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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 | 문화현장 [현장]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다
교동아트미술관 <인간>전과 얼갤러리<야생의 사고>전
이세영 기자(2014-03-03 18:48:00)

중세 신화의 시대로부터 인간 이성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성을 해방시킨 르네상스 이후, 예술은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해왔다. 그리고 히치콕의 영화나 포우의 소설에서처럼 인간은 비인간적이고 불안하고 허약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불안하고 공허한, 그러나 인간의 삶을 되돌아볼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3 2일까지 열리는 교동아트미술관 <인간>전과 12까지 열리는 얼갤러리 <야생의 사고>전이 그것.  


비인간적인 

그래서 인간적인


교동아트미술관의 <인간>전은 김성민, 김철규, 박상규, 서완호, 이주리, 정해춘이 참여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전시장의 시작은 정해춘의 누드크로키. 그의 손길에서 단숨에 그려진 인체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그러나 처연한 삶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크로키 작업을 꾸준히 해온 박상규는 백자에 푸른색의 인체를 담았다. 불분명하게 그려진 종위 위의 그림과 사각의 백자가 주는 대비는 매체의 확장을 넘어 공간 너머 인간들의 집단 유희를 상상하게 한다.

반면, 이주리나 서완호의 그림은 조금 괴기적이다. 이주리의 그림은 얼굴도 없이 엉겨 부유하는 듯한 육체는 꿈인지, 살아 있는지 혹은 인간인지 구분이 명확치 않다. 내적 성찰 없이 얼굴조차 잃어가는 인간의 삶은 그의 그림처럼 기괴하며 허무하며 모호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서완호의 그림은 이주리의 그림과는 다른 의미에서 기괴하다. 비닐을 둘러쓴 인간들은 숨이 턱턱 막혀 온다. 컬러사진을 찍은 정교한 그림도 그렇지만 뒤집어 비닐 속에 담긴 무감각한 시선이 아이러니하다.

모노크롬의 사진인 보이는 김철규의인체풍경 고통과 고뇌를 주름가득 안은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물감을 발라 그려내는 것이 아닌, 사포로 긁어내 표현해 그의 그림은 그리는 행위를 통해비움과 채움으로 연속되는 인간의 삶을 담아낸다. 김성민은 지친 현대인의 삶을 거친 붓질과 직설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늘어진 가슴과 불룩한 뱃살을 남성들은 무감히 다른 그의 모습을 바라다본다.


생존과 

에술 본능 사이에서


교동아트미술관의 <인간>전이 인간에 대한 관찰자적 시점이라면 얼갤러리의 <야생의 사고>전은 내면적 성찰에 가깝다. 생존과 예술 본능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 미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야생의 사고>전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통로이기도 하다.

원시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채집과 수렵을 했다면, 오늘의 젊은 미술가들은 생활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잡다한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과거나 오늘이나살아남기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마찬가지일까. <야생의 사고>전은 살아남기 위해 야생에 던져진 젊은 미술가들의 거침없는 생각들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김다정, 김연경, 김효원, 이올, 홍수연은 전북대 미술학과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그림은 어둡고 칙칙하고 모호하다. 수없이 명멸하는 사고의 잔상을 흑백의 절대의자로 풀어낸 김다정이나 단색조로 잊었던 공간의 기억을 표현한 김효원은 어둡고 칙칙한 세상의 끝을 그려냈다. 김연경은 죽음의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비밀친구해나 통해 표현하고 이올은 위태롭게 넘쳐흐르는 양동이의 물로써 인생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홍수연은 사라져버릴 모호한 형상으로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말하는 하다.

이들이 그려내는 심리적 상황은, 그러나 과정의 일부다. 그리고 얼갤러리의 <야생의 사고>전에 드러난 젊은 미술가들의 그림은 레비 스트로스의 책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이름의 <야생의 사고>에서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원시사회라 할지라도 논리와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가치를 바라볼 것을 이야기했다. 생존과 예술의 본능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 미술가들의 입장에서 이들의 그림을 바라본다면 다른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들의 삶이 그렇듯, 그림은 열린 사고를 통해 앞으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것이 전시가 보여주고자 하는야생 정신일 것이다. 천윤희 관장의 말처럼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속도보다는 방향과 자신의 사정거리를 넓히는 호흡을 요구하는 미술가의 길에 들어선이들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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