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0 | [문화저널]
국민의 자유 건강선택권은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습니다
정성규/전라북도 약사회 약학위원장
(2004-02-05 11:09:23)
1980년 국보위 시절에 불쑥 만들어진 약사법 시행규칙 제 11조 7항의 사문화된 조항인 『약국에서의 재래식 한약장 설치』문제로 시작된 이른바 한.약분쟁이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그 분쟁의 양상은 단지 어떤 사안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독립된 한 직능의 기본적 권리마저 원천부정하고 그간의 모든 국민보건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는 하나의 사태로 전개되었다. 그간 한의사들은 한의과 대학생들의 유급을 최대의 담보로 한의사, 한의대 재학생. 학부모, 심지어 내년에 한의대를 지망하겠다고 수험 준비중인 학원생, 또 그 학부모와 무차별적 광고, 일부 오도된 여론 등을 온통 한데 모아 가히 전시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급을 이번 사태에 담보로 삼는 다는 증거는 한의사들이 대표적 홍보 대변자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김용옥씨(전 고려대 교수, 원광대 한의대 편입생)의 지난 6월 19일 오후 2시 동국대 중강당에서의 강연내용 가운데 확연히 드러난다.
"....(전략).... 그러니까 이런한 문제는 우리가 지금부터 우리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유급해야 가야 되는, 자꾸만 떠는데 그거 떨면 안되고 전원이 유급당해야 된다. 전원이 유급 당해야 되고 자꾸만 나이먹은 무슨무슨 제적학생 무슨무슨 우려하고 그러는데 야 70-80년대 학생운동사를 보라고 얼마나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처참하게 제적을 당하고 감옥에 가고 그랬나, 그런 거에 비하면 우리의 투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거, 그러니까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안돼.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안되고 지금부터 계란가지고 바위치기 작전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거지.
그 무기는 그 무기는 전원제적 당하는 것 밖에 없어요. 어저께 얘기를 하는데 어저께 얘기를 하는데 김용옥이... 가지고 안된다고 내가 아무리 구라가 좋아도 안된다고 전원 제적 전원 유급 당한다는 이거 하나 때문에 정구너이 떠는거야.
그거 아니면 안 떨어.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이 일치단결해서 정말 종교적ㅇ니 수도자의 자세에서 지금부터 들어가야 된다 이거야. 올해 해결이 안되면 내년도 유급을 당하고 그다음에 안되면 후년도 당하고 전 김영삼 5년을 다 당해줘.
그래야만 문제가 해결되는거지.
여러분들 자기희생 없는 어떠한 승리가 있을수 있냐 이말이야. 자기희생 없는 승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여러분들은 말야. 뭐 어저께 들으니까. 뭐경희대고, 원광대고, 뭐 제적학생 걱정하고 나이먹은 복학생들이 뭔 빨리 처자식 있는데 날 졸업해야겠다 싸웠다는데 그런 개새끼들이 있냐 말이야. 나는 처자식이 없고? 그래 김용옥을 생각해 보시오. 김용옥은 1년이라는건 말야 김용옥의 12년의 희생이라는 거는 아마 김영삼의 100년 해 당 될지 도 몰라......(후략)......."
마치 무슨 철천지 원수와의 전투를 앞둔 비장한 작전계획서 같다. 입학한지 며칠도 안된 한의대 신입생들까지 거리의 서명대로 몰려나와 유급 당하게 하는 그러한 사상초유의 유급사태로 사회여론을 뒤집어 얻어내려 하는 것이 국민건강의 특정분야를 독점하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역할 분담론을 내세우는 것이라면 이들의 계획대로 그 목적이 달성된 후에 국민들이 겪게될 상황은 불은 보듯 뻔하다.
1915년 이 땅에 첫 약학교육기관이 설립되어 80여년 동안 국민보건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하고 국민들로부터 검증 받은 약사의 역할에 경의와 격려는 보내주지 못할망정 40년이나 더욱이 초창기 교육을 약사 출신 교수들에게 가르침 받은 한의사들이 느닷없이 허준의 후예라며 민족의학운운하고 마치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한약을 취급하는 양 무원친적 주장을 하고 잇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거룩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 전에는 분명 우링는 한부류였다. 한때는 뭇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인으로 또 봉사자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우리는 각기 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상호 격려하고 의지하는 이른바 같은 계열의 심정적으로 하나인 관계였다. 사회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할 때에도 우리는 한 테두리 안에 들었고, 그 어느 직능이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여 때로 비난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것은 동병상련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 가며 국민의 건강을 돌보던 한의사와 약사의 관계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깊숙이 새겨준 채 국민과 정부로부터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와 약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뒤엉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쟁점은 간단하다. 한의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한약의 의약품이 아니어서 약사의 조제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한약은 특성상 진단과 투약이 하나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의약분업이 불가능하고, 약사는 한약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약을 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약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한의사는 약사법에 한약의 정의를 따로 정의하는 것에 의하여 의약품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데 이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고, 한약과 농수산물을 구분함으로써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별항 에서 정의한 것이다. 또한 약사법에는 독약 극약 신약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등을 따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도 의약품이 아니라는 억지와 같다. 만약 한약이 의약품이 아니라면 한의사는 의약품이 아닌 것을 가지고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려 드는지 묻고 싶다.
