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8 | [사람과사람]
노동자문화의 건강성과 연극의 대중화
극단「불꽃」
김연희/문화저널 기자
(2004-02-03 16:21:24)
연극 무용등의 공연예술은 대중을 가장 가깝게 접하고 가장 빠르게 설득해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화공연이 꼭 목적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서기 이전에 문화자체만으로도 대중과의 공감대는 형성될 수 있는것이다. 대중과의 만남을 좀더 진보적인 내용으로 시도할 계획으로 나선 극단「불꽃」이 오랜시간의 휴식기를 깨고 기획공연을 마련했다.
89년 노동자 민중의 편에 선 진보적 연극단체를 표방하고 나선 극단 「불꽃」이 1년6개월의 공백기간을 기쳐 새로운 활동 재개을 선언한 것이다.
창단공연 ‘다시피는 불꽃’을 시작으로 노동자의 삶과 애환을 그린 창작극, 각색극 등을 91년까지 무대에서 열심히 보여주었던 「불꽃」의 새로운 시도를 연극동호인들과 전북연극계에선 설레임과 기대로 지켜보았고,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문화운동계에선 관심의 대상이었다.
첫 공연으로 올린「다시피는 불꽃」에서는 노조의 투쟁과정, 협상과정, 갈등과 노동자들의 연애관계 등 노동자의 현실문제를 실감있게 보여줬다.
두번째 공연으로 조그마한 공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애환을 그린「동숙이의 꿈」은 각 사업체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돌아다니며 현장연극의 생생함을 보여 주었던 작품으로 꼽힌다. 세번째 작품「미포만의 일출」은 현대중공업의 골리앗투쟁을 실감있게 담아낸 무대였다.
그당시 노동자문화를 이끌던 전북노동자문화운동연합에는 비교적 활발히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있던 극단「불꽃」이 연극분과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박차룰 가할 수 있었고 극단 불꽃 또한 더욱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91넌도까지도 극단「불꽃」의 치열한 창작열은 이어졌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한 ‘노동자를 싣고 가는 아홉대의 버스’ 공연 역시 이러한 창작얼을 바탕으로한 무대였고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한 사진작가 눈에 비친 동네의 일, 부부간의 이야기, 파업현장에서의 고
통 등을 세심하게 그려내었다. 노동자연극은 섬세함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호소력이 짙어야하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삶을 체험하듯이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었었지만 극단「불꽃」은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노력의 시간들을 이어왔다.
그러나 극단「불꽃」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자기반성과 재정비의 움직임속에 공백기로 접어들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국면에 대한 판단, 자신의 위치 위상의 문제를 진지하게 모색하게 되었다. 연극인으로서의 자기 점검. 연극단체로서의 자기 발전 모색 등 가장 근원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를 고민해 왔다.
이러한 고민들이 공백기를 거치게 했던 극단「불꽃」은 군데군데 흩어져 있던 단원들과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아 지난 4월부터 공연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극단「불꽃」이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당면 과제와 함께 어떠한 작품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관객을 만나야하는가는 극단 불꽃의 더 큰 과제였다. 일단 단원들만의 힘으로 된 창작극 공연 준비작업을 시작하였다. 극단「불꽃」의 새로운 출발이었기에 작품을 써나가는 작업은 큰 부담이 따랐다. 그렇기에 창작극을 써나가는 것은 더 많은 고민을 요구했다. 일단 무리한 욕심보다는 극단이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창작극공연은 무대감각을 살리고 긴장을 완화시킨 후에 공연을 하기로 하고 기존의 작품을 가지고 재기의 무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공연되는 작품은 극단의 성격상 외도이며 큰 모험입니다. 그러나 이 모습이 결코 불꽃의 진체의 모습이 아님을 보여드릴것입니다. 계속 전진하고 발전하는「불꽃」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전단계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활동으로 더욱 발전된 극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번 공연이 장기간 휴식으로 잃어버린 무대감각을 살리고 지금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워밍업공연으로 생각한다는 권영술대표의 말이다.
이번 공연된 ‘굿닥터’는 희극의 개념을 올바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코미디쯤으로 취급되는 희극은 웃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웃음이 긴장상태를 던져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7월 1일부터 11일까지 가진 ‘굿닥터’공연은 미국의 닐사이먼 희곡으로 2막11장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연극이다. 1973년부터 2O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미디극의 정수로 불리우는 이 작품은 각 장면이 독립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작가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감으로써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극의 진행자이자 이야기꾼인 작가가 등장하여 자기소개와 극의 서술자임을 알려주는 프롤로그의 시작에서부터 ‘재채기’ ‘가정교사’ ‘의지할 곳 없는 신세’등 기이하고 특이한 성격의 인물과 논리적 사고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뜻밖의 상황을 보여주는 ‘치과의사’ ‘물에 빠진 사나이’ ‘겁탈’ ‘생일선물’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늦은 행복’ ‘오디션’등이 옴니버스형식으로 공연됐다.
“연극이 재미있어야 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상업극에만 관객이 찾아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극단이 가지는 고집스러움, 어떤 작품으로 관객의 기억에 남는 연극이 되어 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밝히는 권영술대표는 불꽃만이 가진 고유한 색깔로 극단을 지킬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극단끼리는 합동공연이나 어떤 작품은 가지고 토론을 하거나 서로의 발전뿐 아니라 전북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열심히 참여할 계획이다.
9월에 시작되는 소극장연극제와 내년 동학농민혁명백주년을 앞두고 동학을 주제로 한 공연무대를 계획하고 있는 극단「불꽃」은 관객이 찾아주는 연극, 감동을 주는 연극을 위해 젊음이다운 의욕을 다하는 건강한 극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