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7 | [문화저널]
환경 시장의 정상 상태
김 태 경 / 경인여자전문대 교수 (2004-02-03 16:14:56)
어렸을 적에 시장에 가면 만물상 아저씨가 흔히 외치던 소리가 있었다. 여기는 없는게 없다고...처녀수염, 장닭의 달걀...돈만주면 없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거기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물이나 공기같은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땅으로 들어가 지하수가 되고, 호수에 고이면 차분히 가라않자 있다가 우리가 이용할 때까지 물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고 또 우리는 그것을 절 대 필요로 해왔지만 물은 우리에게 ꡒ그립네...ꡓ하고 자기를 들추어 내세운 일이 없다. 늘 상 우리 곁에 있는 것이요, 물은 또한 있어야 하는 당위성도 모른채 그저 있어 왔다. 그래서 모든 것이 경제화되는 이 시대에도 물, 공기같은 것은 시장에서 사고 파는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쓸 수 있는 물이나 공기가 너무 희귀해져서 시장에서 사고파는 거래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많은 분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필자가 “시시껄렁하게 생수시판매 문제나 이야기할려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환경오염이 심화되기 전에는 물이나 공기를 마구잡이로 이용할수 있었기 때문에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면서 그 생산비용으로 자본, 토지, 노동 같은 것만 따지면 되었으나 환경 자원이 희귀해지면서 물이나 공기도 그저 아무 제한없이 쓸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 더 이상 될 수 없게 되어 생산 비용으로 포함되었으니, 그 생산품의 가격에 물이나 공기 값까지 받는다고 하면 공정하게 수요공급이 결정되어야 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웃고 말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시장거래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시장의 실패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환경오염 때문에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으로 야기되는 불균형을 극복하고 시장기능을 제대로 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이제 여느 상품과 마찬가지로 환경자원에도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공급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여 이 같은 상황을 보완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은 나름대로 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환경재 수용공급의 경제적 유인효과를 충분히 살려 사회적으로 맞추어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일정농도 이상 배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무조건 형사처벌에 의한 규제를 한다던가. 조업을 단축시킨다는가 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입이 주된 것이었다. 이것은 효과면에서는 빠른 규제효과가 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의 개입은 정부의 실패로부터 오는 비능률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의 개입은 어차피 비능률적인 것이니 고려의 여지가 없고, 환경에 대한 시장에서의 사고팔기(수여공급)만 잘 조정된다면, 환경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력히 믿어온 사람들이 끝끝내 주장해 오던 것이 정상상태론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환경자원(환경재, 공공재)에 관한 경제 현상에 대하여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성장하고 있는 경제는 단지 정상적인 장기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결국 경제는 자연환경의 한계로 인하여 최저 생계비 수준의 장기적 정상적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는 소위 정상상태론을 제시했는데 이를 역으로 해석해 보면 경제 성장이 정상상태에 이르지 않고, 계속 될 경우에는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토마스맬더스 나 리카아도등도 동일한 질의 자연은 그양이 일정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인구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못하고 역으로 증가된 인구는 계속해서 열악한 상태의 자연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확체감이 작용하여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경제상태로 자동적으로 돌입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본연의 성격이 축적에 있으므로 자본주의가 비경제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절대로 없다고 보면 이 정상상태는 자본주의 운행법칙과 절대로 일치할 수 없게 된다는 허구성을 발견하게 된다. 즉, 다시 말하면 오늘날 자본주의 기업은 인구의 증가와 수확체감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기업을 절대 정상상태에 머무르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자본의 축적, 재투자, 성장지향성이란 자본주의 기업에 있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상태론이 중요한 것은 환경 오염문제도 결국은 정상상태에 도달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부존자원에 대한 고갈이나 오염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지는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 상태론에서 환경문제와 결부시켜 우리가 인식해야할 가장 중요한 시각은 장기간 지탱될 수 없는 총생산량의 증가이다. 비록 정상상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 도달 된 시점까지는 계속해서 총생산량은 증가 할 것이고, 총생산량의 계속적인 증가를 허용, 방치하고 있는 것은 생태계와 경제계의 유지능력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상상태론이란 생태학의 개체수 성장모형과 흡사한 구조를 갖는다. 이를테면 어떤 생물집단의 개체수 증가는 자연력의 한계에 따라 일정정도 성장해 가다가 점차 성장체감이(경제학에서 말하는 수확체감) 발생하여 어느선에서 더 이상 증가되지 않고 멈추게 되는 때가 있는데 그 한계점이 이르도록 주면 환경에 맞추어 자연생태계는 순응해 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상상태론이란 자연계의 그것과는 원래 같은 사고방식으로 출발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현실적인 차이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생태학적 개체성장은 이 앞의 6월호에서 말한 엔트로피법칙의 지배를 받아 개체성장에 따른 엔트로피증가가 일어나면 다시 무질서를 습수하는 질서가(이를테면 개체수의 감소를 위한 자체적 조력을 한다든가? 주변환경이 좋아져 수용능력이 향상되든가?) 나타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상상태란 단순히 열량보존의 법칙(다시말해 질량보존의 법칙 수준)에 입각한 열역학 1법칙에만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정상상태는 도달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대과가 없다. 다시말해서 경제학이 열역학 1법칙의 지배상태라는 것은 끝없는 이익의 추구가 경제의 기본 철학일것이므로 경제계의 구성기업들은 주변 환경의 한계를 의식하여 스스로의 생산량을 감소하려하거나 이윤을 극소화시키려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에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적인 것이지만. 경제계에서는 열역학 2법칙인 엔트로피의 발생을 스스로 극소화 하려고 하는 의지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정상상태의 제로성장이란 그림의 떡처럼 생각될 수 있는데, 엔트로피의 발생을 억제하는 최신의 기술개발. 시장경제 정책수단의 입안을 통한 열역학 2법칙을 준수하는 경제학이 새로운 관점으로 부각되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 한 정상상태론은 그야말로 공상적 이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으로 정책입안만 잘하면 환경오염은 시장에서 사고팔기가 잘될 것이고 그래서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는 현대 경제학에서는 장래의 경제계 생존능력은 제로 경제성장과 제로 인구성장이라는 특성을 지닐 정상상태로 이를 것임을 아직도 강력히 믿고 있으며, 이를 인위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발전에 대한 맹신인데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는 특질이요,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온 맥이다. 바로 여기다 이런 것이 생태학과 경제학이 다른 점이요, 자연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이며 무위의 세계와 유위의 세계의 차이점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정상상태론과 자본의 이윤축적과정이 반드시 이율배반적인가? 아닌가? 는 아직 결론내리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끝없는 이윤추구는 물량적 또는 수량적으로 더 낳은 이익이 있을 것을 전제하므로 이들간의 관계는 반드시 이율배반적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지만 오늘날 기술수준이란 끝없는 기대가 현실로 하나씩 다가오고 이것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은 아무것이나 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무조건의 해결사가 아니라 분명히 자연의 제약을 받고있는 것이며 우리가 요구하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착각이지 않을 수 없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