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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 | [문화칼럼]
서태지와 일본대중문화 그리고 민족문화 창출
노동은 목원대 교수 음악학과 (2004-02-05 10:24:51)
최근 번지고 있는 문화사건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문화적 사건을 손꼽으라 할라치면, 누구나 두 가지 사건을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가 서태지의 악마사탄설이고 또 하나가 일본대중문화 개방론의 여론화일 것이다. 전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르는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Backward Masking. B. M), "피가 모자라 배고파"라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악마를 찬양하는 메시지가 담겨졌다는데서 악마사탄설이 전국 청소년들을 공포의 광란으로 몰아친 사건이다. 서양 음운과 달리 한글발음을 거꾸로 들으면 초성. 중성. 종성 순이 종성. 중성. 초성의 순이 되어 「교실이데아」의 가사 중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오∼"가 "오∼아끄르 씨나∼모가라 브리구까 빠느"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씨가 모가가"를 "피가 모자라"로 들었다는 점에서 오해가 생긴 결과이다. 그 선입견의 무서운 결과가 악마사탄설이다.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사탄설이 불길처럼 번진 것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 무너짐'을 그 노래로 누구나 확인하고 싶어서렸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은 우리 문화의 무너짐을 상징한다. 우리 사회의 불안감과 사회윤리의 불명확성 그리고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문화의 억압성이 그대로 악마사탄설로 나타났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론의 여론 확대 사건이다. 지금이야말로 국제적 개방화 시대이고 국가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역사에 잡히지 말고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일본대중문화가 음성적으로 사회저변에 전부 들어온 상태이고 보면, 언제까지고 개방반대를 한다는 것이 이치적으로 안 맞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육성하면서 단계적으로 일본대중문화를 공식화시키자는 현실론까지 '거세게' 내세우고 있다. 그럴듯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에서 일본대중문화의 사회문화적 조건 일본대중문화 개방론은 먼저 일본문화자체를 돈으로 사서 쓰면 그 뿐일 것 같이 너무 가볍게 대응하고 있다. 마치 "일본문화는 없다"는 식으로 고급문화이든 대중문화이든 문화란 서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여 의미를 공유하도록 조직한 지식체계이자 한 사회의 배경 하에서 오랜 역사기간동안 합의해온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아닌가, 그래서, 한 사회의 문화는 독자적인 재료(material)의 사회(social)와 표현(expressive)을 이루고 있다. 일본문화가 지난 90여 년 동안 (1960년부터) 우리 사회에서 '폭행적'으로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고통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학교 종이 땡땡땡∼"이라는 「학교종」노래는 가사만 우리 것이지, 그 '재료'는 철저하게 일본 것(요나누키 음계+2박자)이고, 우리의 학교제도를 통하여 음악교과로 관계를 맺을 정도로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반 위에서 우리들의 음악 감수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분명한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 시스템은「학교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교가 군가, 창가, 동요, 유행가가 그러하고, 우리들의 노래방이 그러하다. 청각문화만 그러한가? 이미, 일본문화는 우리 사회의 조건이자 토대가 되어버렸다. 즉, 일제의 '폭행'과 역대정치권의 '일본향수'로 말미암아 이제 국민들은 우리 문화인양 '헷갈리게' 하였다는 말이다. 70∼80년대의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일제하 감수성 때문에 왜색문화를 풀어 공식화한 것도 '윗분의 현실론'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적으로 일본문화가 다 들어온 상태이니까 '개방하자며 현실론'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말할 나위 없이 이 현실론은 일본문화를 청산하지 못한 조건에서 '국제화-세계화' 명분을 내세운 현실론이다. 그 현실론이 개방론이고, 그 개방론이 일본화란 말인가? 더욱이, 그 대안들이 일본대중문화를 '단계적' 시기를 정하여 '실험기'를 둔 다음에 '개방 본격화'를 하자는 개방론이고, 우리의 대중문화를 문화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개방론일 뿐, 장르별로 각론에 들어가면 어느 구석에도 우리의 대중문화육성을 '재료 사회 표현'면에서 어떻게 육성시킬 것인지의 대안도 없다. 