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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 [문화계 핫이슈]
지역문화의 독창적 정서, 오늘에 반영시킨 바탕 가무악극으로 제작된 '정읍사'
문화저널(2004-02-05 11:14:25)
유일한 백제시대의 가요인 '정읍사'가 가무악극으로 창작됐다. 노래와 춤, 극악관현악과 연극까지 총체적인 공연예술 작품으로 창작된 「정읍사」는 21일 오후 3시 이 가요의 발상지인 정주시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첫막을 올렸다. 제작기간만도 2년여동안의 준비 작업을 거쳐 완성해낸 이 작품은 국악의 현대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악을 바탕으로 한 민족예술의 정서를 새롭게 인식시켜주었다는 평과 함께 지역문화의 독창성을 뿌리 내리는 작업의 시도로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운무에 쌓인 정촌(정읍의 옛이름)마을을 배경으로 궁중아악인 수제천(저읍곡)이 연주되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마을토호의 딸인 화원과 행상인인 미사랑과의 우연한 만남, 사랑과 결혼, 부부애, 헤어짐과 기다림, 그리고 마침내 천사에서 해후한다는 내용을 2막 12장으로 담아냈다. 방송극작가인 이환경씨가 극본을 쓰고 최상화, 이화동씨(전북대 교수)가 음악을 맡았으며 정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무용가 신관철씨가 안무를, 그리고 연극인 최솔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민속예술의 요소들을 새롭게 종합하고 재구성해냄으로써 현대적 작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의 음악은 전체적으로는 창작 국악의 새로운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정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壽劑天」의 전반부를 서곡에 도입했다. 여기에 빠른 장단의 휘모리부터 진양조까지 다양한 가락에 실어낸 노래와 무용곡들이 어울어져 가무악극의 특징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냈으며 판소리와 남도 민요 등의 선율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이미지의 가락으로 창작, 농악을 비롯한 마을 굿의 가락과 무당 굿거리 등 친숙한 흥겨움을 불어 넣은 것이 특징이다. 고려사악지에 따르면 백제의 속악으로 정읍사, 선운산곡, 방등산곡, 무등산곡, 지리산곡등이 있는데 다른 네곡은 전해지지 않고 유일하게 정읍사만 전해내려 오고 있다. 수제천은 바로 이 정읍사의 곡인 井邑曲으로, 궁중악곡의 대표적인 악곡으로 그 원형이 보존되어 연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상화씨는 『정읍곡으로 밝혀진 수제천을 삽입함으로써 이 지역만의 독창적인 정서를 살리고 누구나가 친근하게 듣고 즐길수 있도록 곡을 전통가락에 바탕을 두면서도 현대적인 기법으로 써냈다』고 소개했다. 출연자만도 60여명, 20여명의 스텝진까지 합하면 80여명이 참여한 이번 무대는 지방공연 단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작품으로 선정되어 제작 되었다는 점에서도 지역문화발전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작품은 한국향토예술연구소(대표:정회천)가 정주시의 의뢰로 제작해냈다. 이번 무대를 올리는데 투자된 예산만도 1억 8천여원, 지역별 현장조사에 들어가 대본이 완성되고 예술의 각분야를 종합해내는데만 꼬박 2년여동안의 시일이 소요됐다고 이무대를 전체적으로 주관해온 정회천씨(전북대 교수)는 설명한다. "백제인의 삶과 예술성을 표출하기 위해 정주, 정읍 지역뿐 아니라 전북지역 일원에 전승 되어오고 있는 마을굿과 호남우도농악, 봉서사영산작법, 정읍굿, 그리고 이지역의 대표적인 민요와 판소리 등을 모태로 그 전통적 가락과 춤사위를 현대적인 기법으로 창작해냈다"는 정회천씨는 이작품이 정주지역의 정서와 정신을 대변하고 그 문화적 뿌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정읍사」는 백제시대의 가요로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한글가사로는 가장 오래된 문학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장사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애틋한 사랑과 정성, 염원을 담은 「정읍사」는 이미 그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 친숙하거니와 특히 정주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의 이야기가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각별한 인식을 불어 넣어준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그러나 이번 초연된 정읍사 가무악극 공연은 준비과정에서 모아졌던 관심과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없는 무대 구성이나 고르지 못한 연기와 기량, 단원들사이의 일치 되지 않은 호흡, 제구실을 못한 무대 세트, 무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내고 뒷받침해주어야 할 조명의 미숙함등은 오히려 이 창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떨어 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작품이 상설공연으로 이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무대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하겠다는 것이 제작측의 당초 계획인 만큼 공연무대로서의 완숙함을 위한 보안작업은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공연예술무대가 그저 기록이나 기념행사의 의미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면 이미 예술로서의 생명력은 포기한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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