한약의 의약분업에 대하여--
의와 약의 분리는 한의사들이 주장하는 단순한 역할분담 차원이 아니다.. 의약분업은 한 의사의 진단 처방과 약사의 조제. 투약으로 약의 오 남용 방지는 물론이고 처방전의 공개 및 상호 검토를 통하여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약화사고를 방지하며, 공개된 처방전에 대한 약사의 검토가 이루어지므로 한의사들은 한약의 특성상 진단과 투약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업자체를 부정할분 아니라 설혹 분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한약업사-고등학교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문교부장관이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한 자로써 5년이상 한의원 또는 한약업소에서 한약취급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중시. 도지사가 시행한 시험에 합격한 자로써 지난82년을 마지막으로 없어진 자격제로 법이 정한 기성 한의서에 수재된 한약에 한해 혼합판매하는 자-나있지도 않는 가칭 한약관리사 운운하며 이들과 분업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보건을 위한 의와 약의 분리를 그들이 종업원으로 데리고 있던 조제권이 없이 단순히 혼합판매만 할 수 있는 한약업사와 하겠다는 뜻이며, 특히 이들은 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와 신규인력 배출이 없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없어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분업함으로써 결국은 약사를 배제한 채 자기들만이 한약을 독점하려는 야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약사는 한약공부가 부족하니 한약조제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의사들은 의와 약을 근본 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그들이 6년제 운운하며 배운 지식은 한의사로써 당연히 갖추어야 할 한의술이지 한약학이 아니다. 약학대학은 의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약학을 배우는 곳이다. 더욱이 약학에서는 양약과 한약을 구분하지 않는다. 생약학 약용식물학 본초학 천연물화학은 물론 약제학 약물학 분석화학 생화학 독성학 약전 등 30여개 과목 중 유기제약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이 한약과 관련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런 과목 모두가 약사가 한약을 조제하는데 종합적으로 응용되고 잇는 것이다. 더욱이 요즈음 방영되고 있는 {TV 동의보감}이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는 가정주부들이 출연하여 병증상을 말한 후 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무슨 약 몇g, 무슨 약 몇g 약탕기에 넣고 끓이는 시범과 함께 용법까지 알려주고 있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한의사가 나와 그 처방을 설명하여 주고 있다. 국영방송에 매일아침 몇 년째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국가의 면허를 받은 유일의 약의 전문가가 가정주부에도 못 미치고 있단 말인가? 한의사에게 묻고 싶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잇는 민간약의 진정한 약효에 대해 진지하게 공동연구하고 한약의 유통과 품질고급화, 표준화, 개소주집에서 조차 여과 없이 팔리고 잇는 한약재의 엄격한 관리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자유로운 건강 선택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한약은 지금의 평균 수명 30세의 동의보감 시대가 아닌 다음에야 무슨 신비의 영약처럼 한의사의 독접물이 될 수는 없다. 그간 약국을 통하여 질 좋고 저렴한 한약을 투약 받은 수백만 국민들이 약효로 그 실력을 인정하여 주고 잇는데, 억지 논리와 본질을 벗어난 여론을 등에 업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법과 제도를 우롱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의 의해서 다시 저항 받을 것이다. 선의의 자유경쟁에 의하지 않은 독점된 권리에 대한 폐해에 대해 깊이 깨닫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말이다.
이제 정말 냉철한 이성으로 돌아가서 엄청난 경비를 들인 각종관고를 포함한 소모전을 마감하고 연초에 각각의 단체가 계획하여둔 국민을 위한 많은 사업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이의 실천을 통한 신뢰회복에 함께 정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진정 원하고 치료시기를 적기에 선택할 수 있는 『의료 일원화』와 양질의 진료 투약을 하기 위한『양. 한방 동시 의약분업』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