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2 | [시]
立冬
이봉명
(2004-02-05 10:29:02)
立冬
이봉명
겨울 오후면 떠난다
내가 사는 마을 가까이
타 오르는 바람이 볼때마다
나는 흔들리는 것을 흔들며
더욱 가까이 접근한다
지금, 내가 떠날 때
떠난 자리에서
그저 평온한 가슴으로 지켜보고 싶다
가지런히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 오후
여지없이 내 말허리를 분지르며
자꾸만 손짓으로 부르던 아득한 시간속
보잘 것 없이
그 많은 그리움을 하나도 챙기지 않는
치밀히 계획된 신의 시간
겨울 오후, 눈은 내리지 않고
온 몸으로 강물을 적시던 저놈의 눈초리
잊은 듯 돌아와 다시, 돌아보던
어둠 속은 깊어지고, 늦도록 바라보고 있으면
그대 가까이
풀어지던 빛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