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2 | [특집]
문학 전북문학의 보수적 안이와 평이성
김동수 백제예술전문대학 교수 문예창작과
(2004-02-05 10:35:36)
전북은 역사적으로 풍부한 문학적 전통과 환경적 특성을 안고 있는 고을이다. 백제시대의 「지이산가」「선운산가」「정읍사」등 서정적 망부(望夫)의 노래에서, 「만복사저포기」「흥부전」「춘향전」등 조선 서사문학의 발원지로서 그 맥을 오늘에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유산과 급변하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전북문학 또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문단에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가고 있다.
먼저, 근자에 이르러 문인수가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주의로 인한 각종 문예지의 범람과 경쟁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수의 신인을 배출시키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지방과 중앙에서 발간되고 있는 각종 형태의 문예지를 통해 금년에 데뷔한 도내 문인수는 줄잡아도 30명 선이 넘고 있다. 최근에 창간된『수필과 비평』『문학세계』『시세계』『포스트모던』『자유문학』『한국시』『문예사조』등에서 주로 많이 배출되고 있다.
둘째로, 등단의 기회가 많아져 문학의 대중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학이 우리의 생활 속에 친숙하게 다가와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으나 문학을 심심파적 여기(餘技)로 애호하는 이들까지도 문인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매명을 하거나 장식용 문학을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질적 하향의 역기능 현상이 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여성들의 문단진출과 활동이 두드러진 현상 등을 지적할 수 있겠으나 다음은 전북문협 산하 9개 지부별 실태, 그리고 동인그룹 활동과 각 장르별 점검을 통하여, '94전북문학의 실상과 특징을 밝혀보고자 한다.
의례적 관행의 답습상태에 머물러 있는 전북문협보다는 각 지부와 동인그룹활동이 돋보인 한 해였다고 본다. 남원문협은 17집의 문집 발행과 53회에 걸친 시낭송회 및 문학 강연을 꾸준하게 개최하였고 군산문협은 근자에 이르러 체계적인 문집(10집)발행과-특히『석조문학』『청사초롱』은 이 고장의 대표적 동인으로서-회원 결속으로 내적 충실을 기하고 있다.
또 금년에 창간된『순창문학』과『임실문학』, 그리고『문맥』2집을 발행한 전주시문인회의 의욕적인 특집과 문학 활동은 전북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이외에도 『내장문학』『모양문학』『이리문학』『장수문학』『김제문학』『부안문학』등 도 지역적 특성을 갖고 제각기 발전의 기틀을 모색해 가고 있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먼저 시에 있어선 시문학에 대한 사설강좌반 개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운룡 중심의 전주시문학회, 주부클럽의 문예 강좌(강사 김용옥)와 전북문협 부설의 문예반(강사 이세일)등은 문학 인구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또, 하나 진동규의 시극시집 『일어서는 들』과 김정웅의 한영대역본 시집인『판소리』이운룡의『시론』등은 전북시단의 획기적인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주봉구의 『잠들지 않는 바다』노진선의『만남』 소재호의 『이명(耳鳴) 의 갈대』는 전북시단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금년도에 창간된 시동인 그룹 중 「빛」동인의『어느 때면 문만 열고』(주간 김옥녀)와 새터 문학회의『그 반대일 수 있다』(백제예전 문창과 출신)등은 그 활동이 두드러져 우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통일 지향적 성격의『벽소령 가는 길』(유기수)과 윤영근의『동편제』와 최정주의『황소』김형렬의『그들은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송준호의 『비너스의 칼』은 취약한 전북소설계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전북수필』은 39집을 꾸준하게 발간해 오면서 이 지방 문단층을 두텁게 해왔다. 그러나 금년 들어선 박근후의 『짧은 만남 긴 이별』과 김남곤 외 97명이 쓴『행여 진데를 디디올세라』외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다소 침체된 듯하나 신아풀판사에서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는『수필과 비평』의 꾸준한 발간은 전북수필계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전북아동문학』(23호)의 꾸준한 발간과 『전북교단문학』(4호), 그리고 신아의 월간『소년문학』과 김경중의『아동문학론』은 이 분야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
30명으로 구성된 전북여류 동인지『결』(6호)과 무주의 『산글』은 도내 여류 문인들의 결속과 창작의욕을 북돋고 있으며 전라시조 문학회의 『전라시조』(12집)의 시조부흥과 현대시조의 새로운 모색은 전북시조의 전통과 권위를 더해주고 있다. 박지연의 『그 이름을 부르노니』도 수준작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북문학』과『표현』은 이미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전북의 자랑스런 동인지이며 이외에도 『석정문학』『전주문학』『두리문학』『빛무리』등은 종합문예 동인지로서 전북문학의 지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끝으로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면 앞으로 전북문학은 보수적 안이와 평이성에서 벗어나 치열한 장인정신으로 새 시대를 적극적으로 열어 가는 진취적인 문학세계를 열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각종 문학상 심사의 객관적 공정성으로 상의 권위와 신뢰도를 스스로 높여 갔으면 하는 바람과 각종 일간지에 문예란을 고정 마련하여 문향으로서의 전통을 가꾸어 가는데 이바지 해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점들이 극복된다면 전북문단의 장래는 그 튼튼한 역사적 배경만큼이나 한국문학사에서 새 시대를 열어 가는 탄력 있는 문학의 본향으로서의 권위를 되찾게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