더더군다나 '우리의 민족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의 대안이 전혀 없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은 시기에 있어서, 성격규명에 있어서 신중해야할 이유도, 또 한국인들이 왜 합의하여 결정해야하는지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개방론으로 몰아치기를 한다면, '매우 성급한 개방론'이자 '개방원칙을 이미 확정하고 국민들을 몰아가는 시나리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또다시, 민족문화창출을! 누가, 국제화 시대에 국제 분화 개방을 '반대'하고 있는가? 누가, 아프리카문화와 개방한다면 반대하고 나설 수 있는가? 우리에게 일본문화는 다르다. 일본은 반성하지 않은 채 저들의 대중문화개방을 우리 정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고, 우리 쪽에서는 누가 개방약속을 했단 말인가? 신중해야 한다. 문제는 개방에 앞서 그 일본문화의 조건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유하며 민족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또 통일과정과 통일이후의 국제문화전쟁을 한반도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강구하지 않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그 대응방안의 구체화를 지적하고 있는 사람들을 '반대파'로 처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현지에서 일본대중문화가 어느 장르이든지 일본 민족의 전통문화와 전후 미국식 서구문화로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또 일본문화산업이 미국과 대결할 정도로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대중문화 개방은 일본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과제인 미국식 대중문화의 증폭이다. 일본 문화와 미국 문화가 우리 한반도에서 왜 같은 문제인지를 비판할 수 있는 것도 우리 한국인들의 삶과 죽음의 문화시스템이 바로 수천, 수백 년 동안 합의해온 '민족문하'에 우리가 서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민족문화건설이 문화모방에 있지 않고 문화 창조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문화 창출이, 또 국제문화를 이해하고 대화 할 수 있는 문화 창출이 한 사회의 역사적인 민족문화기반에서 체험하고 다른 것과 비교하며 미래를 모색하녀는 부단한 민족적인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누구나 근현대기간동안 역사단절을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국제화가 바로 일본 미국화를 가리키는가? 아니다. 정말이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단절된 민족문화와 도처에서 '대화'할 때이다. 대화란 민족문화 입장에서 외래문화를 비판하고, 외래문화 입장에서 민족문화를 반비판하여 각자 자기비판의 문화 창출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또, 현재에서 과거를 비판하고, 과거에서 현재를 비판함으로써 우리시대에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또, 각론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재료 사회 표현 면에서 비판 반비판 자기비판의 수정을 구체화하는 것이 대화이다. 민족문화의 자기반성 금년이 '국악의 해'이면서도, 전주의 대사습이나 여러 전통음악회가 '과거와 대화'한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 시대의 반비판도 없고 수정의 자기비판의 대화가 없다는 점에서 서태지의 악마사탄설이나 일본대중문화개방론보다 뒤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 '국악의 해'가 우리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사건이 될 수 없는가? 민족문화는 없는가? 각론으로 들어가면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판소리 연구가가 '국문학적 대화'를 하면서 음악재료와 사회 표현에서 '기웃거리고'있다는 점에서 판소리 문화가 '사양길 문화로 전락할 조짐'이 있는 것도 그러하다. 국악인들이 사회제도와 사회관계 그리고 현재의 표현 현장에 '뛰어들지 않고' 음악의 저변화만 기획하고 있는 점 또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할 나위 없이, 국가나 도, 그리고 시 군 자체의 국민들의 세금이 다리 무너진 데 복구비로만 지원될 뿐 문화향수권, 특히 민족문화 육성에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생색을 내고 있는 점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를 본격화 할 때이다. 한반도인들의 삶과 죽음의 역사적인 재료 사회 표현과 대화할 때, 우리의 전통문화가 '창조적으로 계승'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민족문화'로 현재화 할 수 있다. 그러할 때 우리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획득하여 '국제와 대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문화 창출의 세계화'가 기획할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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