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4 | [서평]
오늘의 현실을 반성케 하는 책
『이충무공행록』
조 병 희 / 시인. 전북 문화재위원
(2004-02-03 14:27:03)
필자는 일찍이 우리나라 전란에 관한 서적들을 수집하여 탑독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적에 있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수집한 끝에 충무공전서를 비롯하여 난중일기 임진장초(任辰壯草)등 전쟁에 관여된 책자를 손에 넣게 되었다.
조국해방 직후 우연한 기회에 을유문화사 1948년 5월 20일 간행으로 박태원(朴泰遠) 역주(譯註)인 『이충무공행록(李忠武公行錄)』이라는 문고판인 책자를 손에 넣게 되자 교양적으로 알고 자주 읽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충무공행록』은 충무공의 조카 (李芬)이 정랑(正郞)이라는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엮은 기록으로 모든 전쟁의 실상과 더불어 충무공의 가정 환경에서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알아보기 쉽도록 간략하게 저술한 책이어서 독자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도 흥미를 돋구게 한다.
이분은 일찍이 충무공의 군막에 참획(參剨)하여 노량해전에서는 충무공의 임종을 지켜본 인물이기에 여기에 비중을 두고 읽게 된다. 또한 문고판의 자그마한 책이어서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다는데 친근감을 갖게 한다. 필자는 지난날 가장 많이 읽은 책인데도 오늘에도 계속 읽고 있는 것은 복잡한 사회 생활 속에서 때로는 예기치 않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나 판단이 흐리는 일에 부딪치게 되면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필자가 이 책을 손에서 놓치지 않는 이유는 충무공의 위대한 전공에 마음이 쏠려서 만이 아니라, 충무공의 눈물겨운 행동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사회 생활을 위하여 반성하자는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충무공을 일컬어 민족의 태양이니 성웅이니 하는 찬사로 추겨올려 나라의 위급을 구해낸 명장으로만 인식되어 있으나, 충무공은 군인으로 발돋움하기에 앞서 하나의 완성된 인간으로서 일반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인격과, 총명과, 재질과, 규율과, 따스한 인간으로서의 뜨거운 눈물이 있었던 분임을 이 책에서 찾아내게 된다.
필자는 생생한 충무공의 생애를 통하여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하고, 가슴에 와 닿는 감격의 눈시울을 붉혀보기도 했다. 오천년의 기나긴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하여 충무공처럼 외로운 환경에서 갖가지 모략고 음해르 입으면서도 스스로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인물을 찾이 못했다. 최악의 고통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의 구권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초개(草芥) 처럼 내던진 영장, 바로 충무공의 정신세계에서 참다운 우리 얼의 현주소를 찾게 되리라. 모진 풍설에서도 꺽이지 안는 영송(迎送)처럼 우리 강토에 우뚝 서서 칠흑같은 조국의 운명을 걸머지고 승전을 거듭하면서도 포폄(褒貶)을 도외한 충무고의 우국충정(憂國衷情)에서 위 민족의 새로운 지표 (指標)를 설정하리라. 홀로된 모친에게 효성을 다하고 어려운 사람을 규휼(규恤)할줄 알고, 용관로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는 눈물을 참고 부정을 처단하고,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하여 준비를 갖출줄 알고, 난관에 봉착하더라고 조금도 마음이나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아니한 충무공의 생애를 통하여 오늘날의 현실을 반성할지라.
이 자그마한 책자가 뜻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널리 보급되어 민족의 앞날에 지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