 깊은 뿌리와 뒤엉킴을 잘 살펴야 함을 밝히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넋이 빠진 겨레가 될 지경에 이르렀음을 서술하고 있다. 이책은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에는 중국글자말에서 풀려나기, 서양말 홍수가 졌다. 말의 민주화, 글쓰기와 우리말 살리기 등이 실려져 있고, 2권에서는 1부부터 4부까지 장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끝으로 이 책이 올바른 언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