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4 | [세대횡단 문화읽기]
유아와 컴퓨터
이 영 환/ 전북산업 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조교수
(2004-02-03 14:49:05)
우리는 지식과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 평가, 정리,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이젠 과학자나 특정 전문가 전유물이 아니라 가정에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값이 싸고 부피가 작아서 각 가정에 설치될 수 있고 소지하기도 쉬운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서는 컴퓨터가 더욱 중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편리하고 능률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컴퓨터를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지식과 기능 습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1970년 초 문교부의 컴퓨터 교육 방침이 설정된 이래 초, 중, 고교에서의 컴퓨터 교육은 이젠 보편화되었다. 최근의 제 5차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에솓 반영하기에 이르렀드염 나아가 유아 교육 현장에서의 컴퓨터 교육에 관한 관습도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가 유아의 학습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권장되는 반면 컴퓨터의 사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아에게 미치는 컴퓨터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살펴본다면 유아를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컴퓨터 교육의 방법 모색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얻은 것과 잃은 것
유아는 텔레비젼을 단지 수동적으로 바라보기만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화면을 적극적으로 조작하거나 키를 누르고 과제를 수행하지 위해 명령을 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대 유아의 컴퓨터 조작은 인지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은 쉽게 인정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의 많은 연구가 언어발달이나 수학적 문제 해결 등에서 컴퓨터의 도입이 유아에게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유아들에게 모양, 색깔, 형태들을 분류하고 비교하게 함으로써 공간적이고 기하학적인 지각 능력 발달에 도움을 주며 위치에 대한 인식력도 높여준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과정은 유아에게 무한한 창의력 표현의 기회를 제공해주며 읽기나 쓰기 발달도 매우 의미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유아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이에 손끝 등 근육의 발달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뇌세포 활동을 자극하는 연쇄적 발달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dLT다.
그러나 컴퓨터가 유아에게 비치는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공부나 사회적 접촉을 게을리 하고 컴퓨터 터미널에만 꼬박 밤을 새우는 아이들의 경우를 지적한다. 초보적인 전자오락을 하는 자녀가 컴퓨터에 매달려 특별한 종류의 활홀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부모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러명의 형제 자매가 함께 자라던 옛날과는 달리 요즈음 어린이는 외톨이 이다. 유아기는 또래와 서로 협동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또는 타협하며 인간관계를 사회에의 적응방법을 배워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의 아이들이 기계와 대부분의 시간을 지낸다면 정서 발달이나 사회성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그러나 외국의 선행 연구 결과는 이러한 종류의 불안을 안심시켜 준다.
유치원에서의 컴퓨터 교육은 유아들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다는 것이다. 유아는 혼자 고립하기 보다 짝을 이루거나 소그룹으로 컴퓨터 활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유나는 컴퓨터 활동을 통해 다음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서로 의견ㅇ르 나누고 양보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서로 도와주는 등 친사회적 활동이 촉진되었다. 컴퓨터 활동은 기계와의 상호작용과 토래와의 상호작용의 양 측면 모두에 있어서 긍정적인 사회화 경험을 주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보다 더 사회적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 활동이 다른 활동에 함께 이루어진다면 유아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거나 사회적 사호작용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텔레비젼을 시청하는 아이들보다 컴퓨터 활동을 하는 유아가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정서적을 h다양한 얼굴표정을 보이고 더 자주 미소를 보인다. 컴퓨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조작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고취시키며 프로그래밍을 끝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자기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컴퓨터가 가족간의 대화 단절을 가져와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그러나 가족내 컴퓨터 도입이 오히려 가족 내 대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집단게임과 같은 협동을 요하느 활동, 문제 해결 프로그래밍, 새로운 종류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유된 흥미와 열정등을 통해 가족간의 긍정적인 영향을 나타낸다.
아이들의 신체발달에 미치는 컴퓨터의 부정적 영향을 자못 심각하다. 컴퓨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로 인해서 시력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그것이다. 얼마 전에는 어린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장시간 몰두하다가 발작증세를 보이는 이른바 ‘광 과민성 발작’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보고되어 컴퓨터의 잘못된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컴퓨터 오락은 아이들이 장시간 컴퓨터 앞에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번쩍거리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때 부모들은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은 컴퓨터를 어두운 방에서 장시간 몰두하여 사용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이며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컴퓨터에 잇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방에 틀어 박혀 컴퓨터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 지는 알바아니라는 무관심이 문제인 것이다. 또는 컴퓨터만 사주면 자녀의 모든 문제--특히 학업성적--가 자동적으로 해결 될 것 같은 상업주의가 문제인 것이다.
2.유아는 컴퓨터와 대화하면서 학습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우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즉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공유 함으로써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유아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컴퓨터에게 빨강색을 노랑색으로 바꾸라고 말할 수 있고 색깔을 소리로 나타내어 보라고 할 수도 있다. 컴퓨터와의 대화를 통해 그림의 방향을 바꾸게 할 수도 있으며 크기를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작업한 내용을 보관하라면 컴퓨터는 이를 어김없이 잘 간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찾아주면 친구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것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이다. 어린이가 컴퓨터와 재미있게 대화하는 동안 강력한 형태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자 그림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모양과 모양의 유동, 속도와 변화율, 과정과 단계에 대한 것들을 배운다. 컴퓨터는 유아에게 정서적으로도 풍부한 자극을 제공해 줄 수 있으며 친구와 상호작용 하도록 촉진하기도 한다.
3. 무엇이 문제인가
컴퓨터의 존재는 텔레비젼이나 인쇄매체를 포함하는 다른 기술공학보다 유아의 지적인 발달에 훨씬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뽀뽀뽀」나 「하나 둘 셋」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유치원 선생님보다 어떤 경우 더 매력적인 설명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디까지나 설명을 듣는 입장에 머물러 있게 한다. 이와 반면 컴퓨터는 아이들과 상호작용한다. 컴퓨터는 유아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유아는 새로운 지식을 계속 내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많은 학원에서 그리고 수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은 지금 서로 다른 컴퓨터의 경험을 체험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다양한 오락게임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셈이나 철자법을 아이들의 능력에 맞게 가르치는 교수기계로 사용하고 있다. BASIC과 같은 언어를 써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도 하며 LOGO환경에서는 오류 수정 활동을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오락게임 만큼이나 아이들을 충분히 매혹시키는 교육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실제로 유아교육 현장에서 이들이 사용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 보앗듯이 유아교육에서 컴퓨터 활용은 언어, 인지적 발달뿐 아니라 사회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잉적이고 경쟁적인 교육열로 인하여 이미 유치원 이전부터 각종 학원을 전전하는 기능 위주의 교육에 치우친 현실을 감안할 때 컴퓨터의 조기 교육이 따뜻한 정서 교류의 결핍이나 사회교류의 기회가 박탈되어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없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을 감한할대 유아의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 긍정적 입장과 비판적 시각은 컴퓨터 그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