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9 | [문화저널]
독자들게
문화저널(2004-02-03 16:38:12)
금융실명제로 온통 들썩였던 8월이었습니다. 우리 서민네들이야 금융실명제가 실시 되었다고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단단히 당하고 있는가 봅니다. 자기가 노력한만큼 번돈인데 공개하는 일이 무어 그리 꺼려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진즉에 작게 사는 이곳들도 들여다 보고 정당하게 돈버는 일에 관심을 두었더라면 금융실명제가 어떻든 그렇게 불편한 일은 겪지 않아도 도지 않았겠습니까?
8월에 여름을 실어 보내고나니 유난히 비가 멈출날이 없었던 금년 농사가 걱정입니다. 쌀수입개방문제와 더불어 추곡매입기를 둘러싼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늘어날것이고 거기에 혹 흉년이라해서 쌀 수입개방론자들이 쌀수입의 빌미를 내세우지는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날이 갈수록 자리가 좁아져 가는「우리 것」을 지키는 일은 너나가 따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널이 본다」는 이즈음 먹거리마저도 개방 정책에 힘입어 예속화 되는 문제와 쌀수입 문제를 경계한 글입니다.
지리산에 아스팔트가 거만하게 깔린지도 수년이 되었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손시킨 우리의 자연들이 어디 지리산 뿐이겠습니까? 환경문제야 어떻든 개발이 우선인 정부의 정책과 자연보호하자고 소리만 높여대는 또다른 정책의 이중적 모순을 바로 잡는 일은 오늘을 살고 있는 바로 우리들 몫입니다. 원광대 한의대 신조영교수의 「문화칼럼」은 개발정책으로 파헤쳐지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자는 절절한 호소입니다.
지난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이번호에는 이지역 문화단체들이 그 무더운 여름날에 꾸려낸 각종 행사를 소개하는 자리를 엮었습니다. 건강한 문화를 향한 문화다체들의 의욕적인 몸짓이 어떤 성과를 이어냈는지, 또 여기에 참가한 적잖은 사람들은 그 소중한 시간들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참가자들의 기고를 통해 살펴 봅니다.
요즈음 도심의 작은 문화공간「글방」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독서공간인 이 글방들은 아직은 작은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그 역할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혹 시간이 나시면 이 작은 공간을 들러 보십시오. 젊은이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도 미덥거니와 책을 통해 엮어내는 공동체 삶과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도 큽니다.「사람들」에는 근래 문을 연 각 지역의 <글방>을 소개 했습니다.
문화저널이 장기적인 기획물로 연재하고 있는「환경을 생각한다」가 이번호부터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전북대 김환기 교수의 환경이야기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아무리 사냥감이 귀하고 배가 고파도 새끼를 몸속에 넣고 있거나 부화 중인 어미만은 포획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 난리가 나고 심한 기근이 들어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도 종자만은 식량으로 쓰지 않는 인내와 지혜를 보여 주었던 조상들을 가진 후손들로서 이 글을 읽고 나면 누구나가 부끄럽습니다.
지난 8월 14, 15일 제 4차 범민족대회가 열렸습니다. 통일은 절박하기만한데 올해도 범민족대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치루어졌습니다. 통일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도 통일운동에는 민감하기만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부의 반대정책에도 불구하고 범민족대회를 강행했던 추진위의 입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을 전북연합 자주통일위원장 김윤수씨가 특별기고해주셨습니다.
개발정책으로 하늘을 치솟는 빌딩과 아파트 숲의 거대한 도시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조금은 비껴있는 전북은 ‘마지막 홀로 남은 섬’으로 표현된다고 하니다. 그 섬이 지금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널초점은 아직은 그래도 하늘이 보이고 숲이 보이는 이 마지막 섬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모임인 <다가공원지키기 시민공동대책위원회>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그 운동의 중심에서 일하는 박종훈집행위원장의 글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