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3 | [특집]
이래 저래 서러운 지방 독자들
- 전라북도 서점 현황 -
김 연 희 / 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4:18:44)
전북지역 서점의 실태
전주시의 경우 모두 120여개의 서점이 있다. 대학교 앞이나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몇 개의 서점을 제외하고 116개의 서점이 서점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이리는 모두 60개의 서점중 56곳이 서점조합에 가입되어 있고 전문서점 4곳만이 서점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군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서점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서점이 80여 곳이고 고시서점이나 전문서점 몇 군데만 제외되어 있다.
전북의 서점들은 각 시의 대형서점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중.고등학교앞에서 참고서를 위주로 판매하는 영세서점들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이TEk. 대도시의 경우처럼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서점은 전북지역을 통틀어 서너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서너개의 서점을 통해 책에 관한 정보나 서비스 등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소식을 모두 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대형 서점을 통한 정보전달은 수박겉핥기식으로 아주 미약한 상태이어서 지방에 사는 독자들만 서러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92년 도서발행 현황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해 발행된 새책은 하루 평균 67.7종, 37만3천6백39권으로 집계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해 문화부 납본도서를 기준으로 발표한 ‘92년 신간도서 발행현황’에 따르면 학습 참고서, 아동서적 등을 포함한 연간도서 발행량은 2만4천7백83종, 1억3천6백
75만2천1백98권이었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학습참고서로 8천8백59만4천67부가 발행되어 전체의 64.8%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아동, 문학, 종교, 사회과학. 기술과학분야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에 나타난 통계와 90%이상차지하는 학교앞의 소규모 서점에서 취급하는 책의 종류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학습참고서이다. 우리나라 출판물량이 세계6-9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게 학습참고서의 출판량이 전체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출판문화와 독서문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부딪치게 하는 점이다.
잡화까지 팔며 유지해가는 소규모서점
서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책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거나 많은 책속에서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은 서점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또한 지역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서점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도 각 학교앞의 서점에서는 참고서만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고 문구용품도 같이 판매를 하고 있고 심지어는 버스표나 복권 잡지, 담배등 다른 종류의 잡다한 물건까지 판매하는 구멍가게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서점들의 연합체 전주시 서점조합
서점들이 가입하고 있는 사단법인 전국 서점조합 연합회 전주시 서점조합은 출판물의 공급처로서 역할과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교육과 독서환경조성에 앞장서고, 서점인의 지위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하고, 서점조합의 원활한 발전을 도모하고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서점들의 연합체이다.
‘93책의 해를 맞아 서점조합은 범시민독서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양서보급고 kcordlfrrl 운동, 독서캠페인 불량저질 출판물퇴치, 출판유통의 부조리 정화, 중소서점 보호육성등 올 한해의 다양한 사업으 준비하고 있다. 서점조합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점주들이 직접 가입하고 있어 이 단체의 영향력은 짧은 시간에 빠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서점조합에 가입하는 서점들은 2백만원은 가입비를 내고 추천이라는 형식으로 가입하게 된다. 소규모서점들이 적지 않은 재정적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가입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습참고서 판매권 획득 때문이다. 이 판매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총판매장이나 도매상에서 참고서나 잡지책을 공급받을수 없기 때문에 가장 큰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 참고서를 판매해야 하는 서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입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서점인들은 꼭 그 목적이 아니더라도 서점조합이 자기들과의 직접적인 권익을 대변해주는 단체로 힘을 모아 주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와 여러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서점조합은 서점의 문화에 대해선 ‘오랜시간 서점을 운영하다보면 책에 관한 정보는 많이 알고 있다’ ‘질문해 오는 것은 얼마든지 답해 줄 수 있다’는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다. 컴퓨터나 전산망을 통한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장기적 사업계획이라고 밝힌다. 대부분의 많은 서점인들은 서점문화에 대한 절실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지만 지역의 서점문화가 빠른 시간내에 올바르게 정착되기를 바라는 서점인들 중 ㅎ서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지방에서의 서점문화는 전무한 형편이고 몇십곳의 서점들은 대형서점 몇몇 곳의 서점문화를 유지시켜 주기 위한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밝히며 지역에서 미약하나마 건강한 서점의 문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대형서점의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도서문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규모서점에 불리한 유통구조
지역에서 서점문화가 다양하고 폭넓게 정착되고 있지 못한 것은 유통구조의 문제도 크게 작용한다. 소규모서점은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받을 때에도 도매점이 전국적으로 현매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현금을 들고 가야하고 출판사와의 직접거래에서는 위탁판매를 하고 있다. 출판사와 직접거래의 경우도 거래보증금을 지불해야 하고 대부분 잔고를 많이 두지 않고, 선지불을 요구해오는 경우가 많아 영세서점들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영세서점을 잡화점으로 변화 시켜가는 일을 부채질하고 있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형서점의 경우 외상으로 책을 대주는등 파행적 관행이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자가 거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야기되는 공급배분의 불균형과 특정도서에 대한 독점판매의 문제 등 서점이 문화공간으로서의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점들도 산재되어 있다. 이러한 유통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도서유통구조의 대전환 계기가 될수 있는 출판문화 산업단지 건설이 추진중에 있어(서울) 빠른 시간내에 도서의 유통구조가 개선될수 있는 체제가 정착돼 지방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종 서점문화 이동도서문고
요즈음에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등장한 이동도서문고도 새로운 현대식 서점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도서대여점 역할을 하는 이동도서 문고는 아동도서, 문학서적 등 필요로 하는 책을 주문받아 구해다 주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신종서점으로 정착된다면 독서문화나 서점문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쉬운 지역의 서점문화
우리나라에서 책은 옛부터 지식의 도구로서 신성시화 되기도 해 상품화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는 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요즈음 이런 경향은 많이 달라져 책을 신문, 방송, 잡지등에 광고하고, 또 독자들은 그 광고를 통해 알게된 책을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 심심치 않게 퍼져가고 있다고 한다. 책이 상품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지역에서의 서점은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데 그치는 장소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서울등 대도시에는 서점이 독서문화 정착에 앞장서 서점에서 저자를 초청해서 간담회를 갖거나 독후감 모집, 우수 구독자 표창, 출판사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출판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제공 등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몇몇 대도시의 경우 그 지역특성에 맞는 독서문화를 개척, 지역문화 발전에 큰 역량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북지역 서점의 진취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고 서점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북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등 지역의 서점문화가 아쉽기만 하다.
지역 서점인들과 출판인들과의 간담회, 정부의 전문출판사 지원프로그램, 각종 매체를 통한 신간서적의 효과적 홍보, 일회적이고 전시성이 강한 전시회보다 내실있고 지속적인 독서풍토를 위한 캠페인 개발, 세분화된 도서목록 발행 등 세심한 정책을 통해 올바른 독서문화를 위한 서점문화의 정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실질적 내용을 갖춘 서점문화 정착되길
건강한 서점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서점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자들과 직접 부딪치는 서점인들은 충분한 인식, 지적역량,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도서판매에 임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는 정부당국을 끌어 낼 수도 있고 서점관계자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만 읽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서점, 출판인들이 한 목소리를 낼 때 건강한 서점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독자들은 규모면에서 대형서점의 설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이 담긴 서점문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대도시의 서점문화를 언제까지 부러워 해야하는 현실에 머물러 있을순 없다. 이젠 이 지역의 특성을 갖춘 서점문화건설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