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2 | [문화비평]
기업은 소비자가 있어 존재한다
김보금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회·소비자고발센터 총무
(2004-02-05 10:27:38)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리 출신입니다"
소비자 고발건을 처리하던 중 기업체 대표로부터 원망보다는 감사의 소리를 듣고 또한 묻지도 않은 고향까지 밝히는 사업가는 만나자 힘든 업무 중에도 즐거움을 느낀다.
가끔은 소비자 불만 사항을 해당 회사에 연락하면 마치 소비자 불만 처리를 하게 되면 큰 손해나 입는 것처럼 법대로 하든,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항의하거나 발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 불만 제기가 기업에서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정보를 소비자가 제공하여 주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업자를 만날 때는 소비자운동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고향까지 밝히며 고발건을 처리한 이 사업자는 경기도에서 전기제품을 생산하는 조그만 회사의 대표이다. 이 회사 제품이 우리 단체에 접수된 내용을 보면...
전주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이 소비자는 야간 운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침대 위에 전기담요를 깔고 또 그 위에 엷은 요를 얹은 후 잠이 드는데 어느 날 전기담요에서 불이 나서 요까지 태우는지도 모르고 깊은 잠에 들다가 결국 등에 화상을 입고 응급실까지 실려 가게 되었다. 가족들이 불을 끄고 침대며 이불은 타버려 사진으로 증거를 만든 후 버리고 반쯤 타버린 전기담요만 가지고 왔다.
본인들이 직접 회사에 연락하고 싶어도 담요에 인쇄된 제조회사명 이외에는 주소가 없자 고발하게 되었다. 우리는 제품을 소비자로부터 인수받고 또 정말 치료를 받았는지 병원확인과 진단서를 제출받았다.
가끔은 제품의 잘못이 아닌 소비자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발생하기 때문에 반쯤 남은 전기담요를 들고 공업기술원에 실험의뢰 하게 되었다.
소비자들로부터 고발은 받게 되면 내용에 따라 전문기관에 검사의뢰 할 품목과 또는 우리 상담자들이 성능 실험하는 품목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기관에서 꼭 실험을 해주어야만 이 소비자피해에 따른 보상이 가능한데도 잘못되면 귀찮아질까봐 "실험기구가 없다","장비가 없다"하면서 거절을 할 때는 사업자가 발뺌하는 것보다 더 얄밉고 그러한 인원과 장비가 민간 소비자단체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직접 실험하지 못할 때는 항상 답답하고 속상하다.
어떻든 타버린 전기담요지만 시험소에 협조를 구하여 실험결과 전기담요안 내부에 들어있는 전기선이 규정보다 적게 들어 있어 열을 견디지 못해 과열되어 타버린 것으로 제품의 불량으로 나왔다.
보통 전기담요에 대한 소비자불만은 수리해도 고장이 나니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건은 치료비 이외에 택시기사로써 일하지 못한 임금 배상과 침대, 이불값 등 전기담요의 몇 십 배가 넘는 금액이고 또한 대기업도 아닌 종업원 몇 명의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제조처에서 쉽게 처리를 해줄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일차적으로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회사로 띄우고 며칠 후에 직접 전화상담을 실시했다.
공문에 시험성적서를 첨부하여 발송하자 내용을 파악한 회사대표는 발뺌보다는 중소기업의 애로를 먼저 설명했다. 광고를 해야만이 수요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엄청난 광고비가 있으면 차라리 연구비에 투자하여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과 반복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담요의 불량원인을 지적해줘서 고맙다면서 문제가 된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답변이다. 소비자고발접수가 회사를 살렸다며 오히려 감사해하는 그 사업자에게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존재 의미를 알고, 고객만족이 입으로만 하는 만족이 아닌 실제 소비자가 종이호랑이가 아닌 소비자를 왕으로 대접할 줄 아는 그 기업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또한 우리 전북출신의 기업인들이 곳곳에서 성실하게 탄탄한 기업체로 자리 잡아 가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