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1 | [문화저널]
짐승의 가죽을 덮어씌운 나무통
장구와 북
글/김동현 우석대 국악과 강사
(2004-02-03 14:12:29)
나무통에 짐승의 가죽을 덮어씌워서 두들기는 악기를 우리는 통칭해서 ꡐ북ꡑ이라고 부른다. 북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대로 고유의 북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가지 이상의 북이 전해온다. 이중에는 종묘나 문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만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의 접할 기회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종류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장구, 판소리를 할 때 쓰는 소리북, 농악을 할 때 쓰는 메구북이나 소고, 관현악 합주를 할 때 쓰는 좌고 정도일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장구인데 판소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음악의 장단을 장구가 맡는다. 장구는 서역계통의 악기인데 고구려의 옛무덤의 벽화와 신라의 범종에 그려져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다. 장구를 옛날에는 ꡐ요고(腰鼓)ꡑ 또는 ꡐ세요고(細腰鼓)ꡑ라고 불렀는데, 장구통의 가운데가 가늘어 사람의 허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의 요고 즉 장구는 오늘날 사용하는 것에 비해 통의 크기가 매우 작다. 북방의 기마민족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연주하기에는 통이 작은 것이 유리하였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점차 한반도에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하게 됨에 따라 장구의 통이 커지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장구와 같은 종류로는 중국의 장구와 일본 아악에서 사용하는 산노츠즈미(三の鼓)가 있는데 일본의 산노츠즈미는 지금도 옛날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ꡐ장구ꡑ라는 이름은 ꡐ장고(杖鼓)ꡑ의 중국식 발음이다. 이 이름은 손에 가는 대나무채를 들고 연주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장구의 구조를 살펴보면 쇠로 만든 등근테에 가죽을 묶은 다음 이것을 나무로 만든 통의 양쪽에 대고 줄로 엮어서 고정시킨다. 통의 재료는 주로 오동나무나 미루나무 등을 사용한다. 통의 모양은 모래시계나 물시계처럼 가운데가 좁고 양옆이 넓은 원통형으로 생겼다. 장구에 사용하는 가죽은 소가죽이 가장 널리 쓰이며 개가죽이나 말가죽을 쓰기도 한다. 양편의 가죽은 각각 ꡐ궁편ꡑ과 ꡐ채편ꡑ이라고 부르는데 궁편은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낮은 소리가 나고 채편은 얇은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높은 소리가 난다. 궁편은 보통 손바닥으로 치는데 농악이나 무악에서는 나무를 깎아서 만든 ꡐ궁구리채ꡑ로 치기도 하며 채편은 대나무를 가늘게 깎아서 만든 ꡐ열채ꡑ로 친다. 채편에서 통의 안쪽을 ꡐ복판ꡑ이라고 하고 통의 바깥쪽을 ꡐ변죽ꡑ이라고 하는데 향피리가 들어가는 음량이 큰 음악에서는 복판을 치고 체피리가 들어가는 세악(細樂)이나 독주를 하는 경우에는 변죽을 친다.
장구를 제외한 북들은 가운데가 약간 볼록한 원통모양의 나무통 양쪽에 가죽을 붙여서 만든다. 이런 북의 종류는 10여 가지가 있지만 궁중의 특별한 의식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많다. 좌고는 틀에다 북을 묶어 놓고 채로 치는데 주로 관현합주음악에서 장구의 궁편을 칠 때 같이 쳐서 장구의 소리를 보강하는 기능을 한다.
소리북은 판소리를 반주하기 위하여 특별히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북들은 가죽면만을 주로 치는데 비해 소리북은 통을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에도 가죽을 씌우는 점이 다른 북과 다르다. 소리북은 한손에 탱자나무나 대추나무로 만든 채를 들고 치고 다른 손은 손바닥으로 친다. 맨손으로 치는 쪽은 장구와 비슷하나 채로 치는 쪽은 장구채에 비해 북채가 훨씬 굵기 때문에 치는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리북은 치는 위치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북의 가죽면을 치는 경우와 북의 통을 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북의 가죽면을 치는 경우 맨손으로 치는 쪽을 ꡐ뒷손자리ꡑ 또는 ꡐ뒷궁자리ꡑ라고 하고 채로 치는 쪽을 ꡐ채궁자리ꡑ라고 한다. 통을 치는 경우는 통의 상단 모서리 부분을 ꡐ매화점 자리ꡑ라 하고 통의 상단에서 북 치는 사람 쪽으로 약간 내려온 부분을 ꡐ반각자리ꡑ, 통의 상단 중앙을 ꡐ온각자리ꡑ라고 하여 각기 구별하여 부르는데 이것은 음악의 생사맥(生死脈), 즉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다른 위치를 치기 때문에 각각의 용도에 따라 붙여진 명칭이다. 사람에 따라 왼손에 북채를 쥐고 칠 수도 있고 오른손에 북채를 쥐고 칠 수도 있다.
농악에서 사용하는 북을 보통 ꡐ메구북ꡑ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농악을 본래 ꡐ메구(메굿)ꡑ, ꡐ풍물ꡑ, ꡐ풍장ꡑ 등으로 불렀기 때문에 ꡐ메구ꡑ에 사용하는 북이란 말이다. 메구북과 소리북의 구조를 비교하면 소리북은 북통에도 가죽을 씌우나 메구북은 북통에 가죽을 씌우지 않으며 가죽을 고정할 때 소리북은 못으로 고정하나 메구북은 양쪽의 가죽을 줄로 연결하여 고정한다. 메구북을 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어깨에 멜 수 있도록 줄을 달아서 한쪽 어깨에 메고 그쪽 손은 북을 잡고 반대편 손에 북채를 들어서 치는데 북의 가죽면과 통을 장단에 맞춰서 친다. 이와는 달리 진도 지방에서는 양쪽 어깨에 줄을 걸어서 장구를 메는 것처럼 메고 양손에 북채를 쥐고 친다. 이 경우는 북통을 거의 치지 않고 양쪽의 가죽면을 주로 치게 된다.
소고는 주로 농악에서 쇠, 징, 장구, 북 등의 악기 즉 사물을 치지 않는 사람들이 들고 치는데 악기로서의 구실보다는 소도구 정도의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경기도나 서도 지방의 산타령패들이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 구조는 나무통의 양면에 가죽을 붙이고 나무통을 관통하는 손잡이를 붙인 형태이다. 손잡이를 잡고 춤을 추면서 양쪽 면을 번갈아 가면서 친다. 이외에도 많은 북 종류가 있으나 널리 쓰이지 않으므로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