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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7 | [특집]
대학은 오늘도 안녕하다?
이한수/우석대 경영학과 4년 (2004-02-03 16:13:53)
구십학번의 고해성사 언제부터인가 매스컴에서 신세대라는 표현이 횡행하고 있다. 신세대! 말 그대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다. 기성 세대는 한때 신세대의 등장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등장은 엄연한 사회 현상이 되었으며 엄청난 소비집단이 되었고, 잠재적인 생산의 주역이 되었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그들의 주의 주장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특히, 10년을 주기로 한 연대 구별 차원이 아니고라도 구십년대의 대학생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에 그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이어주는 창구와 그에 따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화저널 편집실에서 특집을 마련한 것 또한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도 글쓴이의 이력인 구십 학번의 경영학과 4년, 병역 미필이 구십년대 대학생의 평균적 흐름을 객관적으로 담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여러 90년대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편린을 근거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총학생회장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이야기까지 평가보다는 스케치하듯 그려보았다. 또한 자신을 뒤돌아 보는 의미에서 「허물」을 담아내는데 치중했다. 구십학번이 스케치한 구십년대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서 기성 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고, 건강한 대학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성 세대의 「이해와 지원」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또 한가지! 어느 시대, 어느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의 문화를 지켜나가고 발전시키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젊은 그들이 또한 신세대라 불리우는 구십년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자뎅류」 커피숍 인기 대학가는 변했다. 소주와 막걸리가 메뉴의 주종을 이루는 주점들은 호프집, 락 까페의 「기세」에 밀리고 있다. 요즘 대학생은 만남의 장소로 학교 앞 까페를 선호한다. 전면 유리창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자뎅」류의 커피숍이 인기이다. 카페에서 만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무거운 주제는 금기사항과도 같다. 사회적인 관심도, 학교 생활도, 사랑도, 우정도 가벼워지고 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남학생 여학생을 가리지 않고 담배를 즐겨 피우기도 한다. 대학가에서 여학생의 흡연이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흡연은 「기호」의 문제이지 도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던 시대는 갔다. 구십학번 이전의 여학생들은 어두컴컴한 지하실 카페에서 남 몰래 담배를 피웠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당당하게 밖에 훤히 내다보이는 「공공 장소」에서도 흡연을 감행한다. 양담배도 등장한다. 양담배의 흡연이 매국과 애국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유아이피 영화가 「최초의 저항」을 물리치고 한국 땅에 발을 붙인 지금, 유아이피가 좋은 영화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양담배 또한 더 이상 지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대학 교정에 「양담배 피우는 입으로 애국을 말하지 말라」는 플랙카드만 외롭게 나부낄 뿐이다. 비디오방, 볼링장, 당구장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양상도 변모했다. 강의 시간 사이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어제 나처럼 대학을 상징하는 교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대학 교정을 벗어나서 비디오방이나 노래방, 당구장, 볼링장을 찾는다. 기성 세대들에게 생소한 「비디오 방」이라는 곳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비디오방에는 여러 대의 브씨알 세트가 칸막이가 세워진 방에 설치되어 있다. 비디오방을 찾은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자신이 선택한 비디오 테이프를 지정된 방으로 가서 시청하는 시스템이다. 1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에서 7~8명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방까지 다양하다. 노래방처럼 간섭받기 싫어하는 요즘 대학생의 성향을 잘 대변해 주는 문화 유형이다. 모니터 앞에 앉으면 여럿이서 함께 본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모니터의 독대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문화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 졌고 경제적 여건까지 갖춰진 부족한 것 없는 요즘 대학생은 비디오방에서, 당구장에서, 볼링장에서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있다. 인스턴트 사랑 이성관도 이와 같은 문화 유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크게 고민하기를 싫어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는 기성 세대들의 지적에도 개의치 않고 「좋으면 만나고 싫어지면 헤어진다」는 논리이다. 그들은 이성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무리하게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구속받기 싫어하는 만큼 「계약 기간」동안은 확실하게 커플로서의 의무를 다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조건을 중요시하는 계산적인 만남이기 때문이다. 「조건」이 다른 사람들이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함께 고민하고 어우러졌던 선배 세대와는 다른 요즘 대학생이다. 사제간의 정은 옛말 그렇기 때문에 선배와 후배간의 관계도 그런 식이다. 선배라고 해서 전권을 행사하던 시기는 지났다.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을 뿐이며 폭 넓은 인간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아졌다. 하물며 선생님과의 관계는 말해서 무얼 하겠는가. 선생님을 「지식의 전수자」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는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선생님과의 관계, 선후배 관계, 동료 관계 등으로 개인의 영역을 침해받기 싫어한다. 