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3 | [문화저널]
아침
안 진 우 / 기린중학교 2년
(2004-02-03 14:09:27)
"엄마, 내 옷 어디 있어요?"
"엄마, 내 도시락 빨리"
오늘도 우리집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리 집은 아침만 되면 장터라도 벌인 듯이 시끄럽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잠이 많은 편이어서 제일 늦게 일어나허둥지둥 한다. 그러다 아빠가 학교에 가고나면 시끄럽던 우리집도 어느 새 조용해 진다. 이때 쯤이면 나도 간신히 준비를 마치고 학교를 향해 출발한다.막 현관물을 나서려는 순간 아빠가 당황하신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나는 궁금해서
"아빠 뭐 빠트리고 나가셨어요?" 하고 물어 보았다. 아빠는 "여기 있던 서류 보았니? 노란표지로 싸여 있는거 말야"라고 말하면서 책꽃이를 뒤지셨다. 나는 학교에 늦을것 같아 그냥 나오는데 아빠가 늦으면 태워다 줄테니 서류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어휴 그 서류가 뭐길래 아침부터 이렇게 남의 속을 썩이나". 난ㄴ 투덜거렸다. 그러던 중에 책상에서 노란 표지가 입혀진 책을 발견하고 "아빠, 찾앗어요. 이거 아니예요?"
마치 큰 보물이라도 찾은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빠는 그 책을 보시더니 "다시 잘 찾아봐"하면서 내 머리에 꿀밤을 주셨다. 나는 실망을 하고 다시 책상을 뒤져보고 서류가 있을 만한 곳을 다 뒤져 보았지만 노란 서류는 커녕 노란색도 보이지 않았다. 서류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뭔가 밟히는 것이 있었다. 카펫을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거기 노란 서류가 있지 않은가. 나는 큰소리로 자신만만하게 "아빠 이번엔 틀립업쇼?"하고 말해다 아빠는 그것을 보시더니 "야, 진우 탐정사무소 차려도 되겠네"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러자 우리 식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끝에 문득 혼잣말처럼 아빠는 중얼거리셨다.
"매일 아침이면 이렇게 긴장을 해야 되니 원 … 자꾸 무얼 빠뜨린것 같아 불안해서 …
엄마는 조용히 말없는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셨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나는 매일 아침이면 무언가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들뜨는데, 왜 어른들은 '오늘도 또 어떤 이리 내게 일어날까'하고 뭔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곤 하는 것까? 나는 아빠 나이쯤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