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4 | [문화시평]
우리의 역사 바로 알고 바로 세우기
-동학농민군 진혼을 위한 진도 씻김굿-
심 인 택 / 우석대교수. 편집위원(2004-02-03 14:31:49)
동학농민혁명 백주년 기념사업회 주최로 지난 3월7일 전북 예술회관에서 갑오년 동학농민군 진혼을 위한 ‘진도 씻김굿’이 공연되었다. 기녀사업회가 발족된 이후 첫 번째로 기획한 공연무대인 셈이다.
지나간 역사의 한 장을 재조명하여 후손에게 교훈을 남길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예술 행위는 가장 훌륭한 전승방법이다. 이런 면에서 아직도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진도 씻김굿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의 정서에서 삶과 죽음은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 ‘굿’은 죽은자를 위하기 보다는 산자를 위한 이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자를 위하여 굿을 하게된다. 결국 굿은 좋은 일을 위하여, 신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하여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굿이 100여 년을 보낸 후 에서야 진도 씻김굿을 빌어 당시의 유명, 무명의 원혼을 진혼하기 위하여 자리를 마련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이번 동학농민군 진혼을 위한 씻김굿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세우는 일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보아야 한다.
우리민족의 역사는 굴곡의 역사다. 우리의 대부분 역사는 왜곡된 채 오늘을 맞고 있다. 왜곡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문화전통을 단절시켰다.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도 예외가 아니다.
1994년을 맞이하면서 침묵의 소리로 남아있던 1894년의 소리를 이제는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문화 예술계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00주년 이후를 위해서 준비하자는 것이다.
첫 행사로 성황리에 마친 진도 씻김굿을 보면서 동학농민혁명 굿이 빨리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화의 전통을 제대로 잇지 못한 우리가 ‘동학혁명 농민굿’을 준비한다면 이견도 있을 것이다. 이 이견은 아직도 외래문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에서 온 결과 일 것이다.
백주년 기념사업은 이제부터 서서히 그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진혼굿으로부터 시작하여 학술, 문학, 그림, 음악, 연극, 무용 등 동학농민혁명을 제주로 한 예술작품이 후대에 길이 남도록 준비를 하여야겠다. 이러한 준비작업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의 힘과 의욕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갑오년 동학농민군 진혼을 위한 진도 씻김굿’은 우리에게 공연예술의 방향을 제시한 좋은 무대라 할 수 있다.
내년에는 ‘동학농민 진혼을 위한 굿’이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밖에 다른 무대 종목들도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