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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9 | [서평]
자본주의 문화 속성 극명하게 드러내 『팝문화의 꿀과 독』 (시미즈 토모히사 지음, 박시종 역, 개마고원, 1993)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2-03 16:46:03)
우리의 문화적 현실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논의들이 있어왔다. 그러한 논의들은 대체로 이 땅의 문화가 외래추종적이며 갈수록 상업화되어 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물질적인 풍요와 안락,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서구의 근대적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수입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의 땅에 서구적 가치관과 생활양식이 공존의 단계를 넘어서서 그 제국주의적 속성을 드러내어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을 그저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고 현대적인 삶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너무 일방적이고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대체로 이러한 논의가 인정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 하다. 우리의 현재 삶 속에 외래문화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이러한 논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속에 자리하고 있는 외래문화의 속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는 문화라고 하는 것이 우리 생활에서 드러나는 삶의 총체적 표현인 동시에 그것이 우리의 삶의 양식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매개채의 구실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문화는 우리의 삶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확고한 일상성과 항상성을 구축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그 존재근거가 대중으로 부터의 인기와 깊이 관련되기 때문에 대중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합해야 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대중문화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대중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기만 하는 소극적 행태만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지 조작을 통해서 대중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유도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문화에 대한 자본의 개입으로 문화가 이윤을 창출해내는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그 기능은 더욱 더 강화되어 갔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교통통신망의 발달, 소비유통구조의 확충 등을 통하여 대중문화의 거대한 소비망이 형성되자 이제 문화도 대량으로 생산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과 그로 인한 소비수준 향상이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을 불러오고 있다. 자본은 문화에 개입하면서 이윤을 창출해 내기 위해 기발한 방법들을 도입해오는데 이는 가능한 모든 문화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그를 통하여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 무역적자에 시달리지 않는 유일한 산업이 바로 우주 항공산업과 영화산업을 선두로 한 대중문화산업이라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팝문화의 꿀과 독」이라는 책은 바로 전세계로 확산되어 가면서 자본주의적 문화의 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장르별로 소개하고 많은 예들을 통해서 그것이 갖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들을 정리하고 있다. 대중문화가 갖는 현재적 의미를 ‘매스 컬처’와 ‘파플러 컬처ꡑ라는 두단어를 통해서 간략하게 정리하고 영화, 대중음악, 스포츠, 만화와 조크, 광고 등을 각각 독립된 장으로 하여 미국 대증문화의 변모와 그것이 당시 사회상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대중문화가 자본주의적 사회 체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또 대중문화가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으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 흑인틀은 대증문화와 관련하여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대중문화가 어디까지 수용을 허락하고 있는지를 간간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각각의 장르를 평가함에 있어 여성의 성차별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 있어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제법 흥미를 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지면의 한계 때문인지 그다지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으며 대중문화를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시사에 머무르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약 230여쪽에 불과한 가벼운 책으로 글의 내용도 서문에서 ‘주로 젊은이들에게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이해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쓰여진 입문서ꡑ라고 밝혔듯이 평이한 문체로 쓰여지고 있으며 본문의 예들도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많이 등장하여 읽는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요즘 서가에 가보면 대중문화에 관한 서적들이 심심치 않게 출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서적들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도가 쓴『최진실 신드롬』, 사회학도가 쓴 『록』, 그리고 젊은 영화인들이 묶어낸 영화에 관한 몇권의 책들,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에 관한 전북대 강준만교수의 몇 책들, 비디오 시청에 길잡이 역할을 자임한 비디오소개서 등 각 장르별로 몇 권의 책들은 항상 서가에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대중문화가 어떤 의미로 우리의 생활주변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려한다. 『팝문화의 꿀과 독』은 이러한 대중문화 전반에 관한 사전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너무 평이한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만큼 일반적이고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고는 있으나 바로 이점이 이 책의 강 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본래 이 책의 목적이 아직 대중문화에 관한 깊은 지식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에계 읽히기 위해서 쓰여진 만큼 아른한 대중문화의 실제를 보다 극명하게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시사점은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대중문화에 관해 보다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시간낭비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꿈과 회망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의 실현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미국적 대증문화(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표방하는 미국영화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의 미국화를 통하여 더욱 확고한 시장을 구축하면서 상품으로서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의 대중문화는 이제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며 우리의 안방에까지 치달아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그동안 고급문화, 예술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급하고 속물적인 것으로 취급받던 대중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담고 있는 연구들이 계속되어야 하겠으며 이를 통해 이 땅에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우리의 삶의 양식을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는 대중문화를 창출하는 일에 함께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 책은 이러한 작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일정한 정도의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리-문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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