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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3 | [특집]
책사기의 번거로움
김 관 식 / 군산제일고 교사 (2004-02-03 14:25:04)
군산에 살고 있다. 당연히 여러 가지 불편한 것이 많을 수밖에.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하 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놓고 충실히 지키고 있다. 구입 가능한 모든 책은 반드시 군산에서 산다. 그것도 어려운 가운데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과학 전문점에서.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믿는 정도의 갈증을 풀어줄 책은 많이 있는 편이다. 아니 오히려 넘칠 정도이다. [한국 원위조직 운동사] [민중신학 이야기] [모택동 사상론] 등 아울러 왠만한 신간 서적이나 문학류 등도 이 서점이면 해결된다. [도올논문집], [우리 꽃 백가지], [사람아 아! 사람아], [하늘밥도둑], [매춘의 역사] 등 그러나 아쉽게도 동지적 연대를 위한 안타까운 배려는 여기서 멈춘다. 군산시내로 나온다. 제깐엔 가장 크다고 서점에 들어간다. 책을 살 때보다 그냥 나올 경우가 많다. 다른 곳으로 가본다. 비록 규모는 적지만 주인 아저씨의 책을 보는 수준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실속이 있다. [미국사의 숨은 이야기],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성의 역사],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군가] 등까지가 군상에서 가능하다. 이리와 전주로 진출한다.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그렇지만 되돌아 올때의 참담함도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다. 아직은 허울뿐인 지방자치에 대해 끝모를 짜증을 내는 것도 바로 그때다. 그나마 [만인보] 아홉권 중 빠진 것을 벌충하고, [행복한 책읽기]가 이미 나와있고, 카프비평자료 총서 중 [볼세비키화의 조직운동], [Teaching Foreign Language Skills]등을 살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긴 광주 대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이럴 경우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아니면 공분해야 하나? 빼놓으면 서운한게 하나 있다. 바로 헌 책방 순례다. 군산엔 아예 없다. 전주와 광주는 옛날의 화려함(?)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오히려 헌 책방다운 정취를 간직한 곳이 이리에 있다. 그것도 딱 한군데, 자본주의의 놀라운 생산력을 실감케 한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헌책방이 놀라운 역사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이념과잉일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반가움에 몸을 떠는 경험은 이곳에서 하게된다. 요네가와 마사오의 [도스토예프스키], [나의독백은 끝나지 않았다], 이빨이 빠져있던 [사상계]등을 건졌을 때와 새 책임이 분명한 [토지] 6권, [혼불]4권을 반값 이하에 사는 맛이라니. 드디어, 화도 나지만, 어쩔수 없는 서울행이다. 대한민국 그 모든 것의 수도, 담배값과 전철요금과 책값만 빼고 화폐단위 자체가 달라지는 곳, 변방에 살고 있다는 죄밖에 없는 죄로, 번거롭지만, 나서야 한다. 제나름의 사연에 따라 없어졌건, 벼르고 별러와던 책이건 그것들을 낚기 위해서는 없는 것이 없을 것 같은 설레임과 실망의 처음이자 끝인 그곳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 뿌리깊은 나무 민중자서전 6권에서 10권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펭귄판 [The Grapes of Wrath], 영어로되 도스토예프스키의 [서간집]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연민 가득한 신념으로, 그런데 2년전 단두 권밖에 없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사하게 남아있을지, 또 그땐 2만 5천원이었는데 값은 오르지나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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