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3 | [사람과사람]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 사라진다.
용담댐 건설 반대 투쟁위원회
윤 희 숙 / 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4:04:50)
식수로 공급되는 수돗물을 그냥 믿고 마시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끓여 마시거나 따로 돈을 지불하고 생수를 사 마신다. 대청댐과 금강유역 부여 취수장으로부터 2,3급수로 판정받은 물을 공급받는 전주권의 지역사람들도 이러한 식수 오염문제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게다가 이 지역은 연중행사처럼 여름철만 되면 물이 딸려 제한급수에 단수까지 빈번하게 하고 있어 한바탕 물난리를 치른다. 이런 사정에서 진안군에 대규모 용담댐이 건설된다는 계획은 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용담댐이 건설되면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입장이라면 용담댐의 건설은 중앙정부에서 예산만 충분히 따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업인 것이다.
용담댐 건설이 처음 계획된 것은 5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1938년,일제 강점기였다. 당시 부족한 전력을 충당하고 호남평야를 개발하여 미곡생산에 주력하고자 했던 이 계획은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실제로 작업을 시작했음에도 공사 도중에 해방이 되어 추진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매입된 용지는 자유당 정부에 귀속되고 다시 계획을 추진하려 했으나 6.25전쟁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5.16이후 대청댐 건설로 호남지역 식수난까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75년 용담댐 건설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재산권을 넘겨받은 한국전력은 농토를 연고자에게 분배하고 농지는 개인에게 불하해 주고 86년에는 대지가지 무상으로 양여해 주었다. 그런데 전북지역에 용수를 공급해주는 대청댐과 금강하구언에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아 공급계획에 차질이 예상돼 88년 당시 도지사이던 강현욱씨가 1일 50만톤 생산규모의 5미터 높이의 보를 쌓겠다는 안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용담댐 건설 계획은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다. 2021년에는 전라북도 인구가 317만명에 이를 것이고, 전주 공업단지의 설립과 새만금 간척사업, 전주의 직할시 승격으로 예상되는 도시의 거대화, 전주권 개발 등으로 늘어날 식수와 농,공업용수가 턱없이 부족할 것이므로 용담댐의 건설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87년 11월부터 90년 8월까지 타당성조사와 기본 설계를 90년 12월부터 91년 12월까지 실시설계를 이미 마쳤다. 91년 4월 용담댐 건설지원사 업소가 설치되어 지금 한창 수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91년 11월 건설부고시 제138호 용담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에 의거, 1992년 9월 본격적인 공사가 삼성종합건설과 유원건설에 낙찰되어 1997년 말을 완공시기로 잡고 있다. 이 사업은 총 공사비만 5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공사로 전북도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주, 군산, 이리, 완주, 김제, 익산, 옥구 등 전주권의 용수부적, 서해안 개발사업과 관련한 용수수요의 급증예상, 그리고 기존 상수원의 수질악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된 용담댐 건설은 수혜 지역이 광범위한 것만큼 그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 댐이 건설됨으로 수몰되는 지역은 2개군 1개읍, 7개면, 72개리에 걸친 토지 975만 8천 여평에 이른다. 이주 대상자만 해도 2864세대에 1만2천6백16명이나 된다. 진안군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5개면이 용담댐 건설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용담댐 건설 계획을 바라보는 그 지역주민들의 눈길이 고울리 없고 입장 역시 수혜 지역주민들과는 판이 할 수 밖에 없다.
진안군내에는 용담댐 건설을 반대하는 세 개의 단체가 있다. 이들은 수몰지역과 댐 상류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진안군 의회 의원들이 중심이 된 〔용담댐 건설 반대 추쟁 위원회〕(원원장, 박병열)와 물에 빠져 떠 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결사적으로 댐건설을 반대하겠다는, 용담을 포함한 수몰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용담댐 건설 결사반대 투쟁위원회〕, 그리고 댐건설 이후에 생길 생태계와 환경변화에 따른 피해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요인에 대한 사전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삼류지역주민들의 〔용담댐 건설 반대 군민협의회〕등이다.
이들 단체들의 명분과 구체적인 활동을 비교하면 약간씩의 차이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전라북도나 건설부 수자원 공사, 국회, 청와대 등에 진정서나 건의서를 통해 주장하는 댐건설 반대 이유를 정리해 보면 대략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조상 대대로 뼈를 묻고 살던 땅을 당사자인 주민들에게는 한 마디 사전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다목적 댐법에 의해 하천으로 고시한 처사는 50여년 전 일제가 보여준 행동보다도 훨씬 못한 것으로 도덕적인 차원에서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둘째,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대책이나 이주대책이 불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조건이라면 별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수몰 지역민들은 대부분이 영세농들 이어서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보상 특례법에 따라 만약 보상을 받아 타 지역으로 이주하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을 무조건 따를 수만은 없다.
셋째, 용담댐 건설 계획에 따르면 2021년의 전주권 인구가 317만명으로 되어있고, 부족한 욕수는 1일 135만톤으로 계산되었다. 이는 인구증가율을 3.12%로 본 것으로 우리나라 인구 자연 증가율 평균 0.98%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산업화에 의한 도시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전북일보 92년 7월 30일 자에 전북도 종합개발 계획상 총인구 계획을 보면 전라북도 인구를 1990년 207만명, 1996년 205만 7천명, 2001년에는 209만명을 계획하고 있는데 용담다목적댐 건설 계획상 전주권 인구를 높이게 잡은 것은 억지가 분명하다.
