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1 | [건강보감]
생명의 기운을 먹는다
박미자/민족건강회 전문의원
(2004-02-05 11:11:57)
우리는 날마다 음식물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옛부터 아픈 사람에게 제일 먼저 무엇을 먹었는지를 물어보며 아픈 원인을 진단하였고, 그 몸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물질 뿐 아니라,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벼의 알곡이 땅에 뿌려지면 그 자체는 썩어 없어지면서 잎과 뿌리, 줄기가 생겨난다. 뿌리와 줄기는 물과 영양소를 끌어 올리고, 잎에서는 이산화탄소와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일으켜 열매를 만들어낸다. 공기중에서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잎과 뿌리, 줄기의 긴밀한 상호노력 끝에 새로운 씨앗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씨앗이 신비한 마술을 연출하고 있다. 이 열매에는 인체가 필요로하는 여러 가지 영양소를 안정성있게 고루 담고 있으며, 자기의 종족을 이어가기 위해, 자기자신을 꼭 닮은 벼를 탄생시킬 수 있는 생명창조의 힘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이러한 총체적인 기운을 먹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음식물이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다보니, 그것의 소중함을 때로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음식물의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각자 분업화된 산업현장에서 살다보니까, 자기가 먹는 쌀 한톨, 보리 한알이 생산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의 과정이 있었는지를 모른채 생각없이 먹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먹을거리 자체가 갖고 있는 생명의 기운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해낸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함부로 화학물질이나 방부제를 첨가하여 음식물의 균형을 깨뜨리거나, 식품에 담겨있는 특정성분만을 뽑아서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품은 그 자체로 자기특색을 지닌채 복합적인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귤이나 사과 등의 과일은 많이 먹어도 비타민 과잉증이 오지 않는다. 복합적인 안정성이 있는 식품은 인체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음식물에 화학물질들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먹게 되면 필요한 것은 입에 당기고, 넘치는 성분은 느끼한 반응을 하며 거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넘치는 성분은 몸이 알아서 배설하기 때문에 쌓이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성분만을 뽑아서 비타민제나 칼슘제로 만들어 먹을 경우, 과잉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식품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안정성을 깨뜨리고 얻은 물질이기 때문에 인체와의 대화능력이 없다. 인체에서 넘치는 성분을 배출시키지 못하고 체내에 남아 과잉증세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담게되는 생명의 기운은 그 기후나 풍토까지를 포함한다. 겨우내 땅속에서 자란 보리가 영글어낸 알곡에는 서늘한 기운이 담겨있다. 유월에 거두어 여름철에 먹으면 보리속에 담겨있는 서늘한 기운의 영향을 받아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반대로 여름내 자란 벼의 알곡에는 여름을 열기를 그대로 받은채 자라나서 늦가을에 거둬들여 겨울을 지내기에 적합한 따뜻한 기운이 담겨 있다. 사람은 자연 생태계안의 한 생명체이므로, 그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이뤄내는 원리와 조화를 이루며 살 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따라서 자기가 살고 있는 토양에서 그 토양의 기운을 담고 자란 음식물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우리 한반도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자연의 경관이 바뀌고 기후와 생태계의 원리가 계절에 따라 뚜렷한 특정을 갖고 변화한다. 이에 따라, 봄에는 각종 나물류, 여름과일과 채소, 가을과일과 알곡 등이 종류별로 다양하고 맛과 성분도 우리 몸에 적합하도록 생산된다.
식품속에 담겨있는 생명의 기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들을 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