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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1 | [문화저널]
대나무 숲길 따라 단풍길을 따라 선운사, 선운사
글/이승일 산모임「두류패」회원 (2004-02-03 14:14:41)
등산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알피니즘의 풍조 중에 대표적인 몇몇 그룹이 있다. 순수하게 등산을 위한 등산으로 암벽을 오르고 적설기 동계 장기등반은 물론 외국 원정을 기획하는 등 모험과 개척을 시도하는 애크로바티즘(곡예등반) 그룹이 있고, 학술 조사니 답사니 하며 명분을 붙여 학술적 등산이야말로 진짜 등산이라 하는 아카데미 그룹이 있다. 그 중에 또 하나 눈을 끄는 사조(思潮)가 있는데 일명 알레인게엔파이다. 시간과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 속의 자유로운 산행을 즐기는 거기 山이 있어 山을 가는 산행, 그리고 숭산사상(崇山思想)과 결부되어 조용한 산행을 등산의 참뜻으로 생각하는 낭만파 산행그룹이다. 바로 그러한 산행, 알라인게엔적 산행 대상으로 선운산(禪雲山)을 빼놓을 수 없다. 선운산은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일명 도솔산으로도 불리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천년 고찰 선운사(禪雲寺)를 품고 있음으로 인하여 그 이름이 더 유명해 졌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1979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문화재나 사적지는 국립공원급임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선운산은 높이 (336m)도 낮고 면적도 좁지만 문화재나 사적지를 두루 살피려면 1박 2일은 족히 소요된다 하는데 문화적 소견이 짧아 소개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산행은 집단 시설지에서 시작하여 미당(未堂)(우리 선배는 굳이 말당이라고 읽는다.)서정주 시비(詩碑)를 지나 매표소를 넘으면 우측으로 넓은 잔디밭이다. 깨끗하고 잘 단장된 잔디밭은 보기만 해도 편안한 휴식을 느끼게 해준다. 이어서 길 좌측으로 내가 흐르고 냇가 양쪽으로 울창한 단풍이 시작되어 선운사를 지나 자연의 집(지금은 선운야영장)까지 이어진다. 부드럽고 화려한 단풍은 자꾸 발길을 잡는다. 곳곳에 즐비한 단풍은 자꾸 발길을 잡는다. 곳곳에 즐비한 늙은 단풍나무 숲 사이로 젊은 연인들과 오붓한 가족들의 산책모습들이 영화처럼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인다. 선운야영장에서 도솔암까지는 비포장 차도인데 가끔씩 오가는 차로 인하여 지금까지의 무드가 싹 가신다. 야영장에서 20여분쯤 진행하면 참당암 갈림길이다. 이번산행의 하산코스 합치지점이다. 이어서 진흥굴, 장사송(長沙松)을 지나 도솔암에 이른다. 도솔암은 선운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나나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암자이다. 옆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약간 위로 오르면 20m높이의 좌우 낙락장송을 거느린 마애불이 잇고, 단풍사이로 보이는 우뚝 솟은 천마봉은 가히 일품이다. 이산 저산 오르면서 산악사진을 해왔지만 이 정도의 단풍과 산의 구도는 그리 흔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평지 같은 산행과는 달리 진짜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조금 오르면, 볼수록 보기 좋은 용문굴을 지나 도솔암 정상 넓은 바위광장이 확 트인다. 일명 마당 바위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조금 급한 경사를 오르면 낙조대, 천마봉에 이른다. 고창 해리마을과 심원들녘이 트이고 소요산, 방장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여기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칠산 바다와 줄포만쪽의 일몰 경치는 서해의 장관이라 이름나 있다. 여기서 다시 오던 길로 내려와 갈림길 표지판에서 참당암 쪽으로 직진하여 거의 오르다가 도솔암 쪽으로 뒤돌아보면 이국적인 바위협곡이 특이하여 한번쯤 뒤 돌아 볼만하다.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잘 관리되어 있어 길을 잘못들 염려가 없는 참당암 하산 길은 한적하고, 편안하고, 맘껏 여유를 부리는 넉넉한 산행로이기 때문에 사색의 알라인게엔이 될 것이다. 50여분쯤 걸으면 대나무 숲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나무아미타불이 새겨진 입석이 조용히 눈에 들어오는데 참당암이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암자의 앞마당 분위기가 이번 산행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단풍길을 따라 개천을 따라 내려오면 오를 때 만났던 참당암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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