이 같은 경향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주적인 면보다는 개인적인 성향과, 문제 해결에 수반되는 「대안 찾기」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악전고투, 한총련 대학생들이 3~4년전 이맘때 농활(농촌활동)을 떠났다. 대학생들이 말 끝마다 「전대협, 전대협」하니까 농민분께서 「대협이가 누군데, 대협이, 대협이 하느냐」고 궁금해 하셨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그만큼 대학생에게 있어서 특히, 운동권이라 불리우는 대학생에게 「전대협의 존재」는 「신화」와도 같다. 암울한 시절,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전대협의 지도력은 백만 청년학도의 자랑과도 같았으며 그 어느 운동 세력보다도 젊고 힘있는 조직이었다. 전대협의 위상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도덕적인 보루와도 같았던 반면에 많은 수의 학생들은 「전대협이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냐」는 식으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전대협의 정치 일변도적이니 활동 영역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전대협의 활동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한 상반된 평가 속에서도 유월 항쟁에서 태어난 전대협은 여섯 살이 되었고, 이제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요즘 대학생 사이에서 한총련이 올곧게 자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학생운동은 건재 그래서 한총련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투쟁을 생활, 학문의 영역까지 학생회가 담아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회적인 현안 뿐 아니라 생활문화운동, 복지시설 확충 등 요즘 대학생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투쟁에 담아 내고 있다. 「자주학원 만들기」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요즘 대학의 총학생회에서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으로 대표되는 교육재정확보 투쟁에서 학교 교정 청소하기, 교양 강좌 개설, 강의실 꾸미기 등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련의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회가 학우들의 이해에서 사회 근본 모순의 개혁까지 담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 운동의 「사업확장」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지적처럼 학생운동이 다소간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문민정부라 일컬어지는 김영삼 정권의 등장 이후 눈에 띄게 학생운동의 입지가 좁아졌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번 지켜보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학생운동권은 이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이다. 그럼에도 김정권의 개혁에 대한 평가의 큰 물줄기는 같다. 김정권의 「성분」은 문민정부라고 하나 「제조원」은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개혁 정책을 실시한다고 할지라도 수구세력의 반동으로 근본적인 개혁을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민족 민주 운동 진영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오늘의 시대적 상황과 이 땅의 근본적인 모순은 진보적인 대학생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격증 따기 열 올리기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의 주류에서는 벗어났지만 숨길 수 없는 요즘 대학생의 사회 인식 수준이 문제이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지극히 냉소적이며, 대학생이 되면서 사회 모순에 눈뜨기보다도 개인적인 안락을 위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경주」를 시작한다. 방학 시간표는 컴퓨터나 어학강좌, 해외 배낭여행, 취직 공부에 배정되어 있다. 도서관 책상 위에는 이곳이 대학이라기 보다는 취업 학원처럼 느껴지는 토플, 토익, 시사상식이라고 표제가 달린 책들이 놓여 있다. 자신의 전공은 취득을 위해서 좋은 성적표를 유지시킬 수 있을 만큼이면 된다. 전공 분야를 떠나서 자격증 따기에 열을 올린다. 이십세기가 경쟁 사회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요즘 대학생이기에 필요 여부를 떠나서 취직을 향한 「필수 과목」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운전 면허학원, 컴퓨터, 속기, 디자인 학원, 고시학원 등 사설 학원이 인기이며, 대학은 취직을 위한 간판으로 전락하여, 「실기위주의 실무교육」을 자랑하는 사설 학원으로 요즘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방학계획은 배낭여행 독서 취향도 변하고 있다. 대학교 앞 서점의 베스트 셀러는 사뭇 여느 서점과는 달랐던 것이 지난 시절인데, 대학가의 사회과학 서점은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사회과학 서점들이 문을 닫는 이때, 요즘 대학생은 베스트 셀러인 「목민심서」「여자의 남자」「희망」「변경」등을 교양 차원에서 읽고 있다. 진리나 자유, 사회적인 모순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벼운 읽을 거리를 찾아 헤메이고 있다. 그나마 운동권 언저리에 가야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철학에세이」 같은 현실 인식에 도움을 주는 대학생다운 책을 넘겨다 볼 수 있다. 이를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감각적이고 재미만을 찾는 요즘 대학생의 생활 형태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분석일지도 모른다. 동아리에도 「삼디 현상」처럼 힘들게 고민하거나 자신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동아리는 인기가 없어지고, 어학, 배낭여행, 레져 등을 비롯해서 취직에 도움이 되거나 개인적으로 즐기는 동아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애초부터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실력」을 연마하겠다는 생각과 여가시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겠다는 그들이 바로 요즘 대학생들이다. 대학의 오늘 이상으로 90년대 이후에 대학에 입학한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기성 세대가 이 글을 접하면서 요즘 대학생들의 세태에 대해서 조금은 충격적으로 받아 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요즘 대학생들의 평균적 모습이기도 하지만 「허물」을 솔직하게 내 비치는 데 더 비중을 두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아무쪼록, 요즘 대학생들을 이해하는데 조그만한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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