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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6 | [문화저널]
아버지
박진서/ 이리남중3년(2004-02-03 15:53:07)
우리 아버지는 참 나에게 어색한 존재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아버지를 보는 날 수는 한달에 손가락을 꼽아 볼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난 아버지에 관한 이렇다할 마음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에 새로운 파도를 안겨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몇 년전 국민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그날도 난 엄마와 누나에 만족하면서 아버지가 오실거라는 생각은 꿈꿔 보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누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운명은 예측불허다 네가 미래를 결정짓지 마라‘ 정말 뜻밖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셨다. 얼굴 한아름에 웃는 얼굴을 하시면서... 이튿날 우린 충청도로 나들이를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겨울바다 바위에 오줌을 눌 땐 정말이지 어색하면서도 부끄럽고 묘한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았다. 웬지 하늘색깔이 맑아지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하면서 변덕을 부렸다. 내 마음은 제멋대로 ‘하늘이 왜 이렇게 변덕을 부릴까? 너도 나 같은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변덕장이는 하늘만이 아니었다. 운명 역시 이런 분위기에 싫증이 난 듯이 몸을 뒤척였다. 우리의 차가 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다 정면 충돌을 했다. 유리는 깨어지고 차의 앞부분은 모두 파열되었다. 아버지의 지금까지 미소는 모두 사라지고 대신 안타까움과 짜증만이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자동차는 움직여주지 않았다. 우린 지나가던 트럭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사소 뒷수습을 하시고 약간 늦게 돌아오셨다. 우리집 식구 모두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지만 웬지 모르게 난 할 수 없었다. 순간 아버지의 눈과 나의 눈은 마주쳤다. 우린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무말도 없이.... 그날 밤 아버지께 ‘안녕히 주무세요’ 이 말 한마디를 하고 싶어 안방으로 갔다. 그러나 문밖으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를 듣고 난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내 방에서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거울에다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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