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11 | [문화계 핫이슈]
처음으로 발족한 서예학술재단,
강암 송성용선생 자산 내놓아 설립
문화저널(2004-02-05 11:15:22)
원로서예가 강암 송성용선생(80)이 자산을 출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예 학술재단을 만들었다.
10월 30일 오후2시 30분 법인 창립기념식과 함께 그 첫사업으로 서예학술강연회를 연 재단법인 「강암서예학술재단」(이사장=진기풍)은 창작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이 자산을 쾌척, 발족한 학술재단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서예를 학문적으로 연구, 그 위상을 정립시켜 나가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에 큰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통해 얻어진 그 어떤 소산도 개인의 명예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돌려지기를 바란다"는 강암선생의 소중한 뜻을 그의 제자들과 자녀들이 받들어 추진한 성과가 이번 「서예학술재단」발족으로 결실이 된 셈이다. 지난 90년 상설서예전시관 건립을 위해 이미 재산의 일부와 작품을 사회에 환원한 강암은 서예가 보다 폭넓은 예술의 한영역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바탕을 위해 자산 6억원을 출연, 재단법인체를 만들었다.
늘상 서예가 학문적으로 본격적인 연구대상이 되지 못하고 변변한 서예사나 작가론등 서예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조차 부실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오던 강암은 서예가 학술적인 연구대상으로 정립되어야 제대로 예술적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강조해왔었다.
이번 학술재단 설립도 바로 그런 뜻이 반영된 것이다.
『평소에 아버님께서 당신의 재산을 사회에 돌리는 방법으로 문화재단 설립을 늘 희망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4년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서예기념관 건립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그곳에 신경을 쓰다보니 법인체 설립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봄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고생을 하시고난후 이작업을 스스로 서두르셨고 저희들도 더디상 미룰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고 올초부터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법인체 설립을 주관해온 넷째아들 하진씨(전북도 지역경제과장)는 법인체 설립을 서두른 뜻은 재산이 일단 상속의 절차를 거치고 나면 아무리 뜻이 모아진다해도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을 것이라는 아버님의 판단에서였다고 소개 한다.
이 강암서예학술재단에서는 앞으로 서예의 학술적 진흥을 위한 연구활동와 학술지를 간행하고 후진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급, 서예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서예강좌와 공모전, 그리고 국내외 기획전시회 개최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창립기념식과 함게 열리는 학술강연회에 이어 올해 사업으로 마무리 할 서예논문집 발간은 이미 집필진을 선정, 원고 집필에 들어가 있다. 이 집필진도 서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 성과물은 한국서예 발전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첫단계로 강암은 자산의 대부분인 6억원을 출연하데이어 현재 살고 있는 집터의 땅과 몇몇 부동산까지를 이 법인체에 내놓아 1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호를 내세우지 않고 싶어하는 강암의 뜻에 따라 전라서예학술재단이라 이름 지었으나 주위의 권유가 강해 「강암학술서예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사장 자리만은 고사해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전직 언론인인 진기풍씨(한신생명 고문, 전 전북일보 사장)가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대학에 서예학과가 생기고 서예의 학술적 위상이 정착되어가는 분위기에서 보다 새로운 역할을 해나가게 될 「강암서예학술재단」은 한국 서예의 올바른 위상을 정립해나가는 소중한 바탕으로서 뿐 아니라 특히 이지역이 서예의 고장으로서 그 전통과 건강한 발전을 세워나가는 중심체가 될 수 있는 기반으로서 튼실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 강암이 부지와 자신이 소유한 작품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면서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강암서예기념관은 현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 내년초에는 완공, 개관할 계획이다.