넷째, 초당 2만톤을 방류하는 대청댐의 기존시설을 보완하고 전주권 용수문제를 100%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건설된 금강하구언을 정비하고, 턱없이 많은 누수를 방지하면 하루 180만톤의 용수공급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미 있는 시설물의 활용은 외면한채 무리하게 댐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일은 국가로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댐이 건설되면 생태계변화와 안개, 서리, 일조시간 감축등 기온변동으로 각종 질병 등이 유발되며,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 등으로 지역주민의 소득이 줄어든다. 그리고 상수원 보호구역 및 청정지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에 묶여 축산이나 공장건설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낙후지역이 돌게 뻔한 진안읍, 동향면, 부귀면, 주천면등 댐 상류에 위치한 지역 및 연안 지역에 대한 사후대책이나 보상계획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용담댐 건설을 반대하는 진안지역 주민들이 전주권 지역의 식수난을 전혀 나몰라라 외면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목적 댐은 이전의 경험으로 볼 때 수질이 좋았던 물도 시간이 흐르면 썩어 형편없는 하급수로 전락하고 용수공급 기능과 더불어 이 댐을 이용하여 생산해내는 전력이 전혀 경제성이 없어 전세계적으로는 다목적 댐을 건설하지 않는 추세이다. 불을 보듯 환한 폐해를 알고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용투위]가 내놓은 해결책이 대안댐 건설이다. 용담과 죽도 부귀 대불 등에 15미터 높이의 보를 쌓으면 물을 가두지 않은채, 항상 흐르는 물을 이용하므로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수몰지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투위]에서 실제로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삼안건설 기술공사에 의뢰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대안댐 1일 85만 5천통의 용수공급에 그쳐 건설부측이 추진하고 있는 하루 1백35만통 용수 확보에 크게 미달하여 별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해결책을 찾아보면 대안댐의 골격인 용담취수댐을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그러면 2배의 수몰지역이 생기고 사업비도 2중으로 투자를 해야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삼안건설 기술공사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정부나 관계기관의 입장에 서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는 주장을 한다. 수몰지구와 상류지역에 대한 환경 영양평가를 환경보존협의회에서 실시한 적이 있는 데 지금 게획대로 밀고 나가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결과가 학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진안군민 전체가 댐건설을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댐이 건설되기를 바란다. [용투위] 주장에 의하면 그들은 댐건설이 아니어도 어차피 진안을 떠나야할 사람들 약 11%와 진안군이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군들, 그리고 전답 미거래 대상자들인 부재지주 등 모두 합하면 약 30%~40%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1천평 미만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을 뿐 달리 기술도 없고 최저의 생활을 하고 있는 이후 생활대책이 막연한 60-70%가량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댐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곳은 수자원 공사이다. 직접적인 업무는 전라북도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직접 주민들과 접촉해야 하는 도 관계기관에서도 앞서 제시한 [용투위]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강우량 중 80%가 7,8,9월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산 대규모 댐의 폐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고, 높게 예측한 인구 증가폭도 급격하게 거대도시가 형성된 다른 지역의 예로 볼 때 전혀 억지 소리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대안댐 역시 수몰지역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보면 또 다시 그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여 마찰이 생길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류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고 보상하려고 하나 이미 건설된 다른 지역의 대규모 댐에서 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이고 수몰지역 주민들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 이외의 보상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다목적 댐법의 개정을 건설부에 건의하였고 이 건의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이다고 한다. 그리고 도관계자는 최대한의 보상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혜지역 주민들에게 물세에 부담금을 물리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며 자신들도 수몰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용투위] 회원들은 ‘용담댐’얘기만 나오면 부화가 치민다고 한다. 89년부터 4년여 동안 여러 가지의 경로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펴나가고 있으나 어느 누구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과 중앙에 있는 언론사들도 왕왕 취재를 해가기는 하나 댐건설을 반대하는 그들의 주장이 제대로 신문에 실리는 걸 못 보았다고 한다. 오히려 용담댐 건설은 사활을 걸고 시급히 실현시켜야할 숙원사업이라고 떠들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선거도 끝나고 공사 사업자도 낙찰돼 버린 요즘은 신문 어느 구석에서도 용담댐문제를 거론한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이든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용담댐 건설은 몇 년 안에 반드시 실현될게 문명하다. 전라북도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법대로 원칙을 지켜 사업을 추진시킨다면 마찰은 있겠지만 진안군민들로서도 투쟁하는 것 이외에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용투위] 세 개 단체 중 [용담댐 건설 결사반대 투쟁 위원회]를 제외한 두 곳은 수몰지역과 상류지역 주민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보상과 확실한 대책만 마련된다면 자신들도 더 이상 댐건설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전주권의 원할 한 용수 공급과 농공 용수의 확보를 위해 꼭 용담댐이 건설되어야만 한다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내놓아야 하는 수몰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충분히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모두 해줄 수는 없다해도 고향을 잃는다는 상실감에 허탈해 하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그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설득시키고 서로가 요구하는 선의 폭을 좁혀나가는 인간적인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