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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 [정철성의 책꽂이]
한국음악의 멋이 이속에 담겨있다 『국악감상』
최재윤/전남대 예술대 국악학과교수 (2004-02-05 11:12:35)
이즈음 문화부에서는 매년 '무슨, 무슨 해'라고 정하여, 해마다 정해진 문화예술의 한 장르(genre)에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그 예술 장르는 매우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문화부에서 지정한 바에 의하면, 작년에는 '춤의 해'였고 올해에는 '책의 해'였다. 그런데 얼마전 문화부의 발펴에 의하면, 내년인 94년에는 '국악의 해'라고 한다. 우리 조상의 얼이 깃들어져 있는 우리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늦은 감이 있지만, 늦게라도 우리음악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준다니 반가운 마음 금치않을 수 없다. 어쨌든 내년은 '국악의 해'로 정해졌으니, 우리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우리음악에 대한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 우리 음악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리라 기대해본다. 더 나아가 우리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내년 한해로 끝나지 않고 더욱 더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예로부터 책읽기에 으뜸이라고 하는 이 계절에,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 있어서 소개하기로 한다. 한국음악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나 한국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사려된다. 올해 초 중앙대하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전인평교수에 의해 출간된, '한국음악의 멋'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국악감상』이란 책이 그것이다. 최근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전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한국음악을 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음악을 들으면 아무런 흥취를 못 느끼고 졸립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 『국악감상』이라는 책은 바로 이와같이 한국음악이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음악의 특징과 멋은 무엇인지, 한국음악을 어떤 태도로 대하여야 하는지, 또한 현대생활에서 한국음악이 갖는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국악감상』이라는 이책은 한국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인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쉽고 평이한 문체로 한국음악을 전통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까지 자상하게 안내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1장 전통음악의 특징, 제2장 전통음악의 멋, 제3장 전통음악의 미래, 제4장 전통음악의 이해를 위한 이론, 제5장 한국음아계의 과제 등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이, 제3장의 전통음악의 미래 편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는 지금의 우리음악에 대한 문제나 우리의 음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악의 대중화 운동에서는 1970년대 김영동에 의해 시작된 국악가요와 1987년 황대익 목사가 이끄는 한국국악선교회에 의해 시작된 국악찬송가 작업을 들고 있다. 두 번째로 한국악기와 서양악기와의 만남에서는 우리 주변의 다른 나라들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와의 만남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서술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북 전통음악의 만남에서는 전통음악에 대한 북한 정부의 문화정책이나 우리들이 잘 알고있는 '옥류금'이나 '장새납(태평소의 개량악기)'등의 악기에 대한 개량작업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음악현실, 범민족 통일 음악제를 계기로하여 살펴본 남북음악의 만남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까지 서술하고 있어, 북한 음악에 대한 실정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교회음악과 전통음악의 문제어서는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유입된지 100년(기독교의 경우)내지 200년(카톨릭의 경우)이 지난 작금의 상태에서 교회음악에 전통음악을 수용해야 하는 당위성을 서술했으며, 또한 이렇게 전통 음악을 수용했을 때의 문제점도 역시 빠뜨리지 않고 서술했다. 또한, 교회음악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현황으로 여러 사람들의 작업을 서술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 5호인 판소리 인간문화재이고 판소리 '예수전'으로 유명한 박동진선생님의 '성서 판소리 작업'을 비롯하여, 선(先)토착화 후(後)현대화라는 기치를 들고 가장 적극적으로 꾸준히 교회음악에서의 전통음악 수용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나운영의 토착화 작업', 우리말로 낭송할때 나타나는 리듬(rhythm) 등을 살려 작곡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문인승의 '낭송조 성가 작업', 전통음악의 메기고 받는 형식을 이용하여 성가를 작곡하는 국립음악원 교수인 이건용의 '메기고 받는 방식의 작업', 그리고 가야금 등의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를 사용하여 찬양을 해보자는 적극적인 사고를 지닌 문재숙의 '가야고 찬양 작업'등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음악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동양 여러 나라의 음악연구에 대한 것도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음악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나라들의 음악문화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어 전통음악에 대한 인도인들의 생활방식을 서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3대 악성인 박연, 왕산악, 그리고 우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빼놓치 않고 서술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좋은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국악감상』이란책을 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러 장르의 악곡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을 붙인 뒤 주요악곡의 악보를 수록했다는 점이다. 즉, 판소리에 대한 설명에서는 '화초장 타령'이나 '자진 사랑가'등의 판소리 유명대목의 악보를 수록했으며 산조를 설명할 때는 산조의 악보를 수록해 놓았다. 이 청명한 가을날에 이런 악보들을 참고하면서 우리나라 음악을 감상한다면 우리나라 음악의 멋과 아름다움을 틀림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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