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3 | [문화계 핫이슈]
3월의 싱그러움 전해주는
두공연
"진도 씻김 굿" 과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문화저널(2004-02-03 14:01:39)
언 땅속에서 질기게 겨울을 견디어 왔던 풀뿌리들이 그 파란 싹을 틔워내는 3월의 봄날. 두개의 국악공연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나는 좀체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진도 씻김굿>공연이고, 다른 하나는 소리가 뛰어난 다섯 명창을 초대하여 소리 한마당을 펼치는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공연이다.
3월 7일 오후 2시 전북예술회관 무대에 올려질 <진도 씻김굿>은 동학농민혁명 백주년 기념사업회가 백여년전 봉건왕조와 관리들의 폭압과 수탈에 대항하여 분연히 떨쳐일어났다가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쓰러져갔던 농민군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그들이 기치로 내걸었던 '반봉건'과 '척양척왜'의 정신을 이 땅의 후손들이 바로 이어주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마련한 공연이다.
진도 씻김굿은 죽은 이에게 이승에서 미처다 풀지 못해 맺혀있는 원한을 살아남은 이들이 풀어줘서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느린 진양장단의 구음(口音)으로 시작하여 슬픔의 정조를 보이다가 혼을 맞이하는 사설이 시작된다. "넋이로구나 신이로구나 가련하다 인생 육은 처량하고나 넋이로세 한번 아차 죽어가니 인간세상 가지가나 다시 못을 길 가시는구나"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은 이렇게 해서 굿하는 현장으로 모이게 된다. 이게 바로 혼맞이굿이다. 이어 제석굿이 벌어지는데 이 굿판은 죽은 사람을 위하기보다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한을 풀어주고 그들을 축원해주며 그들의 액을 막아주는 액맥이 굿까지를 포함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굿을 마치면 죽은 이를 위한 굿판이 이어진다. 죽은 이를 굿판으로 불러 노래부르고 춤을 추면서 위로하는 씻김굿이 바로 그것이다. 씻김굿은 먼저 고를 풀면서 죽은 이가 이승에 남겨둔 원한을 풀어주고 그 영혼을 달래주는 의식을 행한다. 고풀이는 망자의 옷을 가지고 행하는 넋울림과 넋두리굿인 동갑풀이, 약풀이 그리고 왕풀이 등을 병행하게 된다. 씻김굿을 통해 이승에서의 모든 원한이 풀린 망자의 혼은 질베 9척을 펴놓고 그 위에 놋주발로 길을 닦듯 문지르면서 하직을 고하는 길닦음(천도)을 끝으로 편안히 삶의 저편으로 가는 것이다. 이때 극락으로 가는 길을 깨끗히 해주면서 빠지지 않는게 상여소리이다. 노래와 춤사위가 뛰어나기로 널리 알려져 중요우형문화재 72호로 인준된 진도 씻김굿은 기능보유자인 박병천(징), 김대례(소리), 채계만(꽹과리)씨를 비롯하여 이수자인 강준성(북, 이완순(소리), 정숙자(춤), 김귀봉(피리), 박병원(장구)씨, 그리고 춤전수가인 김석의, 김인자, 이영옥, 신미경, 김민정씨등이 한 굿패를 이룬다. 소리와 춤 악기소리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악사로는 이종대(피리, 서울시향 수석),홍옥미(해금, 전북대 출강), 이태백(아쟁, 서울시립관현악단 수석)씨가 참여했다.
우진문화공간이 개관 3년째를 맞아 세번째로 기획한 <판소리다섯바탕의 멋>은 판소리의 본고장인 전주지역의 탄탄한 문화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3월 15일부터 매일 저녁 7십터 우진문화공간에서 닷새동안 펼쳐질 이번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서울과 전주 등지에서 전통 판소리의 맥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다섯 명창들이 참여하여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게된다.
계면가락을 구성지게 뽑아내는 성창순 명창이 고수 방기준씨의 북장단에 맞춰 [춘향가]를 첫나 공연하게 된다. 둘째날에는 민소완씨가 주봉신의 북장단으로 적벽가를 걸지게 선보이게 된다. 세쨋날은 전정민씨가 수궁가를 네쨋날에는 최승희씨가 심청가를, 마지막날은 이일주씨가 흥부가를 공연하게 된다. 이들 세사람의 소리에는 이성근씨가 북채를 잡는다. 이번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에 참여하는 명창들중 성창순과 최승희는 각각 박규전계의 정응민과 정정렬 김여란으로부터 서편제 소리를 사사했다. 이번에 출연하는 명창들은 모두 전두 대사습놀이 판소리부문 장원 출신들로 특히 최승희씨와이일주씨는 전주지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제자들은 지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소리판이 벌어지기전 심인택교수가 지휘하는 전주KBS국악실내악단의 서주가 있을 예정인데, '세령산 타령', '상현 도드리-국악', '하현 도드리-국악', '염불 도드리-타령', '천년만세'등의 풍류가락이 각각 연주된다.
또한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공연에 이어 2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제2회 신인 판소리 공연은 전남북지역 대학 국악과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신인 소리꾼들의 무대이다.
우석대의 강세영이 춘향가, 전남대 박옥주와 전북대 최삼순이 심청가를 부르는 이번 신인 판소리 공연은 소리의 곤고장인 이 지역의 소리판을 이끌어 갈 주역들의 참신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